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으로 지은 동생 감기약』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책은 여덟 가지 소제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새엄마도 필요 없고 새 동생도 필요 없어!’ 어느 날 갑자기 새엄마와 예나가 집으로 들어온 뒤, 혼란에 빠진 서후의 이야기입니다. 서후는 예나를 팥쥐, 새엄마를 팥쥐 엄마라고 여기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습니다. 예나가 선물이라며 건네준 화분도 와장창 깨뜨려버립니다. 그리고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 생각만 합니다. 돌아가신 엄마가 제발 다시 돌아오기만을 간절하게 바랄 뿐입니다. 아빠와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서후의 외로움과 분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동생은 아빠 자동차에서 태어나요!’ 아무리 괴롭혀도 “오빠 오빠” 하면서 따르는 예나 때문에 서후는 너무 화가 납니다. 서후는 예나한테 “너도 네 아빠 있잖아! 그런데 왜 우리 아빠를 뺏으려고 하는 거야!” 소리를 지릅니다. 어느 날 “동생은 어떻게 태어나지요?”하는 선생님의 질문에 서후는 “동생은 아빠 자동차에서 태어나요!” 하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한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배꼽 빠지게 웃는 친구들에게도 화가 나고, 서후를 위로하는 선생님한테도 화가 납니다. 돌아가신 엄마를 절대 잊고 싶지 않은데 세상은 엄마를 빨리 잊으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아 서후는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방황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왜 남의 아빠를 훔쳐 가!’ 축구를 하던 서후가 예나한테 공을 차려다가 그만 교무실 유리창을 깨버렸고, 서후는 교감 선생님한테 혼이 납니다. 벌을 서는 동안 곁을 지키는 예나한테 “죽을 때까지 우리 아빠는 네 아빠가 아냐! 왜 남의 아빠를 훔쳐 가!”하고 화를 내지만 예나는 “그럼 오빠도 우리 엄마 훔쳐 가면 되잖아! 오빠가 우리 엄마 훔쳐 가도 나는 오빠를 도둑이라고 안 해!”하면서 지지 않습니다. 예나와 새엄마를 자꾸 밀어내려는 서후, 아빠 엄마 오빠가 함께 사는 우리 집에 제일 좋다고 말하는 예나. 두 아이는 조금도 물러섬이 없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어른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이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저도 노력하고 있단 말예요……’ 새엄마가 떡볶이를 해주었지만 서후는 입도 대지 않습니다. 새엄마와 예나를 함부로 대하는 서후를 말없이 지켜보던 아빠는 “네가 원하는 대로 새엄마랑 예나를 돌려보내면 편하겠냐?”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서후는 “저도 노력하고 있단 말예요…….” 그런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우리는 그 말을 통해 서후 마음 한편에 새엄마와 예나가 서서히 가족으로 자리매김되어 가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오줌 공격을 받아라!’ 비가 몹시 내리던 날, 예나가 우선을 들고 왔지만 서후는 우산을 빼앗아버립니다. 좋아하는 떡볶이를 혼자 맛있게 먹고 공원으로 간 서후는 꽃들에게 오줌 공격을 퍼붓습니다. 특히 예나가 좋아하는 튤립꽃에 오줌 공격을 가장 많이 퍼붓습니다. 예나는 학교에 갈 때마다 튤립꽃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향기를 맡고는 합니다. 서후는 꽃향기가 아닌 오줌 냄새를 맡을 예나를 생각하며 한바탕 신나게 웃습니다. 아직도 가족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교문 앞에서 비를 맞고 있을 예나를 생각하는 서후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얼음장 같던 서후의 마음이 차츰 녹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지금 꾀병을 부리는 거야!’ 많은 비를 맞은 예나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서후는 병원에 갔던 예나가 축 처진 채 업혀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조금 미안해합니다. 그러면서도 예나가 꾀병 부리는 거라고 고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다 벽에 붙어 있는 가족 얼굴 그림을 보게 됩니다. 아빠, 새엄마, 서후 얼굴만 있고 예나 얼굴은 없습니다. 현관에 아무렇게나 놓인 네 켤레의 신발은 두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서후의 마음을 뜻합니다. 잠시 망설이던 서후는 흩어진 신발을 가지런히 놓습니다. 그 행동은 서후가 마침내 아빠, 새엄마, 서후, 예나가 한 가족이라는 것을 서서히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곱 번째 이야기‘울보는 싫어!’ 오랫동안 깨어나지 않는 예나 때문에 서후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서후는 크레용과 도화지를 꺼내 그림을 그립니다. 예나 얼굴입니다. 하지만 서후가 그린 그림 속 예나는 웃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슬픈 표정입니다. 서후는 그림을 박박 찢어버립니다. 다시 그린 그림 속의 예나는 활짝 웃고 있습니다. 서후는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슬퍼한다면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가족은 헤어지는 일 없이 늘 함께 살아야 한다는 서후의 생각은 그림이 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힘주어 꾹꾹 눌러 붙이는 행동을 통해 또렷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건 서후가 독립적으로 많이 성장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여덟 번째 이야기‘우리 잘 살아보자!’ 예나와 새엄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잘 살아 보고 싶은 서후의 마음이 담긴 내용입니다. 서후는 예나가 먹어야 할 약봉지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양이 너무 많습니다. 예나가 잠에서 못 깨어나는 것도 이 약 때문 같습니다. 서후는 예나도 엄마처럼 깨어나지 못할까 봐 무섭습니다. 엄마는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끝내 깨어나지 못했으니까요. 처음에는 백설공주처럼 오랫동안 못 깨어날 것을 염려했지만 이제는 엄마처럼 영영 안 깨어날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약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서후는 예나가 먹을 감기약을 지으려 공원으로 향합니다. 과연 서후는 예나에게 무슨 약을 지어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