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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우리는 우리

  • 이종섶
  • |
  • 여우난골
  • |
  • 2024-03-05 출간
  • |
  • 155페이지
  • |
  • 124 X 198mm
  • |
  • ISBN 979119265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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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 다음은 시집에 관하여 나눈 이어진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Q]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주제라고 하니 과연 주제가 있었나 싶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시를 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면에 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제는 분명 있다. 시인으로서 살아가면서 시인으로서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한 시인의 내면에, 존재적이고 당위적으로 흐르고 있는 의식의 꺼지지 않는 것들이다. 그것들이 한 편의 시가 되어 나오고 그 시들이 묶여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현재가 나아가는 미래다. 그러나 희망이 아닌 불안과 혼돈의 미래다. 관심의 시선 또한 지구적이고 우주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불안한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의 불안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그 인간이 점점이 포화상태로 허물어져가는 지구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러한 것들이 내 의식의 흐름이 흘러가고 있는 방향이다.
아마도 내가 시를 동안은 형태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이 의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이 절대 의식은 그 각각의 내용과 대상에 따라서 발성과 색채가 상이할 수는 있어도 그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의식의 발현은 더 심화되었으면 심화되었지 결코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Q] 이번 시집의 특징은?
그림으로 설명하면 좋겠다. 실제로 시집을 준비하면서 피카소를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시인의 말에 피카소를 쓸까 말까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생각에서는 피카소를 언급하고 싶었는데 흐름에 관계 없이 튀는 것 같아서 가슴속에서 통통 튀는 그 피카소라는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다.
피카소는 구상과 추상의 중간 쯤에 있는 화가라고 생각한다. 구상의 요소도 있고 추상의 요소도 있다. 구상으로 보면 그 구상을 비틀거나 단순화하면서 구상을 해체하거나 정리한다. 추상으로 보면 그 추상의 의미망을 구상적인 도형과 선과 면으로 눈앞에 조형한다. 내 시는 말하자면 그런 의미에서 피카소적인 시다. 피카소의 시가 아닌 피카소적인 시라는 말이다.
피카소는 입체파 또는 입체주의라고 한다. 미술에서 말하는 입체파를 문학에서 언어로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그런 의미와 시각까지를 함께 생각하면서 즉 입체주의라는 개념을 생각의 저변에 깔고 시 작업을 했다는 말이다. 언어와 글자로 그리고 그것들이 풀어내고 모으고 하면서 언술해내는 입체적 의미망의 파장이 과연 피카소의 그것과 어느 정도 상응할지 또는 피카소의 그것을 시라는 이름으로 조금이나마 해내고 있는지 나 자신부터 궁금하다.
이런 결과물에 대한 반응 여부에 따라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깊어질지 아니면 시들시들해질지 아니면 또 다른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될지 나는 모른다. 나는 결국 피카소가 아니니까. 피카소가 되지 못했으니까. 피카소조차도 피카소가 되지 못했으면 피카소일 수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니까.

[Q] 나는 어떤 시인인가?
나는 좋게 말하면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평범하게 말하면 실증을 잘 내는 시인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가 하는 일에 물리거나 식상해 하는 성향이 남들보다 많다고 생각하는 시인이다. 그래서 관심 분야도 참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아주 많았다. 오죽했으면 한 우물만 파야 하는데 여러 우물을 파다가 망한 사람이라고 나 자신을 그렇게 농담조로 소개했을까.
나는 백남준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시인이다. 백남준의 성공을 닮은 게 아니라 성향을 닮았다는 말이다. 음악을 전공했으나 비디오 아트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탄생시킨 백남준……. 윤이상은 될 수 없어도 백남준은 될 수 있다고 저 밑바닥의 생각 한켠에 남아 있는 바로 그 백남준.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딴 궁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조금도 공개하지 않은 작업도 있고 만일 나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면 완전히 새로운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은 꿍꿍이도 마그마처럼 가지고 있는 시인이다. 때로는 그것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적절하게 그것을 다스릴 줄도 알아서 그냥저냥 살아가는 시인의 처지를 받아들일 줄도 아는 시인이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조차도 사치인 것 같아서 주섬주섬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줄 아는 시인이다.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 해설 들여다보기

“디스토피아의 사막에서 길어 올리는 칸타타”


