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중학교 체육 시간 때 일이에요. 수행평가로 옆 구르기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팔을 쭉 펴고 옆으로 돌면 되는 간단한 동작이라고 하셨지만, 그전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능수능란하게 잘 도는 친구들과 비슷하게라도 흉내를 내는 친구들 사이에서 저도 열심히 동작을 익혀보려고 했지만 긴장한 탓인지 쉬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제 차례가 돌아왔고, 매트 앞에 선 순간 무서워서 몸이 굳어버렸습니다.
얼굴이 빨개진 채로 그러고 있기를 한 참, 선생님께서는 결국 저한테만 앞구르기를 시키셨고 20점에 10점, 기본 점수를 주셨습니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앞구르기를 하던 그 학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해내야 한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늘 몸에 힘을 주고 지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늘 불안했고, 잘했을 때든 못했을 때든 그다음 일을 걱정하며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수업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교직 생활에는 다양한 상황과 그보다 더 많은 업무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 선생님은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느라 너무 바쁘셨고, 책과 인터넷에 있는 무수한 정보들은 이미 그 양에 압도되어 선택조차 어려웠습니다.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합격의 기쁨도, 즐거워야 할 교직 생활도, 사랑스러운 학생들 앞에서도 마음 편하게 누리지 못하고 부족함을 야근과 잔업으로 메꾸었던 저희는 잠깐 멈춰서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소진되어버린 채, 한계를 넘어버린 삶 앞에서, 결국 교사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사로서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 책은 그 고민에 대한 저희의 답입니다.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소한 일은 사소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교사로서 반복되고 고민되는 일에 대한 예시 답안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유연하게 옆 구르기를 할 수 있는 방법처럼요.
세상에는 위대한 교사의 완벽한 교육 철학에 관한 책은 많으니, 저희는 교사로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준비를 일상적으로 해내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현학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보다는 솔직하고 실용적인 내용들로 채워 학교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시간에 자신을 돌보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작고 소중한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결국엔 행복한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막막했던 교직 생활 속에서 하나하나 부딪치며 얻은 저와 동생의 예시 답안이 저마다 다른 상황 속에서 일률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선생님께, 이 책이 선생님의 일상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