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원인
역사적으로 본 미국과 러시아의 우호적인 관계
오늘날 우리가 접하고 있는 대부분 서구 학자들의 저작들은 서구 편향적일 뿐 아니라 특히 냉전 이후에는 대부분 러시아를 적대적 관계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독립할 당시 영국과 대립하고 있던 러시아는 미국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이후 양국은 사회, 문화, 예술, 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상호교류하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으며 알래스카를 양도받았을 때 미국에서 러시아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또 20세기에 들어와서는 1-2차 세계대전에서 두 나라는 동맹을 맺고 나치와 파시즘에 대항해 싸웠다.
냉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두 나라는 적대적 관계로 변했지만 1970년대 들어 두 나라 사이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고, 1985년 페레스트로이카, 1990년대 동구권 개방시대에 이르면서 경제협력이 왕성해졌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보면 두 나라는 적대적 관계로 충돌한 시기는 그리 길지 않고 오히려 서로 오랫동안 우호적으로 교류한 시기가 더 많았다.
두 나라의 사회구조의 유사성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문화적 가치와 사회제도가 서로 달라 적대적이며 또 심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반대의 극단에 있고 이익 또한 명백히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이유는 두 나라가 서로 양립할 수 있으며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두 나라는 중요 정신구조와 사회문화의 가치에서 유사성과 친근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 사이의 평화가 깨지지 않는 주요 요인이다.
두 나라는 방대한 대륙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대륙이다. 이런 대륙적 기질은 본질적으로 서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양국 모두 자급자족할 수 있는 풍부한 광물을 가지고 있으며, 지리적, 기후적, 지정학적 조건은 거주민의 정신구조, 문화, 사회조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강대국은 수십 가지의 경제적, 정치적, 정신적, 사회문화적 기능을 수반한다.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위성 국가’와 ‘영향권’으로 둘러싸여 있어야 하며 ‘완충 국가’에 의해 다른 강대국들로부터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강대국은 ‘제국주의적’일 수밖에 없으며, 강한 정부, 공무원 및 관료 조직, 강력한 군사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두 나라 모두 자신이 속한 대륙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팽창해 왔다는 점 또한 비슷하다. 과거 많은 제국들과 달리 두 나라 모두 군사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부족 또는 민족들의 자발적인 복속 그리고 주로 소작농 또는 농장주, 탐험가, 상인, 선교사 등 개척자들의 평화로운 침투를 통해 팽창해 왔다.
또 두 나라 모두 여러 인종, 종족, 민족, 문화 집단이 뒤섞인 사회다. 이는 단일 인종 집단보다 더욱 폭넓은 포용력을 가지며 정신과 문화는 단일 인종 집단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다. 이 같은 ‘다양성 속의 통일’은 두 나라 국민의 정신구조, 문화, 생활방식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인과 러시아인의 정신구조 및 종교의 유사성
이런 교류를 통해서 양국은 점차 단일 민족국가의 전통과 사회문화의 경직성으로부터의 탈피, 배타적인 성질이 사라지고 열린 마음과 폭넓은 정신적 시야, 사해동포주의를 가지게 된다. 이 같은 성향은 각자 사고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타인의 의견과 관습을 포용하며, 매우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평가하려는 실험 정신으로 나타난다. (양국의 정신구조가 유사성을 보이는) 이런 특성은 이질적인 구성과 "다양성 속의 통일"이 결합된 결과이다.
