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팅 선생님이 불편하다
“지금도 영화를 만들어가는 듯한 선생님들에게 이 이야기는 ‘주말의 명화’ 같은 이야기가 될 거라 믿는다.” (이해중ㆍ교사, 『세상에서 제일 쉬운 교육영화 수업』 저자)
로빈 윌리엄스의 최고 영화 중 하나인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교육과 관련 있는 영화 중 가장 인상 깊고 가장 영향을 준 영화로 꼽힌다. 공부가 전부인,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이 모인 명문 고등학교 윌튼 아카데미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키팅 선생님과 우등생이지만 각기 마음속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넘치는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담은 구절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찢어버리는 장면, 자기를 캡틴으로 부르라 하는 장면, 특히 우등생인 형의 그늘에 가려, 늘 소심했던 토드에게 내면의 욕망과 불안 그리고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시를 읊조리게 한 장면 등 명장면이 많다.
당시 미국 사립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던 권위주의적인 교육의 폐해를 바탕에 다루었고, 입시에 찌든 한국의 교육 현실에도 흔히 벌어지던 강압적 교육 분위기 탓에 많은 사람이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다. 교육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이 인생 영화로 〈죽은 시인의 사회〉를 꼽고 이상적인 교사상으로 키팅 선생님을 꼽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저자는 ‘키팅 선생님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키팅은 성적과 입시에만 매몰된 다른 교사와 달리 아이들 내면에 있는 의지를 꺼낼 수 있게 하는 수업을 한다. 키팅의 수업 방식을 존중하지만, 방식이 거칠었고 가르치는 것에 대해 좀 더 책무감을 가져야 했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꿈꾸게 하려면, 그만큼의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강조해야 했다.
불편함의 더 큰 이유는 키팅을 바라보는, 그리고 그것을 교사에게 투영하는 관객 또는 사회의 시선이다. ‘교사라면 키팅 같은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시선이 그것이다. 열정은 교사와 아이의 상호 작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 기준을 정하고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교사를 키팅으로 여기거나 키팅처럼 하길 바라면 안 된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키팅에 열광했던 1990년대가 아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변했고, 학교 현장은 될 수 있으면 개별적인 아이들의 성향에 맞게 변하려고 노력했고 또 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입시는 모든 교육 이슈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블랙홀이다. 그래서 교육 현장이 과거와 달라진 것 없이 참담하다고 여기지만, 입시제도를 바꿔내지 못한 것이 교사의 탓인가? 당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며 열광했던 청년들과 세대는 지금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바꾸지 못한 것을 학교와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고 ‘왜 키팅 선생이 지금 없냐’고 한탄하는 것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묻는다.
25펀의 영화가 교사에게 건네는 말
영화 속 장면과 등장인물의 삶의 편린을 저자의 삶과 교실살이에 연결 짓는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전략에 무릎을 치게 된다. (이성우ㆍ교사, 『철학이 있는 교실살이』 저자)
이처럼 이 책은 25편의 영화를 통해 교사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우리의 학교와 교육 현실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져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현실 속 교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영화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화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더 자극적이고 더 그럴듯한 무언가를 담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현실에서의 교사의 삶은 반복적이며 단조롭다. 교사의 삶은 큰 이벤트보다는 비슷한 듯 소소한 일상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소소하게 보이는 일상에 담긴 이야기는 작지 않다. 이 책이 그런 작지 않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영화에 나타난 교사의 모습을 보며 교사로서 자신의 삶과 교육에 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