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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꿈을 깨우다

잠든 꿈을 깨우다

  • 송경애
  • |
  • 영혼의숲
  • |
  • 2024-02-15 출간
  • |
  • 214페이지
  • |
  • 140 X 210mm
  • |
  • ISBN 979119078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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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송승연의 시 세계
- 生에 대한 小考를 중심으로
『문학박사, 시인 조선형』
1. 들어가기

한 소절 목청껏 노래를 위해
하 세월 땅속에서 우화를 꿈꾸며
비상하는 환희의 생이 너무 짧다

너의 일생은 기다리다 떠나고
노래하다 생이 지는 구나...........(「生에 대한 소고(小考)」 부분)

인생도 매미의 일생과 뭐 다르랴. 환희의 생은 너무도 짧다. 우화를 꿈꾸며 어떤 신화를 지을 텐가.

임동화 시인은 그의 시집 『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2013년 연암서가) 서문에서 “시의 언어는 신화처럼 유동적이고 다의적이다. 특히 시인들의 눈과 귀는 궁극적으로 신화적 우주가 펼쳐내는 풍경과 노래를 향해 열려있다는 점에서 시의 세계는 신화를 닮아 있다.”고 말한다.
“모든 시들은 자신의 주변과 세계를 신화하는 신화적 세계를 지향한다.”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송승연 시인이 첫 시집으로 세상에 내어놓은 『잠든 꿈을 깨우다』 이 시집에 담긴 100여 편에 나타난 그녀의 시를 통해 그가 살아온 행적을 들여다보며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송 시인은 총 5부로 나누어 ‘삶의 행복, 사계 사유, 추억의 산책, 삶에 대한 소고, 은혜’와 같은 소소한 일상의 소재들을 담았다.

그의 시편들에서 두 가지, 즉 ‘날것’과 ‘익힌 것’의 차이를 동시에 접한다. 우선 ‘날 것’이란 말리거나 익히는 등의 요리를 하지 않은 고기나 채소를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시의 순수함, 또는 자연 그대로의 기슬을 의미한다. 반면에 ‘익힌 것’은 존재하는 대상을 나름 가공해 잘 익혀놓은 시라 생각해 본다.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루이스(C.D. Lewis)는 시를 쓰는 과정을 3단계로 나누고 있다. 첫째 ‘시의 종자’를 얻는 단계이고, 둘째 종자의 성장과 발전의 단계이고, 셋째는 구체적인 언어 표현 찾기 등이 그것이다.
루이스의 ‘시의 종자와 성장론’에 입각해 송 시인의 「간장 달이는 날」을 살펴보자.

뒤뜰에 목련나무
매미소리 아침 단잠을 깨운다

햇살을 삼킨 굵은 빗방울
후두둑 후두둑 창문을 두드린다
빗소리 장단에 콧노래 흥얼대며
밀린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무쇠 솥에 간장을 달인다

시골집 장독에서 퍼 올린 씨간장
끓이고 저어 달여 가며
떠오르는 세월의 불순물 건져내면
달덩이 같은 뽀얀 엄마 얼굴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종자(이미지)는 간장이다. 화자가 간장을 달이는 무대는 시골집 부엌이다. 종자를 성장시키기 위해 시적 자아는 뒤뜰 목련나무에서 매미소리에 잠 깬다. 비가 오고 빗소리에 무쇠 솥에 간장을 달이기로 한 날이다. 밀린 숙제하듯 시골집 장독대에 담아둔 씨간장을 퍼올려 끓이고 저어가며 달이는 중이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전개한다.
어쩌면 화자는 어린 날에 엄마가 간장을 달이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간장을 달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장면은 엄마의 솜씨를 잘 내리받았다는 인증이리라. 시의 완성도 간장 달이기에서 보듯 씨간장(제제)를 달이고 저어가며 불순물을 건져내야 명품의 제 맛 나는 간장이 되는 것처럼
박명용 시인의 「낙과」를 던져 놓는다.

툭, 하며
떨어지는 사과
순간적이다
인간도 이런 것인가
아름다운 나이에
툭, 하고 마침표를 찍은
생애 (중략) .................(박명용, 「낙과(落果)」의 일부)

이 시에서 종자는 ‘낙과, 죽음, 순간’ 이다.
이제부터 송승연 시인의 간장 달이기를 시작해보자.


