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쌍방 과실〉
이게 친구면 난 친구 없어!
명문 고등학교 3학년생 전보통은 3년째 전교 3등을 기록 중이다. 그는 전교 1등이 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기 위해 소원을 이뤄 준다는 벽으로 유명한 떡볶이집 ‘또와분식’을 찾고, 그 방문을 계기로 전교 1등과 2등의 짝사랑 상대를 알게 된다.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면 자신이 전교 1등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보통은 그들을 도우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연애할 생각이 없다. 짝사랑 상대를 향해 “좋은 친구로….” “잘 지내보자.”라는 말이나 건네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다 못한 보통은 전교 1, 2등 커플 만들기 대작전에 돌입한다.
〈90ft〉
내 짝꿍 안혜민이 ‘강철의 손녀’였다니!
‘강철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명 야구 선수 안민성의 딸 안혜민은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 왔다. 아버지의 유명세 때문에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이사 때문에 학교를 옮기게 된 혜민은 아버지의 존재를 비밀로 하고 새 친구들과 함께 야구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리라 결심한다. 그러나 전학 간 학교는 아버지의 모교인 데다, 야구부가 존재하며, 1년에 한 번 열리는 티볼 대회에 전교생이 목숨을 거는 곳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철의 아들’을 동경하는 야구부원 목우연의 짝이 된 혜민은 그에게 비밀을 금세 들키고 만다. 비밀을 둘러싼 협박으로 인연을 시작해 버리는 바람에,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호감을 쉽게 표현하지 못한다.
〈무촌 사이〉
진짜 살다 살다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
서울대 입학을 향해 순조롭게 달려가던 전교 1등 유우진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는 공성희를 수행 평가 파트너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우진은 성희를 과제 수행에 끌어들이려 애쓰지만, 인터넷 ‘얼짱’이자 배우 지망생인 성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릴 셀카를 찍는 데 열중할 뿐이다. 결국 지쳐 화를 내는 우진의 모습을 보고 그의 외모를 재발견한 성희는 수행 평가에 협조할 테니 미니홈피용 사진 모델이 되어 달라 요구하는데, 우진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둘은 ‘유명해지고 싶다’, ‘서울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상대방의 소원이 이루어져선 안 되는 이유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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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교시, 소원을 비는 시간
고등학교의 정규 수업은 대개 7교시로 끝난다. 방과 후 수업이 한 시간 더 이어지니 사실상 8교시까지 진행되는 셈이다. 여덟 과목의 수업을 듣고, 그 사이사이에 친구들과 어울리며 짝사랑 상대를 훔쳐보고, 또 그 중간중간에 막막한 미래를 고민하다 보면 그날의 모든 학교 일정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할 일을 다 한 학생들은 9교시에 소원을 빈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짝사랑이 이뤄지게 해 달라고, 꿈꾸는 직업을 갖게 해 달라고.
10대들의 간절한 소망은 학교 근처의 분식집 벽에 새겨지기 마련이다. 《9교시 소원》의 모든 수록작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는 ‘또와분식’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 유명 여배우가 학창 시절 적은 소원이 이뤄졌다는 사연으로 유명해 전국의 학생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의 명소다. 영험한 곳이니만큼 중요한 소원을 정확하게 빌어야 할 텐데, 이곳에 주인공들이 적은 글귀는 하나같이 이상하다. 평소 버릇처럼 말하던 소원과는 영 동떨어져 있거나, ‘제가 할 수 있을까요?’라는 자신감 부족한 의문문이다. 심지어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게 해 달라’는 소원이 적힌 종이를 무려 코팅해 온 사람까지 있다.
‘진정한 내 소원’을 찾아서
주인공들의 소원이 엉뚱한 이유는 자신과 바깥 세계 사이의 경계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소원과 다른 나만의 소원을 찾지 못해서, 내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여서 혼란을 겪는 것이다. 경계를 파악하려면 바깥을 향해 달려 보는 수밖에 없다. 다른 존재의 다른 세계를 만나 부딪쳐야만 한다.
필요하긴 하지만 위험한 그 일을 기꺼이 감수하게 해 주는 감정 중 으뜸은 단연 사랑이다. 그리고 모름지기 사랑 이야기는 두 사람이 서로 반대편에 서 있을 때 가장 짜릿한 법이다. 《9교시 소원》의 주인공들은 자신과 가정 환경, 성적, 취향, 성격이 정반대인 같은 반 친구를 마음에 품은 죄로 연일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젓고 소리를 지르느라 바쁘다. 수없이 상처 입으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은 10대들은 자신의 위치와 한계와 가능성이 서서히 또렷해지는 것을 감지한다.
풋풋한 연애담과 싱그러운 성장담을 발랄하게 연결한 하이틴 로맨스 앤솔로지 《9교시 소원》의 작가진은 시즌 2까지 제작된 하이틴 웹 드라마 〈에이틴〉의 김사라 작가가 꾸린 ‘사라있네 작가 팀’이다. 수년간 요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온 작가의 트렌디한 감각은 내용뿐 아니라 책의 형식에도 녹아 있다. 주인공들이 존재하는 세계의 일원이 되어 그들이 했던 고민에 즐거이 빠지게 해 주는 특별한 페이지를 마주하게 된 독자 여러분이, 부디 소원으로 그 페이지를 가득 채워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