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국제법 전문서적이 다수 있음에도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간명하다. 로스쿨 출범으로 국제법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는 당시 전망과는 달리 매 학기 초 마다 폐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의 개설을 위해서는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그래서 변호사시험 과목으로 국제법을 선택한 로스쿨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 책은 새로운 국제법 내용을 소개하고자 의도하는 것도 아니며, 또한 더구나 국제법 모든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룬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동안 10년 이상 변호사시험에 출제되었던 조약법, 국가책임법 그리고 국제경제법 일부만을 다룬다. 조약은 국제법의 대표적인 법원이다. 국제법적 규제나 대응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조약은 불가결하다. 조약은 오늘날 국제사회의 민주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약의 체결과정에 일국일표(一國一票, one State one vote) 원칙이 적용된다. 현재 국제사회에 적용되고 있는 조약은 대략 10만개(약 6만개의 조약은 UN사무국에 등록되어 있음)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시행 중인 ‘법률’은 헌법 1건을 포함 1614건이다(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법령통계 및 현행법령, 2024년 1월 2일 기준).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약은 3,506건(다자조약 742건)(출처: 외교부 조약정보, 2023년 12월 31일 기준). 한마디로 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은 국제법 분야가 없다. 그래서 국제법에 대해서 공부하기 위해서 우선 조약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 책의 집필 목적인 변호사시험에도 조약법은 매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국제법상 국가책임은 국제법이 법이라는 점을 명징하게 확인해주는 법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은 법의 기본 개념이다. 책임은 법질서 및 법규범의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제법의 가장 주요한 주체인 국가의 잘못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국제법이 법규범이기 위해 필요한 명제이다. 법이 침해되더라도 그에 대한 법적 결과(legal consequences)가 없다면 그것은 법이라고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국제법상 국가책임법은 이런 국가의 국제법상의 국가의 국제책임에 관한 법규를 담고 있으며 역시 변호사시험에서 비중 있게 출제되고 있다. 이 책의 제4장 ‘국가책임법’의 내용은 「로스쿨 국제법사례연습」(제3판)의 저자 집필 부분을 발췌, 수정, 보완하였음을 밝힌다. 그리고 국가책임법 규정 초안은 아직 발효된 조약이 아니라서 대한민국 정부가 공포한 공식적인 번역본이 없는 상황이다. 국가책임법 규정 초안의 한국어 번역은 다양한 버전이 있고 각각의 번역에 따라 규정 초안의 내용이 다르게 전달될 수 도 있어서 해당 조문에 대한 번역본과 함께 규정 초안 원문을 표기하여 독자들이 초안 원문과 번역문을 비교하면서 학습하기 쉽도록 하였다. 이런 방식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영어로 된 법조문 및 법률용어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을 높이고자 하는 바램도 있다. 한국어 번역문은 변호사시험용 〈법전〉에 수록된 ‘김석현 교수의 번역문’이다. 이 책의 세 번째 주요 내용은 ‘GATT의 기본원칙과 일반적 예외’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국가의 역할은 법을 통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제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시대에 깊숙이 진입해 있다. 그래서 국제경제질서가 국제관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경제를 규율하는 대표적인 국제조약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이른바 GATT이고 이 협정은 오랜 동안 국제경제질서를 지배하는 규범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변호사시험 출제 경향을 고려하여 GATT를 바탕으로 한 국제경제법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을 살펴보고, 이들 원칙에 대한 일반적 예외에 대해서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