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의 숙성 끝에 탄생한 책!
이 책은 김사인 시인의 정년퇴임을 기념하기 위해 오랜 벗(이종민, 영문학자ㆍ전북대 명예교수)이 제안하여 3년 동안의 숙성 끝에 탄생했다. 크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1부~3부는 시인이 펴낸 세 권의 시집에 수록된 작품에 관한 글 모음이다. 대부분 새로 쓴 글이지만 임우기, 장석주, 정명교, 정지창, 최원식의 원고는 이미 발표한 글을 취지에 맞게 정리했다. 3부에는 세 시집에 없는 작품에 관한 글과 최근에 발표한 김지하 시인 추모시에 대한 조용호 작가의 원고가 포함되어 있다.
네 번째 부분은 김사인 시세계 전반에 관한 총론적 평론이다. 평소 김사인 시작품에 대한 꼼꼼한 읽기를 꾸준히 해온 이숭원 평론가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부록 형식의 다섯 번째 부분에는 김사인 시인의 연보를 대신한 글과 세 권의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 시선집의 ‘책머리에’, 문학상 수상소감 등을 연대순으로 수록했다. 김사인 문학에 한발 더 다가가려는 분들에게는 소중한 자료이다.
시를 위로 삼아 삶을 버텨내는 힘!
시인은 선지자다. 현상 이면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읽어내는 구약의 예언자와 같은 존재다. 세상살이에 치인 이들이 듣지 못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신 혹은 자연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이를 비유와 상징,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는 사람이다. 세속의 언어로는 받아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김사인 시인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느린 속삭임에 마음을 달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눈뜰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상상력을 키워 언어의 진수를 느끼며 시의 세계를 영접할 수 있으면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상상력을 통해 마음근육을 키워야 성급한 분노와 저주, 낙담과 절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꼭 김사인의 시가 아니어도 좋다. 좋은 시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그런 시를 위로 삼아 삶을 좀 더 느긋하게 버텨낼 수 있으면 된다. 거짓과 참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까지 키워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가만히 좋아하면서 천천히 어루만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