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판타지에 등장했던 전쟁 서사를 전복하여
더 깊어진 세계관! 더 엄밀해진 진실!
판타지에는 언제나 제국과 제국의 전쟁이라는 중요한 사건이 등장한다. 「대장장이 왕」도 제국과 주변국 간의 갈등, 스타인 공국의 분열 등 전쟁 서사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전쟁은 표면 서사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었음이 3편에서 밝혀진다.
자신을 접견하러 온 레푸스에게 에이어리가 “나와 아리셀리스 님을 전쟁 도구로 쓰려는 겁니까? 대장장이 왕이 신으로부터 받은 힘은 사람을 죽이는 힘이 아닙니다.”(47쪽)라고 답하는 장면, 스타인 공국과 오레스테스 공국이 벌이는 전쟁에 징집되어 끌려가는 어린 병사 제이에게 그의 아버지가 “열심히 싸울 필요 없다. 살아남으려고 노력해.”(180쪽)라고 당부하는 장면, 어린 에이어리가 나무를 다루는 호문에게 “그럼 제가 대장장이 왕으로서 세상 모든 대장장이의 능력을 앗아서 나무로만 물건을 만들게 하면 전쟁이 사라질까요?”라고 묻자 호문이 “이미 준 것은 다시 빼앗을 수가 없고 한번 드러난 것은 다시 감출 수가 없지.”(152쪽)라고 답하는 장면, 전쟁을 지켜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빌려 전쟁에서 정말 승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면 백성을 희생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카드나 주사위로도 충분하다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장면(221쪽) 등에서 이 작품이 전쟁에 대해 전하고자 하는 진실을 엿볼 수 있다.
말초적 재미에 그치지 않고 더 깊어진 세계관, 더 엄밀해진 진실을 담은 묵직한 서사가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균형의 문제와 성장의 문제가 이중으로 직조되며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다
제국에서 루 도인은 불길하다고 여겨 지극히 꺼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전임 황제 오셀롯은 루 도인으로 이루어진 군대를 상상하며 제국 통일을 꿈꾼다. 위대한 조언자 아녜시는 대장장이 신의 대리인이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화를 내는 에이어리에게 “신께서는 당신에게 손재주를 주셨습니다. 대신 저에게는 직접 말씀을 전해 주십니다.”(88쪽)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마르쿠스는 제국이 스타인의 한 공국으로 보낸 아크마트를 보며 권력을 탐하는 쓰레기를 보냈다면 반제국 정서가 강해질 수도 있는데 인품이 훌륭한 그를 보낸 제국이 참으로 영리하다고 생각한다. 라토와 아리셀리스의 어머니는 자신의 배에서 찬란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 태어날 아이가 위대한 마법사가 되겠다며 기대에 찬 그의 남편에게 “너무 찬란한 빛은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인간에게는 해로워요. 이 아이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되려는지 두렵지 않나요?”(116쪽)라고 되묻는다. 오카브는 매일 공들여 나무 조각상을 만들지만 매번 호문에게 혼나는 투란에게 일부만 훌륭하게 깎은 미완성의 작품이 아니라, 조금 엉성해도 전체를 완성해 보라고 조언한다. 모두 어떤 균형의 문제를 깨닫게 하는 장면들이다. 작가는 이렇듯 인간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전체를 보지 못하고 어리석은 판단을 함으로써 세상의 균형이 어그러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이어리의 성장 또한 마법 덩어리 알, 툰, 세의 존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균형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마법 덩어리 알, 툰, 세는 어떤 존재인가? 에이어리의 몸속에 들어온 기운은 무엇인가? 균형의 문제와 성장의 문제가 이중으로 직조되며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 이야기들을 세 번째 이야기에 담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