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오키나와제도로 여행을 갔다가 평화기념공원이라는 곳에 한국인 위령비가 있다는 것을 듣고 찾아간 적이 있다. 찾는 이 없어, 비어 있는 향로를 보며 착잡한 마음에 향을 사서 꽂아 놓고 향불이 타는 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돌아섰는데, 한 아주머니가 내게 한국 사람이냐며 말을 걸어왔다. 한국인이라기엔 조금 서툴고, 일본인이라기엔 아주 능숙한 그 어딘가의 모국어에는 반가움과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민족은 그날의 대화를 통해서야 내게 실체가 되었다. 물론 이렇게 직접 만나 보지 않아도 당신은 고려인과 재일한국인 등 우리 민족이 해외의 여러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그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는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도 알고 있을까? 아마 대다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재외동포 중 재일한국인이 처한 상황과 교육에 관해 논한 책이다. 제목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겠지만, 현재 그들의 교육은 경계선에 서 있다.
누군가가 경계선에 위치한다는 것은, 그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위치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재일한국인은 그중에서도 핵심적 권리인 교육을 받을 권리에 있어서 소외되고 있다.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 아래 한민족으로서의 교육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겪고 있는 한편, 그들을 도와야 할 민족인 우리 정부에서는 그들에 대한 지원에 소홀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처한 상황이 정확히 어떠한 상황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먼저 재일동포들의 인권에 대한 사항과 민족의식의 양상, 민족교육의 역사를 논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민단과 한국학교 등 민족교육의 상황에 대해서 논하고, 참고할 수 있도록 주요 선진국의 재외국민에 대한 교육정책을 논한 뒤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하여 논하고자 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재외동포의 교육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그들의 교육은 그들이 속한 나라에서 신경 써야 할 일인 것 아닐까? 물론 그 나라에서 그들이 거주민으로서 인간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족은 ‘상상된 공동체’라고 하지 않는가. 민족의 사전적 의미는 “인종, 문화, 언어, 역사 또는 종교와 같은 전통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인간 집단”이며, 이 중 인종을 제외한 요소는 모두 ‘교육’을 통해서 형성된다. 그렇기에 이처럼 여태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재일한국인의 교육 상황 및 교육의 역사를 살피고, 한 민족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지원 등에 대해 살피고자 한 저자의 노력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