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이 누이거늘 내가 도리어 울고, 나를 장사지낼 사람이 누이거늘 내가 도리어 장사지내니, 천리가 잘못되고 인사의 변고다.... 나는 이승에 있고 너는 저승에 있는 서러움이, 함께했던 일을 따라 일어나는구나.
달이 밝으면 너를 생각하고, 바람이 맑아도 생각하며, 꽃이 피어도 생각하고, 잎이 떨어져도 생각한다. 자다가 깨어도 생각하고, 길 가다 멈춰도 생각하며, 근심되어도 생각하고, 즐거워도 생각하며, 배불러도 생각하고, 따스해도 생각한다.”
한글 제문은 이렇게 한글로 쓴 제문입니다. 장례식(소상 및 탈상) 때 고인을 애도하는 마음을 우리말로 적어 낭독한 한글 제문은 한문 제문과 비교해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단순히 한문을 한글로 바꾸었다는, 표기 수단의 변화만이 아니라, 한문을 아는 상층 남성들만의 제문을, 한글을 아는 사람들의 문학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낭독 현장이 울음바다로 바뀌곤 했다는데 그럴 만합니다. 한글 제문은 지역 문학이라는 특징도 지닙니다. 주로 안동을 중심으로 경북지역에서 향유되었기 때문입니다. 판소리가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문학이라면, 경북을 대표하는 문학은 한글 제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문 제문을 읽을 때와는 달리, 한글 제문을 읽으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한문 제문과는 달리 한글 제문은 우리말 어순이라서, 듣는 이들에게 직접 전달되었기 때문에 공감력을 발휘한 것이지요. 한문 제문도 영전에서 낭송했다지만, 함께 우는 일은 없었답니다.
이 한글 제문 40편을 한데 모아, 사진과 함께 상세한 해설 및 감상을 덧붙인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