찬란한 고대 로마 제국과 르네상스 문명으로 주목받는 이탈리아
그 이면의 주목받지 못한 분열과 예속의 역사
이탈리아는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국가 자체가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나 고대 로마 제국의 찬란했던 영광의 역사, 르네상스의 발상지다운 화려한 예술과 문화들이 이탈리아를 수식하곤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화려한 역사 이면에는 분열과 예속의 시기가 존재했다. 지중해 전역을 아우르는 로마 제국도 결국 AD 180년 오현제 시대가 끝나며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서로마의 멸망 이후에도 이탈리아는 단 한 차례도 통일 국가를 이루지 못한 채 여러 도시국가로 분열되어 있었다. 근대에도 스페인과 프랑스, 오스트리아의 침공으로 통일을 이루지 못하던 이탈리아는 나폴레옹 시대를 기점으로 이탈리아 왕국에 대한 경험을 통해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고, 나폴레옹의 지배가 끝나갈 무렵부터 이탈리아 반도 곳곳에서 본격적인 통일과 독립의 외침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탈리아역사 다이제스트100》은 3,000년이라는 장구한 이탈리아의 역사를 빠짐없이 조망하면서 이탈리아 역사의 한 챕터가 아닌 르네상스 문명과 외세의 지배, 세계 대전과 파시즘 등 영광과 쇠퇴를 거듭하며 더욱 다채롭고 단단히 뿌리내린 이탈리아 역사를 주요한 100장면으로 담아냈다. 이탈리아 역사를 특징짓는 100가지 주요 사건들의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개별적인 사건들의 인과관계가 입체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전근대성을 벗어버리지 못한 이유
그리고 여전히 과제로 남은 이탈리아 지역문제
책에서는 이탈리아의 지역문제를 다루면서, 이는 현대 이탈리아가 갖는 모든 사회적, 문화적 문제들과 연결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파시즘은 1차 세계대전 승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상처뿐인 영광만 남았던 이탈리아의 상황, 지역적 분열과 대립 등의 배경에서 탄생한 강력한 전체주의, 국가주의 체제였으며, 파시즘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 역시 지역 간의 차이가 존재했다. 북부의 살로 공화국은 레지스탕스라고 하는 저항부대가 해방시켰지만, 남부를 비롯한 이탈리아 중부지방은 연합국에 의해 해방을 맞이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배경들이 향후 이탈리아의 정치체제와 구조를 복잡하게 했으며, 통일된 이탈리아가 아닌 분열과 후진적 국가 사회 질서를 갖게 되어 제1공화국의 출발이 기형적일 수밖에 없었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오랜 이탈리아의 지역 분열과 대립의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이탈리아의 남북 간의 지역문제, 경제성장 구조의 차이, 그리고 그 현상들이 정치무대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