러시아의 종교
종교 또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정교를 받아들일 당시 콘스탄티노플 또는 비잔티움은 그리스-로마 문화의 최고 계승자였으며, 순수 예술, 과학, 철학, 법률 등에서 로마를 훨씬 능가하는 도시였다. 이후 비잔틴 기독교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러시아는 정부제도와 사회, 문화를 발달하게 하는 기본 요소가 되었다. 러시아의 선택은 포괄적이고 분별 있는 결정이었다. 러시아정교는 로마가톨릭보다는 덜 교조적이고 덜 권위적이지만 개신교보다는 더 교조적이고 더 권위적이다. 어떻게 보면 러시아정교는 양극단을 피하여 로마가톨릭이나 개신교보다 더 균형 있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의 종교 체계는 세계 어떤 종교만큼이나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사법 제도와 사회제도
흔히 러시아 정치 체제를 동양 특유의 전제정치로 규정하는 데, 이것은 일종의 신화다. 오히려 러시아의 사회제도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민주적이었다. 특히 러시아 여성들은 혁명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모든 공적 활동에 남성과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하였고 심지어 전쟁에도 참여했다. 특히 이혼 및 별거 비율은 대부분의 서구 국가-특히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러시아 가정은 오랫동안 대부분의 서구 국가보다 민주적이었다. 또한 지방자치와 농민자치를 살펴보면 러시아혁명 이전에 농민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모든 계급이 젬스트보로 알려진 독특한 농촌자치제도 또는 지방자치제도를 가졌다. 또한 법률 및 사법 제도에 있어서도 서구의 통설과 달리, 유럽의 여러 다른 나라 제도에 뒤지지 않았으며, 몇 가지 측면에서는 더 건전하고 인도주의적이었다. 예를 들면 엘리자베스 여제가 통치하던 18세기 중엽에 황제와 직계 가족의 살해 시도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이 폐지되었다. 이처럼 외국에서 유포되고 있는 견해와 달리 러시아의 기본 사회구조와 제도는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민주적이었다.
두 강대국의 충돌 원인과 화해 가능성
앞서 우리는 지리적, 기후적, 지정학적 조건은 거주민의 정신구조, 문화, 사회조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 자체로 방대한 대륙이다. 여러 다양한 민족들이 모인 이질적인 구성 속에서 오는 "다양성 속의 통일"이 결합된 결과, 개방적이며 대륙적 기질을 가졌다. 이 런 특성은 두 나라의 정신구조와 사회제도에까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소로킨은 여러 자료들을 통해 러시아의 기본 사회구조는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민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두 나라의 기본 가치 사이에는 화해 불가능한 갈등은 없으며, 또 사회문화는 본질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강대국의 충돌 원인과 화해 가능성
그러면 현재 왜 양국은 충돌하고 있는가? 그것은 힘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분쟁은 가장 강력한 국가 사이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지난 전쟁에서 양국은 가장 강력한 군사 대국으로 부상하여 두 나라 사이에 충돌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만일 러시아 대신에 프랑스나 영국, 이탈리아나 튀르키예가 제2의 강대국으로 부상했다면, 미국과 이들 나라 중 한 나라 사이에 충돌이 집중되었을 것이다. 이는 현시대 세계의 고유한 성질으로, 미국과 러시아로 기본 갈등이 양극화된 것은 지난 전쟁에서 두 나라가 강력한 군사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각자 불확실한 특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견지에서 보면 미국-러시아의 갈등은 러시아가 차르 체제이든 민주주의 체제든 아니면 다른 어떤 체제든 발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국의 갈등을 종식시키고 서로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물론 현재 격화되고 있는 수백 가지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야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널리 퍼져 있는 제도와 문화로는 지극히 어려운 과정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미국-러시아의 갈등을 그 강도와 규모를 약화시키고 ‘열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실행하여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현시점에서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두 나라와 인류 모두에게 공통적인 가치이자 관심사이므로 두 나라가 협력하지 않고서는 달성할 수 없다. 국유 경제냐 미국의 이른바 ‘자유 기업’ 경제냐 등 두 유형의 경제 체제와 정치 체제의 차이는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또한 두 나라가 양립할 수 없다고 선언한 모든 가치와 이익은 사실은 상대적이며, 약간의 지혜만 발휘해도 쉽게 화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두 나라에 공통적인 가장 중요한 가치 외에 다른 중요한 대부분의 가치들도 서로 조화를 이루고, 보완하거나 화해할 수 있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나라의 가치들이 겉으로는 충돌하고 화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평화를 위한 4가지 조건
지금까지 평화를 위한 수많은 계획이 실패한 이유는 평화를 위한 객관적인 사회문화적 조건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들이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류는 여러 민족과 국가 및 집단 사이에 양립할 수 없는 가치 체계가 존재하여 범세계적인 교류와 상호의존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분리된 국가, 민족 및 집단 내에 다수의 기득권이 존재하고 가치들이 충돌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처럼 인류가 여러 민족, 국가, 사회로 분리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국제조직도 작동할 수 없고 항구적인 평화도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다급한 조치들로는 그 목적을 이루기도 어렵고 항구적인 평화를 이룰 수도 없다. 따라서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조건이 필수적이다.