2. 송승연 시인의 생에 대한 소고

2.1. 찬란한 생의 친화력

시인의 친화력은 자연주의를 통해 나타난다. 비는 생명의 근원이다. 굳이 물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비가 곧 물이니까. 우리 몸 안에 3/4이 물로 되어 있고 물이 없으면 사람이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우선 그의 ‘비의 속삭임’이란 시를 보자.

비의 속삭임

어둠속에 조용히 내리는 비
봄밤 귓가를 간지럽히는
임의 다정한 속삭임으로
마음을 흔드는 빗소리

늦은 봄 꽃향기는 빗물에 젖어
가슴을 타고 스며드는데
조용조용 다가오는 빗소리
여린 가슴 따스하게 안아주네

이 시에서 화자가 말하는 늦은 봄은 음력 3월이니 양력으로는 4월에 내리는 비다. 비가 꽃잎처럼 흩뿌리듯 내리고 있으니 꽃비일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작은 비가 조용히 어둠 속에서 임의 다정한 속삭임처럼 마음을 흔들어 놓는지도 모른다. 여린 가슴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비오는 날의 봄날의 서정이라니! 비의 속삭임에 온통 맘을 빼앗긴... 시인이니까.
송 시인의 자연 친화력에 한 발 더하여 이병률 시인은 그의 시 「찬란」을 흙과의 친화력을 이렇게 읊고 있다.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하다
(중략)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이병률, ‘찬란’ 일부)

그는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나 찬란하다”는 말로 흙조차 감정을 가진 인격체로 보는 시이다. 그의 시적 사유는 만물의 생동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 동방의 세계관과 닿아 있다.


2. 2. 시인의 꿈

꿈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새도 높이 나는 것을 꿈꿀 수 있다. 하물며 인간에게 꿈이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어린 날에 어른들은 주로 “너 커서 뭐가 되고 싶으니? 하는 질문을 자주 한다. 되고 싶은 존재가 꿈이다.
어떤 의미에선 송승연 시인의 대표 시 「잠든 꿈을 깨우다」는 어쩌면 그녀의 유년의 꿈이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다. 먼저 시를 보기로 하자.

푸른 하늘 품고 산과 산이 에워싼
초등학교도 없는 산골마을
봄이면 복숭아 살구꽃
흐드러지게 피어 바람에 날리고
맑고 깨끗한 실개천엔
피라미 불거지 온갖 민물고기 노닐고
감청색 탐스런 다슬기가 지천이었다
청정한 자연 속에서 꿈을 키우며
마음은 언제나 목마른 사슴처럼
허기진 갈증에 솜털바람이 매서웠다
가슴에 품은 꿈은 유년의 꿈일 뿐
꽃샘바람 에이는 봄날 아지랑이 같았다
긴긴 고난 끝에 미소
내 인생의 겨울 꽃으로 피어
잠든 꿈을 깨워 발돋음 한다

겹겹이 산으로 에워싼 산골 소녀의 유년의 꿈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른다. 단지 목마른 사슴처럼 허기진 갈증을 채우기 위해 유년의 꿈을 실현시키고 싶었지만 번번이 매서운 장벽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지막 3행 “긴긴 고난 끝에 미소/내 인생의 겨울 꽃으로 피어/잠든 꿈을 깨워 발 돋음 한다”에 주목한다. 이 산골소녀가 세상과 마주해왔을 삶의 여정은 한마디로 고진감래(苦盡甘來)이다.
태어난 기준으로 우린 흔히 금수저냐, 흙수저냐, 며 우스게 소리 하기도 하지만 그 어느 쪽이라 해도 고진감래로 피워낸 생의 여정은 누구든 칭찬받을 가치가 있다. 시인의 잠든 꿈이 깨어난 순간이다. 이후의 생이 얼마나 찬란할 것이냐.


