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소중한 구슬은 무엇일까?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를 찾는 여정
2023년 세종도서와 독일 국제아동청소년도서관 화이트레이븐스 목록에 선정되었던 《나는 까마귀》에 이어, 미우 작가가 고전에서 얻은 지혜를 풀어낸 두 번째 그림책 《똥구슬과 여의주》가 출간되었습니다. 전작에서는 까맣고 불길하다며 미움받는 까마귀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그림책에서는 냄새나는 똥구슬을 힘겹게 굴리는 쇠똥구리가 등장합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나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쇠똥구리는 정성스럽게 똥구슬을 빚고 밤낮으로 열심히 굴리면서도,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며 수군거리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속이 상합니다. 마냥 편하고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곤충들이 부럽고, 나도 그렇게 살아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하지요. 그렇게 힘겹게 굴린 소중한 똥구슬을 잃어버린 쇠똥구리는 똥구슬 대신 흑룡의 여의주를 손에 넣습니다. 알고 보니 쇠똥구리가 부러워하던 곤충들도 ‘바라는 건 다 이루어진다는’ 여의주를 찾아다니고 있었네요. 이제는 모두에게 부러움을 받는 쇠똥구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 것과 남의 것을 비교하며, 남을 부러워하고 나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못난 마음은 자꾸만 불쑥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그저 정신 승리나 자기 합리화가 아니라 진정으로 나와 너의 가치를 비교하지 않고 나란히 둘 수 있는 자신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책의 마지막 장면에 주인은 사라진 채 덩그러니 남은 두 개의 구슬처럼 말이지요.
“쇠똥구리는 자신의 소똥 구슬을 사랑하여 흑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흑룡 또한 자신의 여의주가 귀하다고 해서 쇠똥구리의 소똥 구슬을 비웃지 않는다.”
《똥구슬과 여의주》의 출발이 된 이 문장에는 조선 후기에 활동한 북학파 실학자들의 사연이 얽혀 있습니다. ‘간서치(책만 보는 바보)’로 유명한 이덕무의 글에 처음 등장하고, 이덕무를 아끼는 연암 박지원이 유금의 시집에 쓴 서문에서 다시 언급됩니다. 유금이 연암으로부터 쇠똥구리와 흑룡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크게 기뻐하며 자기 시집 이름을 《낭환집》, 즉 ‘소똥 구슬(또는 말똥 구슬)’이라고 지었다는 이야기지요.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두루 지녔지만 서얼 출신이라는 이유로 관직에 오를 수 없었던 이덕무나 유금에게 이 문장은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지녔을까요. 자기 자신을 보잘것없는 쇠똥구리에 비유하면서, 우주를 호령하는 흑룡도 모두가 탐내는 여의주도 부럽지 않다고 말하는 그 호기로움과 당당함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세상 만물이 저마다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 가치는 비교될 수 없으며, 서로의 다름을 온전히 존중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임을 이야기하는 이 짧은 문장은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유교 경전을 공부해야 출세할 수 있었던 시대에 기하학과 천문학에 몰두하던 유금을 두고 친구 서유구는 “온 세상 사람들이 큰 것에만 매달릴 때 그대는 홀로 작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니, 혼자 우뚝 서 있는 사람이라 할 만하네.”라고 칭송했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을 똥구슬 빚는 쇠똥구리라 일컬은 유금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평가지요.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흔들리기보다 유금처럼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자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 이들과 이 그림책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