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하여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문재인 정부는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는 대북, 대미정책을 추동하면서 동북아 국제정치를 주도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을 소외시키지 않고, 북일 대화를 지지하며, 납치자 문제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일본 측은 대화 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다. 트럼프 정권의 대북정책에 끼어들어 북미대화를 방해하기도 하였다.
2017년 12월 한일 위안부합의 검토 보고서가 나왔고, 한국 정부는 한일 합의를 그대로 존중하며,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다만, 완전한 해결이 될 수 없으며, 진실과 원칙에 입각하여 역사문제를 다루어 가겠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반발하면서 합의를 뒤집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위안부합의’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인식은 너무나 차이가 컸다. 일본 측의 ‘해결’ 인식은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쟁점을 두 번 다시 제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 일본기업의 배상을 명시한 대법원 판결과 11월 화해치유재단 해산 이후, 양국 관계는 긴장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일본은 2019년 7월 대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하였고, 한국 정부는 이에 맞대응하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하기로 하였다. 제주도 관함식에 일본 자위대함정 욱일기 논란, 한일 간 초계기 사태, 국내 노재팬(No Japan) 운동이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관계는 정부 간 관계에서 표면적으로 개선되었지만, 양국 시민의 상호인식, 특히 한국내 대일 호감도는 오히려 하락하였다. 1998년 10월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의 본질은 양국 정부 뿐만 아니라, 국민간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과거사 쟁점을 외면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양국 국민이 공평하고 정의롭게 수용할 수 있는 양국관계를 끊임없는 대화와 노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한일관계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강제징용 현금화 가능성, 후쿠시마 오염수에 의한 환경 파괴,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시도는 물론, 일본군 ‘위안부’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독도 영유권 논쟁과 교과서 왜곡사태 등, 한일 간 쟁점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고, 한국 국민의 불만은 누적된 상태이다. 일본 정부와 국민도 윤석열 정부 대일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불만과 일본의 불안이 상호 교차하는 이유는, 바로 동북아 협력과 번영, 한일 화해와 남북 통일에 기여하는 한일관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끔 한일관계를 고민하다보면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惠三) 총리가 그리워지곤 한다. 지금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시절에, 어떻게 1998년 10월 “21세기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도출해 낼 수 있었을까. 한일 양국 정부와 국민은 비로소 상대방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사죄와 반성,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등의 비전을 실천한 위대한 두 분 정치가의 리더십을 되돌아보게 된다. 선진국인 한국과 일본이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면 동아시아 국민은 모범생 간 협력모델을 찾기 어렵고, 결국 아시아를 벗어나 미국과 유럽을 지향하는 탈아입구(脫亞入歐)로 간다는, 지명관 교수님의 말씀도 반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