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까지 미치시는 주님의 손길. .
주님의 인도하심과 만지심은 구체적이고 디테일합니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일상을 이끄시고 보호하시는 숨결입니다. 디테일한 것이 인간적이라 보통 얘기하지만, 하나님의 관심과 섭리는 내 생활 하나하나, 내 생각 끝까지 관여하십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볼 때 그분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지금의 내 존재 자체만으로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세월이 훌쩍 지나 어언 6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올해 2024년은 의미 있는 해입니다. 33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감하는 해이기도 하고, 20년간의 장로직을 사임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알고 내성교회에 출석한 지 일 년이 모자라는 50년 되는 해입니다. 한 치의 오류도 없이 꼼꼼하게 챙겨주신 하나님께 더 이상 무슨 소원이 있겠습니까?
순례자의 노래는 생명이 있는 한 계속됩니다. 앞으로 남은 길을 달려갈 때도, 나를 구원하시고 지키시는 신실하신 주님이 여전히 이끄시고 힘 주시리라 믿으며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요즘 번역 중인 책이 한 권 있습니다.『행복의 철학』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독일의 현대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루드비히 마르쿠제의 역작입니다. 저 유명한『일차원적 인간』,『에로스와 문명』의 저자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와는 형제가 아닙니다. 다만 두 사람 다 같은 시대에 활동한 유대인입니다. 행복을 찾기 위해 우리 인간은 고대로부터 무척 애를 써왔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나에게 행복의 순간은 어느 때였나, 나의 행복은 무엇이었나 생각해 봅니다.
나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 아내와의 결혼, 대학 교수 발령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또한 가고 싶었던 마지막 단계의 길을 다 갈 수 있다면, 나는 살면서 온갖 행복을 누리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 책은 2020년에 나온『먹이시고 입히시나니』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먹이시고 입히시나니』에서는 유년 시절부터 하나님을 만났던 청년 시절까지의 얘기가 들어갔다면, 이 책에서는 그 이후의 삶의 국면들을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신의 삶의 무게도 떨쳐버리지 못하는데 남의 인생사에 무슨 관심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러기에 이런 자전적 글은 자기 삶의 편린을 정리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번에는 책의 구성을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위에서 밝힌 대로 1부에서는 내 인생 이야기, 2부에는‘인간의 상태’라는 제목으로 현대 인간의 상황을 에세이식으로 풀어보았고, 3부에는 기독교 관련(주로 경건주의) 논문을 4편 실었습니다. 이 책이 단일한 성격을 띠지 못하고 잡다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글의 형식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는 면에서 요즘의 트렌드에 살짝 기대고 있다고 말하면 자기 합리화일까요?
아무쪼록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는 이 글로 인해 잠시나마 행복의 순간을 느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