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살고자 하기에 고통이다”
불편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쇼펜하우어의 말
“이 지옥 같은 세상도 나의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만 바라봐서는 알 수 없는 것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통과하는 철학자의 지혜
우리는 살아가며 삶은 녹록지 않고,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경제위기, 기후위기, 세계 곳곳의 전쟁을 비롯하여 불확실하고 위태로운 시대를 지나고 있는 현대인에게 막연한 ‘긍정의 힘’은 쉽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듯 최근에는 쇼펜하우어, 니체 등 현실에 대해 냉철하게 조언하는 철학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여 년 전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모든 삶은 고통이라고, 세상은 원래 나쁜 곳이라고 말했다. 언뜻 냉소적으로 들리는 그의 말들은 그러나 깊이 숙고하면 뜻밖의 위로가 되고 도리어 살아갈 용기를 준다. 이 책은 ‘비관의 철학자’, ‘염세주의자’로 불렸던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해설한다. 쇼펜하우어의 대표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인생론》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의 사상의 깊은 정수를 담아내면서도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다. 쇼펜하우어를 비롯한 실존주의 철학자들을 긴 세월 연구해온 저자가, ‘이성’, ‘고통’, ‘죽음’, ‘행복’, ‘해탈’ 등 10가지 주제를 70개의 아포리즘과 해설로 풀어내어 우리 인생을 지켜낼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저자는 인용과 반복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전했던 쇼펜하우어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여 다른 어떤 해설서보다 깊이 그의 철학에 스며들게 한다.
“생각하는 존재는 생각으로 세상을 만든다”
‘나’에서 시작하여 세상으로 확장되는 시선
1부 ‘마음으로 가는 길 찾기’는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생각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1장 ‘이성’은 생각하는 능력인 이성을 설명하며 나를 아는 것이 세상을 아는 과정의 첫 걸음임을 일러둔다. 헤겔 등의 철학자들이 신성시했던 이성을 욕망의 도구로 바라본 쇼펜하우어의 혁신적 통찰과 함께, 지금 나를 채우고 있는 생각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돌아보게 해준다. 2장 ‘인연’에서는 나만의 세계를 넘어 함께하는 세계로 시야를 넓힌다. ‘나’에 대해 아는 것과 더불어 사람과 관계를 맺는 다양한 방식에 주목하고 그들과 어떻게 부대끼며 살지에 관해 전한다. 3장 ‘운명’에서는 결국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한계에 부딪히며 사는 곳이 세상임을 말한다. 저마다 처한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는 법, 자기합리화나 독단처럼 경계해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계속해서 걸어라”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삶이라는 여정
2부 ‘잘 살기 위해 방황하기’에서는 마음속 깊은 곳의 생각들을 마주해보며 우리가 쉽게 놓치는 문제들에 질문해본다. 세상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기보다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방향을 찾으려던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심도 있게 다룬다. 먼저 4장 ‘어둠’은 세상의 어두운 측면에 주목한다. 타인의 불행에 상대적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의 본성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 속이고 공격하는 세상 속 힘의 원리와 같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며 우리 삶의 어두운 면을 돌아보게끔 한다. 5장 ‘고통’은 모든 삶은 고통이라는 전제에서 나아가, 누구나 고통을 견디면 인식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보다 삶의 어려움을 직면하고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 관건임을 일러둔다. 6장 ‘죽음’에서는 생로병사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다룬다. 특히 죽음 이후를 생각함으로써 현재의 삶이 보다 선명하게 다가오게끔 한다. 인식을 얻으려면 고통을 견뎌야 하고, 빛을 보려면 어둠을 감내해야 한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은, 결국 삶도 나쁜 것들을 인내한 끝에 좋은 것을 얻는 과정임을 깨우치게 한다.
“삶은 깨달아야 의미가 주어진다”
고통이 고통에서 끝나지 않는 방법
마지막 3부 ‘나를 가둔 틀에서 벗어나기’는 마음속 방황을 마치고 고통을 극복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한 1부, 삶과 세상의 어두운 면에 파고든 2부를 거쳐 누구나 삶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들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다. 7장과 8장에서는 우리가 막연하고 멀리 있는 것으로만 느끼는 ‘행복’, ‘희망’의 구체적 의미를 되새긴다. ‘언제나 행복보다 불행이 먼저다’, ‘희망은 허망함을 전제한다’ 등 사물의 상반된 면모를 포괄하는 그의 말들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살핀다. 9장과 10장에서는 깨달음과 원하는 바, 즉 ‘인식’과 ‘의지’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거쳐, 고통을 품는 ‘해탈’의 경지까지 도달해본다. 잘못된 앎에 속지 않도록 늘 생각을 경계하고, 내가 진정 원하는 바를 깨닫는 것이 삶의 숙제임을 전한다.
쇼펜하우어는 이 세상이 지옥이라 해도 결국 내 세상이며, 어떤 생각으로 지옥을 헤쳐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 책과 함께 쇼펜하우어 철학의 진정한 메시지를 읽어내다 보면, 삶이라는 지옥을 보다 현명하게 건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