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오경(四書五經)의 ‘중용(中庸)’편에는 인간의 주요한 감정을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네 가지 한자로 표현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기쁨, 화남, 슬픔, 즐거움이 우리 인간이 느끼는 가장 중요한 감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서오경이 통용되던 시대에 비해 훨씬 더 세분화되고 세밀해진 현재 시점에 과연 인간의 감정을 희로애락의 네 가지만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누구나 할만한 평범한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책이, 그것도 시집으로 등장했다. 바로 여기 소개할 『벌판에 있는 자그마한 숲』이 그것이다.
저자 역시 이 『벌판에 있는 자그마한 숲』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님들과 같이 희로애락에서 접근한다. 하지만 단순한 희로애락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하고 글을 전개해 나간다. ‘희’는 喜(기쁘다, 즐기다), 希(바라다), 噫(탄식하다)로 나누어 우리가 느끼는 기쁨에 더해 살아가면서 찾고 보아야 할 밝은 희망, 올바르지 못한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탄식으로 나누고 있다. ‘로’ 역시 怒(성내다, 화내다), 路(가야할 길), 勞(일하다, 힘쓰다), 老(늙다)로 나누어 기존의 성냄에 더해 우리의 인생에서 나아가 길, 그러기 위해 힘써야 할 것, 그 후에 자연스레 늙어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다음 장 ‘애’는 哀(슬프다), 愛(사랑하다), 礙(거리끼다)로 정리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슬픔 그리고 사랑, 그 속에서 거리끼고 살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지막 장인 ‘락’에서는 樂(즐겁다), 落(떨어지다, 흩어지다),
諾(대답하다)로 구성한다. 인생의 최고의 순간일 즐거운 순간과 최악의 순간일 추락의 순단 그리고 그런 순간들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에 대한 글들로 마무리한다.
이 책 『벌판에 있는 자그마한 숲』의 저자는 시를 전문적으로 배운적도 연구한 적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우리 주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누구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남편인 사람이다. 그런 그가 100여 편의 적지 않은 시를 엮어 시집을 출간하게 된 데에는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살아왔을 법한 삶을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수십 년간 끊임없이 정리해 온 조각들을 짜 맞추어 세상에 선보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책의 부록 형식으로 마지막에 소개되는 ‘애오욕(愛惡浴 : 사랑도 마음도 씻자)’ 장에서 보면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고 정리하는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애오욕’이라는 거창하고 멋들어진 제목을 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가 자주 다니던 공중목욕탕에서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 그때그때 기억해 두었다가 정리하여 쓴 일종의 연작시(連作詩)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애오욕’을 읽으면 마치 자신이 목욕탕에 들어서 있는 저자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기나긴 겨울이 또 한 번 지나고 온 세상이 따듯한 기운을 내뿜으며 새로운 것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계절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 『벌판에 있는 자그마한 숲』에 담긴 시들을 읽으며 독자들 또한 각자가 가슴 속에 깊이 숨겨두었던 것을 꺼내어 세상에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