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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 최제훈
  • |
  • 문학과지성사
  • |
  • 2024-03-27 출간
  • |
  • 288페이지
  • |
  • 124 X 188mm
  • |
  • ISBN 9788932042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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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허무에 맞서 부드럽게 당기는 방아쇠
뒤얽힌 세계를 뚫고 무한히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힘

“그런 야만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토피아가 시작된 겁니다. 이건 무상 원조가 아닌 분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에요. 기술과 물자의 적절한 분산만으로도 순환 가능한 인간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그곳이 바로 인류가 도달해야 할 유토피아라는 가설을 검증하는 모형실험이죠.[……]”
_「토피아」에서

최제훈의 소설은 머지않아 도래할 우리의 일상을 과학적 정보와 상상력을 동원해 뒤집어 본다. 맞춤형 기억이 심긴 아티액터를 캡처하는 영화 산업이 자리 잡은 미래, 배우 출신의 라이프 디자이너는 오차 없이 지루한 작업을 이어가던 중에 옥에 티 같은 장면(이스터 에그)을 영화에 집어넣기 시작한다(「사라진 배우들」). 결혼을 목전에 둔 연인은 각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데이터에 근거해 함께하는 미래를 VR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보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스포일러」) 죽은 자식이 등장하는 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범법을 저지른 어머니의 숨은 뒷이야기(「애프터서비스」), ‘죽음’이라는 포장을 벗겨내자 전혀 성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출현한 영혼과의 재회(「닥터 블랙의 영혼 추출기」), 브레인 포맷 시술을 받고 사유재산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공동체이자 모형실험인 ‘토피아’에서 보낸 나날의 기록(「토피아」), 인체 OS가 이식된 ‘포미’라는 이름의 바이오컴퓨터와 나누는 기묘한 밀담(「혈액, 순환」), 운명을 교환하며 악몽의 굴레를 쓰게 된 쌍둥이의 비밀(「, 고로 존재한다」), 취조 중에 사건 용의자의 의식에 잠입한 형사 반장의 진짜 정체(「추출 혹은 작곡」)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최제훈의 소설은 미래에 펼쳐질 어두운 사회상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극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 위태로워지는 인간 내면과 의식의 문제를 살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작가는 놀라우리마치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점층적으로 전개해가면서 독자의 몰입을 끌어내고, 기로에 선 인간의 선택을 보여준다. 최제훈의 소설은 소멸과 재생을 거듭하는 ‘기억’을 중심에 둔 채 인간의 자유의지를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들어선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다.

세계 인구의 93퍼센트가 믿는다지만 속 시원히 증명된 적은 한 번도 없는 영혼의 실체를,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궁금해하고 싶을 테니까. 과학과 종교와 철학을 넘나들며 조물딱거리기 좋은 슬라임 덩어리를, 나는 한여름 잠깐 빽빽거리다 가는 매미나 길거리에서 성행위를 하는 견공과 다른 존재라는 자부심을, 악마조차 탐을 내는 고귀한 무형자산을, 죽음 이후의 삶까지 보장해주는 퇴직 연금을…… 거위의 배를 갈라 확인하는 위험을 누군들 선뜻 감수하겠나. 어쩌면 그 모호함이 영혼의 유일한 가치일지 모르는데.
_「닥터 블랙의 영혼 추출기」에서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AI, VR, 브레인 칩, 바이오컴퓨터 등 오늘날 IT 업계의 다이내믹한 흐름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개념과 용어를 적극 활용한 미래 세계는 매우 촘촘히 설계되어 현실 그 이상으로 독자에게 깊은 만족감을 준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변화에 가속을 붙인 시대가 야기한 존재의 불안을, 인류가 마주한 그 어느 때와도 견줄 수 없는 생경한 공포를 작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단순히 육체를 보호하고 목숨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암담한 전망과 ‘영혼’이라는 모호한 실체의 결합을 들여다보고 해부한 후에 그가 내놓은 결과는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고도로 발전한 기술 사회에서 상황을 극한으로 모는 최대의 변수는 시스템의 오류가 아닌, 영혼이 담긴 인간이라는 것. 나약하고 모호하며 충동적이고 대범한 모순덩어리이면서 운명의 주인인. 세계가 그 어떤 모습으로 뒤틀린들 함몰될 리 없는, 존재 자체로 펄펄 날뛰는 불안이자 새로운 가능성이 인간에게 내재해 있음을 소설은 말하고 있다. 최제훈의 소설은 존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수없이 모습을 바꾸고 다음 서사를 스스로 생성해내는 인간의 삶을 매우 구체적으로 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속 문장 그대로 “그 모호함이 영혼의 유일한 가치일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기 위해.
꿈의 내용을 이어서 꾸게 해주는 알약을 구하는 주인공에게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굴러가고, 무한대를 향해 수렴하는 불가능한 순례길이 열리는 순간” “인류 멸망의 샘플이”(「, 고로 존재한다」)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노인의 목소리는 음산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동시에 이 대목은 과학기술이 압도할 수 없는 ‘이야기’의 위력을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인물은 불현듯 사건에 휘말리지만 끝내 밝혀지는 것은 끔찍한 현재가 되어버린 지난날의 선택이다. 끝내 그들을 사로잡은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타인을 향한 연민, 수치심, 두려움, 욕망이다. 그러므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은 오롯이 이야기의 고삐를 쥔 영혼의 몫이다.

