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을 관통하는 2개의 키워드는 ‘클래식’과 ‘붓다’이다. 이를 좀 더 확장하면, 기독교와 불교일 수도 있고, 음악과 종교일 수도 있으며, 서양과 동양일 수도 있다. 언뜻 보기에 쉽게 어울릴 수 없는 조합으로 보인다. 클래식과 붓다, 과연 이 둘은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일까.
저자는 이런 편견에 과감히 도전한다. 저자에게 클래식과 붓다, 이 둘의 어울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 둘이야말로 가장 잘 어울리는, 동질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삶과 그들의 대표작들에 담긴 의미와 정서, 그리고 붓다의 일생과 가르침, 이 둘이 엮어내는 환상적인 심포니symphony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
이 책의 첫 문장, 즉 프롤로그의 첫 문단은 괴테의 유일한 단행본 시집 「서동시집」에서 인용한 ‘은행나무’로 시작한다. 이 시집은 괴테가 동방 세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쓴 시들로, 저자는 클래식 음악과 불교를 융합하는 자신의 독창적 시도를 괴테의 「서동시집」에 비유한 것이다.
그만큼 이 둘의 만남은 참신하고 새롭다. 그리고 이런 시도 자체만으로도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둘 다 자신만의 탄생 배경과 존재이유, 정체성을 명확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 불교는 1,700여 년을 함께해 오는 동안 우리의 삶과 문화에 내재화되어 있고, 클래식은 서구문명 및 종교와 함께 들어오면서 생긴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클래식은 태생적으로 기독교와 분리될 수 없으며, 싯닷타의 일생 또한 종교로서의 불교와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종교적 색채를 걷어내고 보면, 이 둘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삶을 살찌우고, 감동을 주며, 보편성을 지향하고, 진리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 또한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이 둘이 만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못해 넘친다.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가 “음악이라는 언어는 음에 의해서 우리들의 마음에 어떤 상념, 혹은 우리들의 지성에 어떤 심상을 일깨워 준다.”고 음악의 역할을 말했듯이, 붓다 역시 죽비 같은 가르침으로 고정관념과 집착에 사로잡힌 중생의 망념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붓다의 일생을 따라가며, 그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설명하는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붓다의 탄생부터 출가, 수행, 깨달음, 교화, 열반에 이르는 삶의 여정과 가르침, 그리고 저자가 가려뽑은 클래식 작품들에 대한 설명과 작곡가의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책에서 다루는 또 하나의 주제는 미니멀리즘과 불교이다. 1960년대 뉴욕에서는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예술 사조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대두되었고, 이는 음악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불필요한 것들을 생략하는 ‘단순함’과 그것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이다. 그리고 붓다의 삶, 불교의 가르침이야말로 소욕지족과 단순함 그 자체이니, 현대의 미니멀리즘과 불교는 깊게 맞닿아 있다.
3.
이처럼 이 책은 붓다의 지혜로운 가르침과 클래식 음악의 탁월한 아름다움을 엮은 23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덧붙여 간결하고도 친숙한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과 불교의 만남도 소개하고 있다.
경계는 우리가 그어놓은 선에 불과하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선을 넘는, 경계를 넘는 작업의 일환이다. 이는 피아니스트인 저자가 클래식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과연 저자가 클래식의 경계를 넘어서 보는 붓다의 삶과 가르침은 어떤 것일지, 음악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
더불어, 각 장의 첫머리에 실린 우리 민화도 그런 경계 넘기의 일환이니, 이 또한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 클래식과 불교와 민화, 이 셋이 만들어 내는 심포니가 독자들을 새로운 행복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