시가 문명의 앞날을 예측하기는 쉽지만, 그러한 시적 예감은 언제나 시인이 지니고 있는 예술적인 감각과 현실비판의 눈을 저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하다고 할 때 이종섶의 시는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특별한 인식을 제공한다. 그의 시는 과학적이면서도 시적인 상상력을 동원한 우리 시대의 ‘일기예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인간이 행한 온갖 기술적 응용과 사회문화적 아비투스가 맞이하게 될 종국적인 표정에 예리한 시적 언어를 들이댄다. 그 형식은 알레고리나 상징, 혹은 언어유희 등이다. 이런 시적 방법은 그동안 세계를 조망하고 비판의식을 거두지 않으면서 시인이 획득하게 된 새로운 형식이다. 무덤덤한 어조로 시적 세계에 놓인 사태를 그리는 풍경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와 세계에 던지는 은유로 가득 찬 경고장이다. 그래서 그의 시들이 전달하는 암울하고, 어둡고, 축축한 디스토피아적 풍경에서 우리는 마음과 몸을 짓누르는 묵직한 질량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
부분은 바로 전체이며, 전체와 동일
금속함량비를 가진 태양의 권력은
마지막 순간 중심에 블랙홀을 남긴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전체주의
진리는 천체라는 깃발 아래 결집된다
초기 질량이 태양 이하인 행성들이
산업사회를 과격하게 배척할 때
정복을 독점하는 전체가 폭발한다
절대군주의 업적은 인공천체의 조직화
전개 과정을 반납한 일부가
통제의 전체성으로 확보한 진리
전체로만 천체에 포함되는 기원이다
- 「대폭발」 부분

시 「대폭발」은 이번 시집에 실린 첫 번째 시편이다. 마치 서시처럼 다가오는 듯한 시다. 단어를 꾸미는 형용어나 수식어가 없이 건조한 구절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 메마른 문장구조가 품은 어떤 암울한 징조는 ‘우주적’ 창조와 질서 및 배열을 진술하는 속에 차차 증대되어 어딘가 희망을 탈취당한 시공간에 우리 인간이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져 있다는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통제의 전체성으로 확보한 진리/전체로만 천체에 포함되는 기원이다”라는 구절에서 느낄 수 있듯이, ‘통제’나 ‘전체’가 야기하는 전체주의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시적 정조다. 시인이 위 시에서 그려 보이는 우주적인 기원의 내용들은, 그것이 진실이든 상상이든 오래전부터 인간이 불안하게 점쳐 왔던 어떤 이데올로기의 형성과 이에 발맞춘 인간 군중의 형상을 쉽게 떠올리게 된다. 개개의 자유의지조차 전체의 기획에 포섭되고 마는 ‘우주 질서’에서 인간의 의미와 가치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어떤 ‘통제’나 ‘전체’의 방향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시인이 독자들에게 존재의 암울한 기원과 전개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비극적인 세계관을 피력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가 창작된 이면에 놓인 우리 사회의 지성과 사회적 방향에 대한 물음이 중요하다. 시인은 ‘존재’의 기원에 대한 상상을 시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현대사회가 만들어 내는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방향이 불러일으킬 어두운 징후를 선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말하는 자기와 듣는 우주의 물질 단위는 인칭이다
집이나 공간의 둘레에 인칭대명사가 별이 되고
천 개 이상 모여 은하계라는 소우주를 형성한다
막기 위하여 축조한 건조물을 가리키는 일인칭 소우주는
1천억 개 담을 관측하는 대우주 밖을 모른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밖에서 안을 보호하면서
3인칭 복수의 침입을 막는 문법을 정비하는 것
말하는 자의 안이 보이지 않는 초기 모델은 지구중심설
높지 않은 사람의 공간을 다른 성격으로 구분한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이용해 천체의 울타리를 만들면서
지구중심설에 비인칭이 제기되었다
자기를 포함한 담을 언제부터 쌓았는지 밝히기 어려워
코페르니쿠스는 정밀한 천문법으로 태양중심설을 가미하였다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뉴턴이 만유인력의 존칭을 발견하면서
성읍국가시대의 고전 역학에 우주론이 접목되었다
행랑마당과 사랑마당을 구분해 놓은 담은
두 공간 사이 친밀한 관계를 나타낸다
우리 먼저 나간다 수고해라
지배 집단과 피지배 집단 사이에 주거 차이가 발생하면서
말과 언어의 관측 기술이 고도로 발전되었고
존귀한 인류는 하나밖에 없는 태양이 우주에서
수천억 개 은하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말하는 방향으로 균일하게 분포된 우주는
가장자리도 아랫목도 중심도 없다
신분에 따른 위엄을 자손만대 잇기 위하여
낮은 사람을 상대하는 극성에 군림한다
거대한 공백에서 소용돌이치는 거품을 먹고 산다
담과 같은 구조물로 추정되는 20세기 초의 발견
우주가 시작되었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
- 「우리는 우리」 전문