2-3 시인의 긍정의 토대

삶의 원동력은 긍정의 힘에서 온다. 시를 가리켜 시경에선 사무사思無邪라고 말한다. 시를 짓는 사람의 마음이 사특함과 편벽함이 없는 것을 말한다. 시인의 심성이 순수해야 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무시를 말함에 있어, 조선 중기 우재 오익(吳瀷 1591~1671)이 청계를 마주하며 「청계정의 사계」를 노래한 7언 율시 한시漢詩 중 ‘봄’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봄바람이 옥관의 재를 불어 날리면/좋은 계절이 산골의 들에도 엷게 돌아오누나.//껍질이 이미 터져 싹이 돋으니/애잔한 기상을 누가 능히 막으리오.//바람 쐬며 목욕하며 노래하며 돌아오니/관동 5~6 명이 줄지어 가는구나.//초가 정자에 생각 없이 고요하게 앉으니/저문 창에 때때로 새소리가 들리누나.”

이 한시(漢詩)는 시구를 구성하는 방법이 기승전결(起承轉結)을 따르고 있어 독자가 이해하기가 쉽다. 잘 알겠지만 ‘기’는 시를 시작하는 부분, ‘승’은 그것을 이어받아 전개하는 부분, ‘전’은 시의를 한 번 돌리어 전환하는 부분, ‘결’은 전체 시의를 끝맺는 부분이다.
이야기를 서술할 때 사용하는 형식이니 서술의 기본은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송 시인의 「봄이 오는 소리」는 시의 구성방법 형식에 잘 맞는 시(詩)라 여겨진다.

따스한 마파람 숨을 헐떡이며
남녘에서 봄소식 몰고 온다

살랑 살랑 옷깃에 아지랑이
봄 햇살 부르며 개울 건너와

시골집 바자울 매화나무
애잎이 눈 튀기 전 피워 올린 꽃

탐스런 절개로 옷매무새 여미고
눈 속에 보무당당한 설중매여라

따스한 봄기운이 남녘에서 오는데 아지랑이 봄 햇살이 개울을 건너온다. 그 봄소식이 시골집 바자울 매화나무에서 온 거다. 이내 화자는 이른 봄 눈 속에 핀 꽃이 매화였다고 종결짓는다. 멋지지 않는가. ‘기승전결’의 아름다운 시 한 편 건지니 이 아니 좋은가.

이 시에서 독자에게 낯설은 시어, ‘바자울’은 갈대나 옥수수대, 싸리, 대나무, 잔가지 등으로 일정한 문양이 생기도록 엮어 만든 담장을 말한다.
매화꽃 피는 시기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2월 말부터 꽃을 피우니 시인이 말한 설중매는 그 보다 이전에 눈이 내린 날에 핀 모습이리라.


2.3. 시인의 행복은 어떻게 오는가

시인의 연륜도 얼추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억이란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거나 생각나는 일이다. 영어로는 memory nostalgia reminisce sentimental 등이 있는데 주어진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표현한다. 시인이 나이에 얼마나 추억할 게 많을까. 고향 떠나온 지 오래니까 어렸을 적 고향에 대한 추억, 성장하면서 생긴 추억, 자식들을 키우며 생긴 일, 사회생활을 하며 부딪쳤던 일들을 어느 세월에 다 말할 수 있으랴.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노인을 ‘독선과 아집으로 물든 고집이 센’ 사람이라 치부한다. 아름답지 못하다. 생물학적 자신과 과거의 사회적 관계망(지위, 명예)에 있었던 자신에 구별 없이 향수에 젖어 그곳에 머무는 사람은 행복과 거리가 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분별과 지혜도 늘어야 하며 눈앞에 잔잔한 현실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살아야 한다.
시인은 오뉴월 신록이 우거진 날에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데 비오는 날의 수채화 같은 산봉우리를 보고만 있어도 행복을 느낀다.
그의 시어 속에 나온 말들로 유추해보자면, 가난한 사람의 간식이 되어준 아카시아를 한 입에 넣고 훑어 먹어대던 어린 날 하며,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두메산골 호롱불에 의해 불 밝히며 열 식구 칠남매 키우시느라 엄마의 손에 물마를 날이 없었던, 한통의 쌀도 소중히 여기라던 어머니의 교훈이 있는, 이따금 간식거리를 만들며 아버지 생각을 떠올려야 추억들...... 이 모든 추억들을 평생에 맘에 간직하고 살았다.
이제는 추억을 산책하며 질그릇 화분에 피어난 수국을 바라보며 배고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수국이 고봉밥 쌀밥처럼 보였던 과거 속에 시인의 페르소나를 본다. 석쇠에 익혀가고 있는 불고기를 보면서 자식들 앞에서 자기는 먹었노라고 말하며 아이들부터 먹인다. 실제로 엄마는 먹지 않았다. 그렇기에 페르소나persona는 라틴어로 가면이란 뜻이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모습과 성격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지만, 시 속에서는 화자 또는 시적 자아를 가리킨다.
시는 시인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바탕 위에 만들어지는 것이지 시인의 체험이나 감정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의 사소한 체험은 작품 속에서 치밀하게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것을 시적허구라 부른다. 오규원 시인은 “시 속의 나는 현실 속의 나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날 있었던 사실만을 쓰려는 아이의 일기로는 시가 될 수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다음의 시는 일면 시인의 소녀 때 일기를 읽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제목을 ‘작은 행복’이라고 쓴다. 그 어떤 기교도 없이 자연 현상을 있는 대로 보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뭐 어떠랴 내 좋으면 되는 거지.

