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박함과 정결함’이 숨어 있는 《곤충의 집 짓기》
몸집도 작고, 지능도 없고, 도구를 다룰 손도 없는 곤충들이 집을 짓고 삽니다. 가느다란 다리와 작은 입만으로 잎을 말고, 굴을 파고, 실을 뽑아 붙이며, 나무껍질을 갉아 반죽을 만들어 집을 짓습니다. 오직 끈기와 부지런함만으로 이 모든 일을 해냅니다.
왜 이렇게 힘을 들여 집을 지을까요? 바로 대를 잇기 위해서입니다. 자기가 편히 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을 애벌레를 위해 집을 짓습니다. 곤충 세계는 ‘모계 사회’와 가까워서 집 짓는 일은 거의 암컷이 도맡아 합니다. 자기가 낳은 알과 애벌레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애벌레도 목숨앗이들의 눈을 피해 먹고 자랄 수 있도록 스스로 나뭇잎 집을 짓고, 명주실을 토해 내 고치 집을 짓고 어른벌레로 탈바꿈할 때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수많은 곤충들이 수억 년 동안 똑같이 되풀이하며 대대로 이어진 본능에 따라 집을 짓고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곤충들이 벌이는 집 짓기는 인간들이 하는 복잡한 집 짓기와 달리 매우 단순합니다. 곤충들은 욕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곤충들이 집 짓는 공법에는 ‘소박함과 정결함’이 숨어 있습니다.”
_ 저자의 글 중에서
■ 《곤충의 집 짓기》를 보면 곤충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곤충의 집 짓기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친환경적이며, 단출하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집은 자기 몸에 딱 맞는 크기면 됩니다. 집 지을 재료도 모두 자연에서 얻습니다. 넓고 비싸고 호화로운 집은 곤충에게 필요가 없습니다.
곤충들은 흙으로 황토방을 짓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일정한 길이로 잘라 도롱이처럼 생긴 집을 짓기도 하고, 땅에 굴을 파서 지하 동굴 집을 짓기도 하고, 섬유질을 긁어다 보름달 같은 집을 짓기도 하고, 잎사귀를 마름질한 뒤 꼬마김밥 같은 잎사귀 집을 짓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집을 짓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곤충이 집을 지었다고 하기에는 놀라운 독창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실로 묶지 않고 돌돌 말기만 했지만 풀리지 않는 집을 짓고, 수백 개 방이 한 치 오차도 없이 가지런히 늘어선 집을 짓기도 합니다.
■ 《곤충의 집 짓기》를 보면 공존과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알고 나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곤충은 자연과 지구를 해치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자연과 지구에게 위협적입니다. 정부희 선생님은 늘 애정과 공존의 따뜻한 시선으로 곤충과 사람 사이에 편견을 없애고 수많은 곤충을 소개하는 곤충기를 쓰고 있습니다.
정부희 곤충기 6권 《곤충의 집 짓기》에는 우리 둘레에서 흔히 보는 곤충들의 다채로운 집 짓기 과정과 건축 전략이 실려 있습니다. 집 짓는 기술에 따라 수많은 곤충 가운데 매력적인 건축가 곤충 주인공을 30종쯤 뽑은 뒤 그들의 빛나는 집 짓기 과정을 통역해 한 글자 한 글자 글로 담았습니다. 크게 명주실을 뽑아 집 짓는 곤충, 잎사귀나 꽃가루로 집 짓는 곤충, 나무 굴을 파거나 나무 부스러기로 집 짓는 곤충, 흙으로 집 짓거나 땅굴 파는 곤충, 집 없이 떠도는 곤충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놀랍고 아름다운 곤충의 건축술을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