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신랑, 눈먼 신부의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바지 답바지 이야기
감나무골 허 진사 댁은 인심 좋고,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고, 동네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남부러운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허 진사 부부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었지요. 바로 아들 석이예요. 심성 착한 석이는 장가갈 나이가 다 되었는데도, 말투가 어눌하고 하는 짓도 모자라 허구한 날 남들 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였거든요. 허 진사 부부는 부부가 죽은 뒤에 모자란 아들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지 걱정되었어요. 그래서 얼른 좋은 배필을 찾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매파에게 혼사를 부탁했지요. 아들이 모자라니, 아들의 배필은 총명했으면 하고 바라면서요. 허 진사 부부의 바람은 곧 이루어져, 석이가 혼례를 치르게 되었지요. 그런데 석이가 잘 살려면 혼례를 치른 후 신부와 얼마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 상황이 못내 마음에 안 들었지만, 허 진사 부부는 매파의 말대로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보낸 후, 신부를 친정으로 보냈어요. 그리고 신붓집에서 보내와야 하는 이바지 음식을 먼저 준비해서는 석이에게 직접 신붓집에 가져다주게 했지요. 석이 어머니는 석이가 신붓집을 잘 찾아갈지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석이는 신부를 볼 생각에 신이 났어요. 동네에서 바보 취급당하는 석이가 멀리 있는 신붓집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바지 음식도 잘 건네고, 그토록 보고 싶은 신부의 얼굴도 볼 수 있을까요?
진실한 마음이 불러온 최고의 기적
석이는 어머니가 알려 준 길을 “꼬부랑 고갯길 꼬부랑꼬부랑 넘어간다. 이바지 저바지 답바지 메고~ 갈래갈래 두 갈래 길은 주렁주렁 살구나무 길로, 이바지 내바지 답바지 메고~ 돌아 돌아 쭉쭉 뻗은 대나무 길은 엽전 세고 우물물 꿀꺽! 이바지 네바지 답바지 메고.”라며 노래를 부르면서 이바지 음식을 등에 메고 신나게 길을 나섰어요. 노래 덕분에 석이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지요. 석이는 열심히 신붓집을 향해 길을 걸었어요. 그러다 누더기 차림의 스님을 만나자, 심성 착한 석이는 이바지 음식을 꺼내어 스님께 드렸어요. 또, 길 찾기를 도와줄 듯하다가는 계속 딴짓만 하는 삽살개에게도 이바지 음식을 나누어 주며 열심히 신붓집을 향해 나아갔지요. 드디어 신붓집에 도착한 석이는 그곳에서 자기가 그토록 사랑하는 신부가 눈먼 봉사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석이는 신부가 장님이라는 말에 실망하기는커녕 앞 못 보는 신부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지요. 석이의 신부를 향한 진실한 사랑과 뭐든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착한 마음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기적을 일으키는데요, 과연 어떤 기적이 일어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