추적추적 며칠을 내린 비
빗물이 깨끗이 대지를 청소한다

짙어지는 신록이 싱그럽고
내 마음까지 푸르른 한낮

저 멀리 선명한 산봉우리가
여인네 가슴처럼 아름답다

푸른 하늘
커다란 솜사탕 같은 새털구름

호젓한 둘레길 청아한 새들의 노래
작은 행복함으로 하루를 노래한다................「작은 행복」 전문

시인의 추억 속 행복은 「홍시」에서 잘 나타난다.

산자락 끝에 키 작은 감나무
푸르던 땡감 비바람 견디며
따스한 햇살에 볼 곱게 익어
가을꽃 미소로 다정히 반기네

노을빛에 얼굴 붉혀 농익어
요염한 손길 기다리는 너
외로움이 그리움으로 여문 홍시
입 안 가득 군침 물씬 고인다

송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 박용래 시인의 「연시」를 하나 더 보기로 하자.

여름 한낮/비름 잎에/꽂힌 땡볕이/이웃 마을/돌담 위/연시軟柹로 익다.//한 쪽 볼 서리에 묻고/깊은 잠자다/눈 오는 어느 날/깨어나/제상祭床 아래/심지 머금은/종발로 빛나다.//

여기서 ‘홍시=연시’라는 전제로 두고 땡감이 연시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두 시인이 똑같이 2연으로 배치한 시이다. 먼저 박용래 시는 1연에서 수식어를 걷어내면 “땡볕이 연시로 익다”인데 시인은 굳이 비름을 선홍색 홍시(연시)와 색채를 대비시켜 놓았다. 물론 2연은 제사 지낼 때 제물로 쓰이는 감을 배치했다.
종발은 종지보다는 큰 평평한 그릇인데 그 위에 심지 머금은 종발로 빛나고 있으니 가히 등잔불을 연상할 수 있게 했다. 시의 전체적 이미지는 ‘땡볕→연시→등잔불’로 연결되고 있다.

한편, 송 시인의 ‘홍시’로 돌아가 보면, 1연에선 푸르던 땡감이 여름 햇살 받아 가을빛 익어 붉게 물들어가 연시가 되어가는 자연 현상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2연에선 노을빛 농익은 홍시의 모습에 화자는 침샘을 돋운다. ‘농익다’에서 먹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하니 가히 선정적이다.


2.4. 시인의 고독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다.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랑이다. 그래서 고독을 앓는 사람은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 고독도 병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시인은 고독한 존재다. 고독을 앓아야 훌륭한 시도 창작할 수 있다.

