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에서 여덟 번째 시집에 이르기까지 강영은의 시는 시적 형식과 내용의 양 측면에서 연속성과 변모를 동반하면서 다양하고 복잡하게 전개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강영은의 시는 선행 비평가들이 유효 적절히 언급한 대로 몸에 새겨진 기억과 감각, 궁극적 자아 탐구와 심미적 욕망의 형식, 언어에 대한 자의식(유성호), 귀거래의 형식과 신화적 상상력, 주름과 그늘의 깊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탐색(이재복), 가면·상처·반야로서의 사랑, 사랑의 양력과 부력 사이에 기입된 존재의 주름과 휨, 에토스이자 미토스로서의 사랑(김석준), 심미적 주관성을 투사하는 ‘그려지는 이미지’, 중력과 부력이 작동하는 주술 관계의 도치와 품사의 의도적 오용, 비선형적 각도로 굴절되는 전도와 전복의 방법론(홍용희) 등의 시적 특성들을 보여주었다. 여덟 번째 시집인 이번 시집은 이처럼 다양하게 분기되고 복잡하게 얽히면서 전개되어 온 여러 갈래의 시적 물줄기가 하나의 바다에 수렴되고 결집되면서 강영은 시의 원형적 범주를 큰 틀에서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이 원형적 범주는 마치 여러 줄기의 강물이 끌어온 모래들이 드넓은 바다에 모이고 침전된 후 누적되어 솟아오른 네 개의 섬처럼 이번 시집의 전체적 구성을 이루는 1부, 2부, 3부, 4부라는 네 개의 영역으로 형상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