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리터들이 진한 아인베크 맥주가 마르틴 루터를 도와 종교개혁을
성공으로 이끌고 유럽 종교사와 세계사를 바꾸다
사제이자 신학자였던 마르틴 루터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패를 저질러 온 당대의 로마 가톨릭교회가 급기야 사람들이 신 앞에 지은 죄를 돈을 받고 사해 준다는 증명서, 즉 ‘면벌부’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왜 그런 천인공노할 죄를 저질렀을까? 교회의 기득권 세력은 성 베드로 대성당을 재건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웠으나 속셈은 다른 데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인츠의 대주교가 아우크스부르크의 부호 푸거 가문에게 빌린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채를 상환하는 일이었다.
부패한 가톨릭교회에 맞서 개혁의 기치를 높이 올린 루터는 그 유명한 〈95개 논제〉를 썼으며,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회 정문에 내걸었다. 이후 그 〈논제〉는 바람보다 빠르게 독일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여기에는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절묘하게 당대에 이미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어 있던 구텐베르크 인쇄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그 효과는 놀라우리만큼 컸다. 독일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리 알고 준비라도 한 듯 면벌부 판매에 반대하는 저항의 물결이 거센 파도가 되어 일렁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는 사태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종교개혁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 루터를 제국회의에 소환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보름스 제국회의의 ‘마르틴 루터 심문 사건’인데, 루터가 내건 〈95개 논제〉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1521년 4월 17일의 일이다.
본래 루터는 누구보다 담력이 세고 배짱이 두둑한 사내였다. 그런 그도 이때만은 긴장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손바닥에 자꾸 땀이 배고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때 그는 제국회의에 소환되어 로마제국 이후 가장 넓은 영토를 다스리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와 각지의 막강한 제후들 앞에서 〈95개 논제〉를 제기하여 독일과 전 유럽을 격동시킨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음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변론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신교도인 루터의 비서가 진한 아인베크 맥주가 가득 든 1리터들이 도기로 만들어진 맥주잔을 들고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루터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잔을 받아 들고는 한 방울도 남김없이 벌컥벌컥 맥주를 마신 뒤 마치 맹수처럼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황제와 제후들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런 그의 두 뺨에는 취기로 인한 홍조가 번져 있었다. 이후 술기운을 빌려 담대함을 되찾은 마르틴 루터의 격정적인 연설과 뚝심 있는 행동은 이미 도화선이 댕겨진 종교개혁의 불길에 또다시 기름을 끼얹은 셈이었고, 마침내 유럽 종교사와 세계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꿔놓았다.
▣ 맥주와 비어홀이 히틀러와 니치스의 정치 도구로 전락해
전 세계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다
무대는 다시 독일이다. 다만 시점에는 차이가 있어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400여 년이 지난 19세기 초반 무렵의 상황이다. 당시 독일에는 마치 400여 년 전 루터가 맥주의 도움으로 종교개혁을 성공으로 이끌고 종교사와 세계사를 바꾸었듯, 맥주와 비어홀을 도구 삼아 세계사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물줄기를 크게 바꿔놓은 인물이 등장했다. 희대의 독재자이자 악인이었던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정치세력이었던 나치스가 바로 그것이다.
아돌프 히틀러는 당시 맥주의 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던 독일 남부 도시 뮌헨의 유명한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대규모 정치집회를 열고 폭동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이미 세계 최대 맥줏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호프브로이하우스를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치스의 시발점이자 기폭제가 된 집회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후 히틀러는 연이어 뮌헨 폭동을 일으켰는데, 묘하게도 또 다른 비어홀 뷔르거브로이켈러 등 대부분 ‘맥줏집’에서 벌어졌다. 세계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꾼 여러 번의 대규모 정치 폭동이 거의 예외 없이 비어홀, 즉 맥줏집에서 일어난 셈인데, 이걸 단순한 우연으로 돌릴 수 있을까?
여기에는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역사적 배경과 연유가 있다. 다만 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신성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이자 오스트리아제국의 3대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1세 시대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요제프 황제는 오스만튀르크군과의 치열하고도 지리한 접전 끝에 무용지물이 돼버린 성벽을 모두 부수고 수도 빈 시내 전체를 전면 재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요제프 황제는 그것을 제국 내의 다른 도시들로 확대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그 과정에 새롭게 세워진 시청사의 지하에 거대한 양조장이 딸린 비어홀ㆍ레스토랑이 들어서게 됐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도시마다 탄생한 초대형 비어홀은 그 지역의 대중 집회 장소로 자주 활용되었다. 그리고 그 비어홀들이 히틀러와 나치스의 정치 집회 및 폭동 장소로 전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것이 바로 아돌프 히틀러와 독일의 극우 파시즘 정당 나치스의 교활한 정치 폭동의 도구이자 무대로 적극적으로 이용되며 전 유럽과 세상을 뒤흔들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암울한 방향으로 바꿔놓은 맥주의 뮌헨 비어홀들의 민낯이다.
▣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과 시원한 거품으로 사람을 매혹하는 맥주가
5,000년 인류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종교사, 문화사, 전쟁사,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이야기
교보문고 65주 연속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교보문고 ‘2019년을 빛낸 역사책 100권’ 1위(『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2021년 교육청 학생교육문화원 추천도서(『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교보문고 CEO를 위한 북모닝도서(『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등 주요 온 · 오프라인서점에서 베스트&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꾸준히 판매되며 내용과 가치 면에서도 인정받은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람과나무사이 출판사가 이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을 출간했다. 『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가 바로 그 책.
위에 언급한 마르틴 루터를 도와 종교개혁을 성공으로 이끈 맥주 이야기와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스의 정치 도구로 전락해 세계사를 뒤흔든 맥주 이야기 외에도 이 책에는 ‘신도 포기한 땅’ 남부 메소포타미아가 문명 발상지이자 맥주의 발상지가 된 원인, ‘기원전 3500년~기원전 3000년 무렵 수메르인이 맥주를 발명했다’라고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 바빌로니아 왕 함무라비가 맥주 생산 및 판매와 관련하여 부정한 일을 저지른 사람을 반역죄와 맞먹는 형벌로 다스린 이유,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가 맥주를 ‘수준 낮은 술’로 깎아내린 이유, 19세기에 아메리카로 수출된 독일 아인베크 맥주병 라벨에 종교개혁을 일으킨 마르틴 루터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이유에서부터 맥주에 물을 타서 양을 속이다가 들켜 화형에 처해진 에일 와이프 이야기, 맥주 양조에 유독 열을 올린 파울라너 수도원 수도사들 이야기, 영원할 것 같던 영국 에일의 위상을 추락시킨 파스퇴르의 미생물 연구 이야기, 맥주잔이 도기에서 유리로 바뀌면서 ‘맥주 색’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요소가 되며 맥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꾼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달콤하고 쌉싸름한 알코올음료 맥주를 둘러싼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빼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