시집의 표제작인 시다. ‘인칭대명사’를 사람뿐만 아니라 행성을 포함한 우주 범위로까지 확대했다. 여기에는 지구중심설이니 태양중심설이니 하는 근대 우주관에서부터 시작하여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지나 “지배 집단과 피지배 집단 사이”의 “주거 차이” 발생을 지적하고, “신분에 따른 위엄” 같은 신분 제도적인 측면까지 짚으면서 앞서 「대폭발」과 같은 우주론을 논한다. 필자는 독특한 시적 전개 방법을 사용하는 시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보다는, 이런 시적 형상화를 통해 환기하는 이미지에서 어떤 의미를 건져낼 수 있는가가 더욱 절실해 보였다. 그러니까 시인은 이러한 일련의 ‘우주론’을 사회·역사적이고 풍속적인 내용을 가미한 독특한 시 형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시적 형상화를 통해 촉발된 의식인 만큼 그 해답의 유무 또한 큰 의미는 없다. 독자는 시를 읽고 저마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사고방식과 감성으로 걸러내기 마련이다. 수용미학에서 말하는 독자의 반응이 시를 읽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면, 위 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존재 방식과 실존의 반성을 끄집어낸다. ‘우주’까지 확대되는 사고의 팽창은 독자들에게 ‘두통’을 일으키지만, 이러한 감각적인 반응이야말로 시가 만들어 내는 효과인 셈이다. “행랑마당과 사랑마당을 구분해 놓은 담은/두 공간 사이 친밀한 관계를 나타낸다/우리 먼저 나간다 수고해라” 같은 진술이 위 시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까닭도, 어쨌든 시인의 현재 의식이 우주로까지 확대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온 ‘시적 요소’일 것이다. ‘담’은 주체와 타자를 갈라놓는 경계이면서 한편으로는 ‘나’와 ‘우리’, 그리고 ‘공동체’나 ‘집단’의 결속을 공고하게 하는 구조물이기도 하다. 그 담을 경계로 해서 문화가 생겨난다. 이러한 문화는 지속과 유전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더러 분별과 구분의 방편이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라고 말할 때 전해지는 따뜻하고 다정한 동류의식이 알게 모르게 그 뒤편에 칼날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아이러니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
- 정훈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목차

시인의 말

[1부]

대폭발·15
고등어 고등법원·17
우주위험 위기경보·20
우리는 우리·22
Missa Solemnis·24
남북전쟁·28
탄저균·30
킬러그램·32
오픈핑거 글러브·34
오르간 오르가즘·36
멜라닌 멜랑꼴리·37
팬데믹·40
코호트 격리·42
따뜻한 북극·44
눈사람·46

[2부]

타임머신 올림픽·51
4인칭·52
올드 랭 사인·54
트랜스포머 유모차·56
감정손해보험·58
인간식물·60
리프팅·62
몬스테라 몬스터·64
치킨게임·66
트래쉬 토크·68
피처링·70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72
항중력근·74
토킹 스틱·76
리플리증후군·78

[3부]

십리벚꽃 심리학·83
가면무도회·86
신데렐라는·88
슬프지도 않은 노래의 후렴에·90
네일아트·92
녹턴·95
윌리엄스증후군·98
페이스오프·99
새장에 갇힌 혀·100
그리운 수용소·102
정조준·104
우산-샤갈의 쥬라기 마을엔 비가 내리고·106
백악기 공룡이 빙하기에도 살아남는 법·108
지도를 완성하는 날·110
바람을 먹고 사는 짐승·112

[4부]

세탁기·117
냉장고·118
나는 옷의 영혼·119
사막여우·120
금·122
못·124
어디선가 흐느끼는·126
풀의 지문·128
빈집·130
줄이 가장 나중에 썩는 이유·132
꼬리를 자르다·134
흙의 리콜·135
그림자·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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