작고 허술해도 사람이 사는 집은
따스한 온기가 나온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왠지 쓸쓸하고 찬바람 돈다

창호지 문에 비치던 정겨운 불빛
따스한 밥상의 맛있는 웃음소리

어디로 떠나고 홀로 남겨진 파초꽃
외로이 빈집 지키며 누굴 기다릴까

마당한쪽 화단에 홀로 붉게 피어
닫힌 대문만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네..............(「빈집」 전문)

시인의 「빈집」에는 지독한 고독을 앓고 있다. 작고 허술해도 사람이 사는 집은 온기가 있단다. 반면에 빈집은 찬바람만 감돈다. 그러고 보면 고독의 반대는 사랑인 셈이다. 사랑이 떠난 빈집에 웃음소리는 그치고 홀로 남겨진 고독한 파초만이 고독하게 누군가를 기다린다. 대문 쪽에서 인기척이 있기만을 기대하며.
어쩌면 그 빈집이 시인의 시골 옛집일 거라 바꾸어 생각하면, “엄마의 부지깽이 잡은 종종걸음에/쪼로록 달아나던 추억의 그 시절”(「엄마의 부지깽이」 일부)로 달려간다.
그럼에도 시인은 고향 두메산골은 아닌 청춘에 고향보다 더 오래 산 그 집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고독이 사랑을 부른다.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거나 다가와도 결코 좁힐 수 없는 거리, 채워질 수 없는 부재가 고독을 낳는 법이다.


2.5. 생을 의지할 신앙적 결단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할 수 있는 것은 종교적 귀의뿐이다.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시에서 다 볼 수는 없지만 시인의 삶의 의지를 붙잡아주고 지탱해갈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신앙의 힘이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도다/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러 인도하시는도다/...(중략).../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어쩌면 시인은 다윗의 시편 23편을 묵독하는 가운데 「내 잔이 넘치나이다」와 같은 시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내 인생의 정체성을 알게 하시고

긴 고난의 터널 광야에서
동행하시고 인도하시는 분

고난을 통하여 나를 바꾸시고
자신을 사랑하게 하시는 임

메마른 심령에 은혜의 강이
내 삶에 주인 되어 붙드실 손

오늘도 놓지 않으시는 분
그 넓은 사랑이 내 잔에 넘치나이다...........(「내 잔이 넘치나이다」 전문)


시인의 고난의 삶의 여정에 나를 바꾸실 만큼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메마른 심령에 은혜를 강처럼 쏟아 부어주시는 분이 누가 있을까?
세월의 삶에 묻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수없는 인연들에 대하여, 시인은 누군가와 아니 자신과의 약속마저도 “우리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으면/하나님의 약속에도 의지할 수 없다”(「약속」 부분)할 만큼 단호하다.
순종이란 말 속에서 시인의 품성을 보는 하나님은 그의 신실함을 좋아할 것이다.
순종은 곧 축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자식이 늘상 부모의 뜻에 반하는 거역만을 일삼는다면 그 자식에 돌아올 은혜가 있을까?
시인의 신앙적 결단은 하나님에 대한 순종이며 그것이야말로 곧 축복받는 길이다.

세상 많은 친구들
세월 따라 떠나고

육신의 연약함으로 처진 어깨
기댈 곳 없이 방황할 때

한줄기 빛으로 오시는 이여
아픈 마음 다독이시며 위로 하시는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지시는 이여
그 은혜로 그 사랑으로
축복이 넘치나이다 ...............(「축복이 넘치나이다」 전문))



3. 나가기

채석강彩石江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서쪽 격포리 일원에 있는 층암절벽 지역이다. 아름다운 경치와 바위들의 기묘한 현상이 조화를 이루어 변산반도 8대 경승지이다. 바닷물의 침식을 받은 화산성 퇴적암층이 역암과 사암, 사암과 이암의 교대층(互層), 셰일, 화산회로 이루어 졌다. 지질에 관한 한 문외한이라 해도 암층의 모습이 마치 우리네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아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시의 제목이 ‘채석강 시루떡’이다.

채석강가에 돌 시루떡이 놓여있다
저 엄청난 바위틈에 누가조각 했을까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한 모양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의 신비
볼 때마다 새롭고 경이로운 감탄이다........(「채석강 시루떡」 전문)

시인은 1연에서 억겁의 세월로 이루어진 채석강의 모양을 관조하다가 시루떡을 연상하며 누가 빗은 조각이냐고 너스레를 떤다. 2연은 퇴적암층의 생김새에 천착해 구체적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성’, ‘신비한 한 폭의 그림’, ‘보고 또 보아도 경이로운 작품이니’ 과연 누가 빚은 것인지 감탄하는 듯해 보이지만 알면서도 감추는 멋에 시의 묘미가 있다. 아닌 척 시치미 떼는 기술도 시적허구이니까.
시루떡 같은 채석강의 모습에서 시인은 자신의 지난했던 질곡의 생을 들여다보았으리라. 그것들이 저렇듯 차곡차곡 쌓였을 것이라 말하고 싶어 “지금까지 지내온 것 하나님의 은혜라~.”
시평을 마무리 하며 ‘값진 선물’의 앞부분을 페러디 해본다.

