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천재지변, 전쟁…….
재앙을 목도한 화가들의 기록
유일하게 인류가 정복한 전염병인 천연두와 접종 이야기, 화재나 홍수 등 인류는 각종 재앙에 시달려 왔으며,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 전쟁이라는 재앙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재앙을 화가들은 그림으로 기록해 왔다. COVID19 바이러스가 장기화되면서 고통 받는 사람들, 고생하는 의료진 등에 대한 그림이 속속들이 등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각종 재앙에 고통 받는 모습들은 물론이고, 자크 루이 다비드, <테르모필레 전투의 레오니다스>에서는 전쟁에 임하는 왕의 경건함을 표현했으며 피터 브뤼헬의 <죽음의 승리>에서는 공포와 합이 잘 맞는 유머까지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바실리 베레샤긴의 <전쟁예찬>을 보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어떤 전쟁, 어떤 재앙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박력과 공감대가 있다. 세계1차대전을 겪는 사람이 보았다면 전쟁으로 인해 굴러다니는 해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흑사병이 휩쓸고 간 곳의 사람이라면 병으로 인한 죽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처럼 그림이 갖는 알레고리는 시대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COVID19라는 재앙을 3년 넘게 함께 겪어 온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어떠한가?
한편으로 어니스트 보드가 그려낸 최초의 천연두 접종 장면을 보면, 처음 COVID19 백신을 접종할 때가 생각날지 모른다. 또 포드 매덕스 브라운의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에 담긴 이민자의 희망을 보면, 시대 불문하고 재앙을 피해, 희망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재앙을 목도한 그림에는 절망과 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홍수에서 살아 남은 노아의 방주처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인류는 언제나 살아 남는다.
출판사 리뷰
3년을 넘게 일상을 지배하는 COVID19라는 전염병을 겪으면서, 평화로운 현대에 태어난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온 거대한 ‘재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무섭게 발전했다는 현대 의술로도, 정렬된 시민 의식도 형편없이 뒤흔들었던 팬데믹 초기를 생각하면 죽음의 공포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도 발견하게 된다.
<저주받은 미술관>에서는 COVID19와 같은 질병, 천재지변, 그리고 인간이 자초한 전쟁까지 다양한 양태의 재앙을 그린 그림들을 모았다.
50점의 그림을 통해 거대한 재앙을 목도한 화가들이 느낀 공포와 무력감,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유머와 잃지 않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 베레샤긴의 <전쟁예찬>이 그러듯이, 과거의 일을 담은 그림이더라도 현대의 우리들에게 말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COVID19라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그림을 남길 것인지 생각해 보자. 미래에 이 그림들을 보며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