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쌓이지도, 녹지도, 깃들지도 않을
달콤한 추락에 관한 이야기.
넘치는 재화와 끊임없는 소비, 멀리 뻗은 관계망과 발밑에 깔린 무관심, 떠들썩한 가십과 공허한 진실 등… 그렇게 우리는 풍요 속 빈곤을 살아가고 있다. 자주 결핍을 느끼고, 쉽게 그것을 채우며 또 깊이 중독되는 삶. ‘마약’ 또한 이젠 마음만 먹으면 손에 쥘 수 있는 중독 중 하나다. 청소년들이 마약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성적 스트레스, 관계 속 불화, 우울증, 강박 때문에 시작하기도 한다.
《슈가 타운》의 유나 또한 그러하다. 갑작스럽게 엄마와 이별하고, 무기력한 아빠의 그늘에서 유나는 외로움을 앓는다. 틴 케이스 속 슈가 한 알이 가져다주는 새하얀 풍경과 따뜻한 그레텔의 미소는 유나의 외로움을 채우기에 잠깐, 아주 잠깐은 충분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허상에 불과하다. 유나는 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가리고 덮고 지워 내지만, 정작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세상이 잘못 아닌가요?’라고 말할 수 있다. 무너지기 위해 설계된 게임은 아닐지 탓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씁쓸한 탓과 무수한 핑계를 뿌리치고도, 어렵게 어렵게 살아 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은 귀하고 소중하니까. 이 지리멸렬한 애틋함이 벼랑 끝에 매달린 나를 구하기도 한다.
필사적으로 유나의 허리를 움켜잡았던 마녀는 어쩌면, 유나가 미처 다 지우지 못한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달콤한 과자 집을 찾기 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떨어트려 둔 빵 부스러기 한 조각일 수도 있다. 이 이야기 또한 숲속에서 길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그런 역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