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교수인 모나로(본명 안병구) 시인이 시집 『억새풀 노래』를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하였습니다. ‘오늘의문학 시인선 583’으로 발간한 이 시집은 ‘작가의 말’ ‘1부 억새풀 노래’ ‘2부 그래도 가슴을 뛰에 하는’ ‘3부 너와 나 우리는’ ‘4부 인연’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나로 시인은 세종시인협회 회원, 백수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 회원으로 문학활동을 하며, 각각의 회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첫 시집 『내 사랑 모나에게』을 발간하였으며, 공저시집 『마음 닿을 수 있는 거리』외 여러 권이 있습니다.
= 서평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서평 중에서 발췌하였음)
#1
모나로 시인은 무심히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 분으로 보입니다. 바람과 억새가 만나서 〈외로운 억새풀 구슬픈 노래〉를 짓는데, 이 노래를 통하여 힘들고 고단했던 삶의 여정을 반추하는가 봅니다. 외롭고 구슬픈 여정에서 서걱이며 들려오는 억새풀의 노래는 때때로 우리의 가슴을 휘젓는 간절함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스쳐 지나간 인연들, 가슴 시리던 추억들, 가슴 아프던 상처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간절함은 아련한 그리움으로 승화되어 ‘보석처럼’ 아름다운 시를 창작하고 있습니다.
#2
모나로 시인의 시 「구절초 노래」는 제목에서 밝힌 ‘노래’에서처럼 작곡가와 인연이 되면 2절로 이루어진 노래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중가요로 작곡하면 그런 대로, 가곡으로 작곡하면 그런 대로, 절실한 그리움이 노래로 승화될 터입니다. 작가의 리듬감 있는 부분적 교정이 이루어지고, 구절초로 유명한 ‘영평사’에서 작곡을 의뢰하면, 더 큰 인연으로 기능할 것 같습니다. 1절(연?)의 〈그 옛날 영평사 가을밤/ 바보 같은 첫사랑에 아련한 가슴은/ 구절초 향기에 눈물짓는다〉와 2절(연?)의 〈그 추억 영평사 가을밤/ 바보 같은 첫사랑에 멍든 가슴은/ 구절초 향기에 흐느껴 운다〉가 대구(對句)를 이루어 아련한 정서를 공유할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 「겨울 산사」도 동질적인 느낌이었습니다.
#3
걸어갈 길이 아직은 멀고도 먼 길이지만
그래도 가슴에 작은 촛불 하나 켜고
간절한 소망 하나 간직하고서
혼자서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길(「길」 일부)
모나로 시인의 좀 긴 시 「길」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앞에서 말한 ‘야속한 사랑’이 시 창작 과정에서 정화되어 ‘오롯한 사랑’으로 환치(換置)됨으로 인해 작품 감상의 새로운 묘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4
모나로 시인은 여린 서정으로 아련한 그리움을 노래하는데 능하지만, 때로는 준엄하게 치죄(治罪)하고 있어 깨어있는 양심을 발현(發現)합니다. 〈간신 그런 놈들/ 저 하늘에 먼저 가신 임들의 통곡 소리/ 서럽고 고단한 민초들의 애끓는 소리/ 파란 하늘에 매아리친다.〉는 「간신」의 시상(詩想)이 작품 「그놈들」에서 정제된 형상미를 갖춥니다.
1연에서 보이는 행의 길고 짧음이 2연에서 반복되고, 다시 3연에서도 반복되어 죽비(竹篦)로 내려쳐야만 하는 내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놈이 그놈이고/ 그놈이 그놈이다/ 아는지 모르는지〉의 반복은 ‘동일반복’이며, 남아 있는 각각 4행에서는 ‘수정반복’을 통하여 시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