무수히 흩어진 별들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어.
반짝이는 가루를 흩뿌리며 서로 연결된 별 무리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 시를 읊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모두 합쳐진 궁극의
노래를. 모든 시들이 합쳐진 궁극의 시를.
빛은 소리가 되고, 소리는 냄새가 되고 맛이 되어
따스한 온기로 내게 스며들었어. 나를 휘감아
도는 신묘한 공감각의 세계, 감각을 넘어 나의
생각과 감정이, 추억과 의지가, 몸과 마음과
영혼이, 구분되지 않고 은하수가 되어 흐르는,
그럼에도 별빛 하나하나가 너무나 또렷한……
육신이 감당하기 벅찬 법열인가
가만히 앉아 있는데 숨이 가빠왔지.
신체 기관이 생략된 바이오컴퓨터의 세상이
이렇게 경이롭다니.
내가 이제껏 무엇을 갈망해왔는지를,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여주었어,
너는.
“이게 네가 만든 나의 세계야.”
_「혈액, 순환」에서

소설집의 제목은 수록작 「토피아」의 한 구절에서 빌려왔다. 제목의 비밀을 푸는 열쇠 역시 어쩌면 ‘영혼’일 것이다. “토마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다. 케첩과 카프레제와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토마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건 토마토를 상상하는 것과 같다”. (블러디메리는 보드카와 토마토주스를 베이스로 한 해장술이다. 가톨릭을 국교로 세우고 청교도를 탄압한 잉글랜드 여왕 메리 1세의 별명이며, 서양의 전설 속 거울 유령을 가리키기도 한다.) 영혼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영혼을 상상하는 것과 같다. 「토피아」의 주인공 임현우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낙원으로서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뛰어넘는 인류사의 가장 획기적인 전환점이”라 일컬어지는 ‘토피아’에 입성하지만 이전의 기억을 몽땅 지우고 토피아에 자원한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토마토’에 대한 알쏭달쏭한 문장의 나열뿐인 일기를 쓰다가 자해하기에 이른다. 그는 이온 젤 속에 갇힌 3-999번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자신이 지운 기억의 세계에서 불리며 관리된다. 소설의 말미에서 밝혀지는, 임현우가 토피아에 입성하게 된 배경은 예측을 뛰어넘는 반전으로 독자에게 충격을 던진다.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인 「추출 혹은 작곡」에서 「2054년, 교통사고」(『위험한 비유』, 문학과지성사, 2019)의 등장인물이었던 허 반장과 이시형 경장은 또 한 번 새롭게 나타나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작가는 특유의 솜씨로 스릴러와 추리소설의 묘미를 간직한 채 뒤얽힌 세계의 연결 고리를 절묘하게 추출해낸다. 최제훈의 소설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의 심층을 헤아리며 희망의 도약 지점을 겨눈다. 영혼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섬으로써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풍경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정답으로 귀결되지 않는 운명의 신비를 믿는 한 불안을 뛰어넘는 결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창문도 없는 이 작은 방”(「추출 혹은 작곡」), 환상을 반사하는 패널이 채워가는 세상 속에서 존재의 운명을 점쳐보는 인간의 욕망은 ‘이야기’라는 낭만으로 생생하다.

목차

사라진 배우들
스포일러
애프터서비스
닥터 블랙의 영혼 추출기
토피아
혈액, 순환
, 고로 존재한다
추출 혹은 작곡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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