“택배요”
하는 소리에 나가보니
커다란 박스 대문 앞에 놓였다

텃밭에 농사지은
무공해 채소와 쑥떡, 죽순새싹

사랑과 정성 가득 담아 보내온
건강한 먹거리 (중략) ....................(「값진 선물」 부분)

시인들은 첫 시집을 세상에 내어 놓으며 독자들에게서 어떤 반향이 돌아올지 궁금해 한다. 하여, “이름도 모르고/눈에 잘 띠지도 않는 꽃/그래도 그 꽃이고 싶고/작은 꽃으로 피어나고 싶었다(「한 송이 이름 없는 꽃」 부분)”고 독백한다.

송승연 시인의 첫 시집 상재를 축하드리며, 제발, “택배요”/ 하는 소리에 나가보니/ 커다란 박스 대문 앞에 놓였다//전국에 독자들이 만든/무공해 빨강, 노랑, 파랑 서신// 사랑과 격려 가득 담아 보내온/신나는 응원 소리”에 감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목차

제 1 부
내 삶의 소소한 행복

간장 달이는 날
배부름의 감사
군고구마
아침 전쟁
와이키키 해변
잠자리와 전철을 타다
푸른 하늘에 핀 사랑의 꽃
독감
용유도에서
비의 속삭임
겨레의 꽃 무궁화
퇴근길
하늘빛 치마
달 속의 토끼
때 아닌 눈 내리는 날
사물놀이
피서
가족 여행
선유도 가는 길
웃음 꽃
유혹
차 한자의 여유
아이는 아이다
봄 소풍

제 2 부
사계를 사유思惟하며


저만치 오는 가을
가을비
겨울 잠
9월의 아침
나목
가을이 오는 소리
봄봄봄
봄이 오는 소리
늦게 핀 목련꽃
꽃샘바람
소낙비
목련 꽃
담쟁이의 번성
그해 봄 바닷가에서
여름 소묘(素描)
성하(盛夏)의 계절
6월의 노래
벚꽃 눈
봄날의 탱고
봄날의 수채화
숲길 걸으며
작은 행복
여우비 내리는 오후
넝쿨장미


제 3 부
추억을 산책하다


홍시
울 엄마
하와이의 아침
시인 친구
유년의 겨울밤
광복절 아침에
고향 가는 길
친구야 그립다
소녀의 추억
옛 친구
수국꽃
귀향
택배로 온 달팽이
손맛
나의 설날은
고향의 맛
친구야
물레방앗간 추억
여름휴가
추억을 소환하다
봉숭아 꽃물
내 친구
비오는 날의 간식
값진 선물
수줍은 새 색시 얼굴(산딸기)


제 4 부
삶에 대한 소고(小考)


숨어 핀 꽃
첫 눈을 기다리는 마음
生에 대한 소고(小考)
내 청춘
빈집
그리움
엄마의 부지깽이(커피의 추억)
퇴근길에
커피 한잔의 철학
놀이터 옆을 지나며
그곳으로 가고 싶다(청춘은 사라지고)
보름달을 보며
꽃잎처럼
한 송이 이름 없는 꽃
커피 같은 인생(라떼 인생)
전철에서 문득
꽃이고 싶다
춘몽(春夢)
이름 모를 꽃
시인의 마음
행복
숲의 향기
겨울 나그네
뚝섬에 앉아서
잠든 꿈을 깨우다

제 5 부
은혜의 잔이 넘치나이다


따스한 손길
그 시절
선물
은혜의 잔이 넘칠 때
그분이 하셨네
내 잔이 넘치나이다
새해 아침의 기도
여우비
인생길
평안의 호수
매미의 기도
약속
축복이 넘치나이다
마른 땅의 축복
유월의 아픔
공짜로 누리는 부자
그 사랑
평범한 하루
비밀의 문
채석강 시루떡
부부 시인詩人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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