첫째 현시대의 문화적 가치들을 근본적으로 재통합하고 재평가한다.
둘째 이런 보편적인 일련의 기본 규범과 가치들을 모든 국가, 민족, 사회에 효과적으로 보급하여 주입한다.
셋째 전쟁 및 평화에 관련된 모든 국가의 주권을 명백하게 제한한다.
넷째 모든 국제 분쟁에 대한 결정을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강제할 수 있는 최고 국제기구를 창설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본 가치의 원자화와 상대화를 막으려면 주요 가치와 행동 규범을 강력하게 보편적인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기존 문화적 가치들을 재평가하고 통합하는 정신혁명과 도덕 혁명이 시급하다. 물론 여러 민족들의 모든 종교적, 윤리적, 법적 가치와 경제 및 정치조직, 다양한 문화를 동일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렇지만 여러 민족의 기본 행동 규범을 보편화하여 양립할 수 있게 할 수는 있다. 결국 개인 간 관계를 규율하는 위에 말한 규범을 국가 간, 민족 간 관계 등 모든 집단 간 관계로 확장해야만 전쟁의 참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깨닫지 못하면 인류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전쟁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전쟁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서 국가들의 주권을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박탈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쟁과 관련하여 주권을 가진 많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항상 전쟁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신성동맹(Holy Alliances), 3국 동맹(Triple Alliances), 국제연합 등 온갖 동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권 국가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있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국가가 주권을 쥐고 있고 그 정부가 전쟁과 평화를 결정할 자유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또 국가의 주권을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항구적인 평화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쟁과 관련한 모든 국가의 주권은 폐지해야 한다. 네 번째 필수 조건으로 모든 국가(및 많은 집단) 간의 모든 국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강력한 국제기구를 창설하는 것이다. 이 국제기구는 그 자체로 전쟁과 평화에 관한 모든 사항에 대해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덧붙여 이 국제기구는 각국의 대표로만 구성할 것이 아니라 세계 종교, 과학, 예술, 농업, 산업, 노동, 경영계 대표로 구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호전적이고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큰 다시 말하면 전쟁을 독점한 국가보다, 종교, 과학, 미술, 산업 및 농업 등 거대한 비정치적 조직은 인류 역사에서 훨씬 건설적이었으며 덜 파괴적이었다. 따라서 국제기구 구성원을 국가 대표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조직과 문화조직 대표자를 포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평화는 실현 가능할 것인가?
현재 인류는 이미 수많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기술적, 정치적 유대를 맺고 있으며 하나의 통일체로 결속되어 있는 진정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어느 한 지역에서만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또 현존하는 국가 및 각종 집단의 기득권 또는 상충되는 가치들의 저항도 역시 사실상 결정적으로 약화되었다. 최근에는 사회의 상류층조차도 거대한 변화를 반대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그들의 위치 역시 한 세대도 못 넘길 만큼 위태로워졌다. 그 외 부유층, 전문직 종사자, 중간계급은 사실상 국가 간 전쟁과 무정부 상태 같은 현존하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거나 상당한 영향을 받은 희생자들이다. 나머지 농민과 노동자 곧 대다수의 일반 대중에게 주권 국가들의 전쟁은 극심한 불행과 슬픔, 죽음만 가져다준다. 이들 계급은 주권 국가들끼리 전쟁을 벌이는 전장에서 희생했음에도 아무런 영광이나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재앙만을 당했을 뿐이다.
이제 초보적인 윤리적 감각을 가진 사람조차 인류 최대의 해악은 일단의 주권국가에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과거 사회에 큰 기여를 한 주권국가는 이제 사회를 파멸하는 근원이 되었다.
우리 세대는 망가진 사회문화 세계 한가운데 있다. 우리는 전쟁 없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과거 그것은 도달할 수 없었고 유토피아적이었지만 현재는 실현가능성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