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
50권이 탄생한 배경, 영향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다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하고 서평을 찾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사람의 해석을 통해 책의 내용을 보다 확장하고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함일 것이다. 건축 전문가들이 선정한 50권에 대한 이야기를 묶은 『건축가의 서재』는 책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책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 등을 풀이하며 행간의 의미를 읽어낸다. 일례로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라스베이거스의 교훈』(로버트 벤투리 외 2인, 1972)이 유의미한 이유는 르 코르뷔지에가 기존 도시를 비판하고 ‘빛나는 도시’(1930)를 주창했던 모더니즘 도시론이 여전히 팽배하던 시대에 이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건축이란 무엇인가』(2005)의 저자 승효상, 김인철 등이 ‘건축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계몽적인 질문을 던진 이유는 그들이 민주화를 성취하고 정보사회로 진입하던 1990년대에 활발히 활동한 세대인 점과 관련이 있다. 『건축가의 서재』는 이처럼 건축 책의 해설서와 같은 형식을 취해 건축학도, 건축가는 물론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건축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동시에 동양과 서양의 이론, 고전에서 현대까지의 시대, 주거부터 도시에 이르는 영역을 아우르는 구성은 어떤 건축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균형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건축에 대한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
텍스트를 교차하며 읽다
『건축가의 서재』는 반복적으로 호명되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렘 콜하스 등 주요 인물과 그들의 작업을 다양한 시각으로 추적하며 건축에 대한 해상도를 높인다. 일례로 책 속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인 르 코르뷔지에(1887~1965)를 보자. 아버지를 따라 “시계 뒷면에 장식 문양을 새기는”(173쪽) 세공사로 출발했던 그는, 이후에는 “모더니즘 건축의 사상과 원칙을 어바니즘의 영역까지 확장해 그 정치 사회 영향력을 높이고자”(223쪽) 했던 근대건축국제회의(CIAM)를 동료들과 함께 이끌었다. 로버트 모시스(1888~1981)는 “CIAM과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건축 교리를 충실히”(280쪽) 따라 조닝에 의한 용도 분리 방식으로 뉴욕의 재개발 사업을 진행한 반면, 뉴욕 도시가 가진 역동성을 긍정한 렘 콜하스(1944~)는 르 코르뷔지에를 “삶과 세계의 강한 흥분에 반응하지 않음으로써만 승리하는 허구의 예술가”(238쪽)라 언급하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로버트 벤투리(1925~2018)는 “근대건축의 5원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144쪽)로 평가받는 빌라 사보아를 “장식없고 표백된 하얀 입방체가 아니라 확연한 틀 속의 번잡한 복잡성”(232쪽)을 가진 작업이라 분석한다. 이처럼 『건축가의 서재』는 건축사 속 주요한 인물을 여러 시대와 맥락, 관점을 경유하며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인물들이 등장한 글의 첫 장을 표기한 ‘언급된 인물 찾아가기’를 따라 여러 텍스트를 교차하며 읽어보기를 권하는 이유다.
“한 명의 건축가는 그 이전과 이후 수많은 건축가와의 개인사적, 건축사적 연결고리 속에 드러나고, 서민과 건축주, 관료와 정치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려진다.” - 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