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홍지수의 도전은 나름의 일정한(일정한 나름의) 자기 성취에 도달한 것으로 읽힌다. 그가 인식하는 시적 상황은 기본적으로 “전생이 궁금해서 쓸쓸한/저녁”이다. 지금 나는 무엇인가. 내가 직면하고 있는 이 경계는 무엇인가. 이런 궁극의 질문들이 시인을 ᄊᆞ고 돈다. 이런 화두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생살이는 바로 그런 질문을 실천적으로 수행하는 도정이다. 웃으면서 울면서 열받으면서 성공하면서 패배하면서. 그 벌어진 균열의 증상이 문학이기도 하고 철학이기도 하고 종교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의 인연으로 “사바세계를 건너는 중”(『새』)이며 “종교도 신념의 한 처소”(『무욕』)라고 신념하게 된다. 삶은 삶을 통해서만 깨우쳐진다. 종교적 수행이나 성찰은 종교의 소관이지만 언어예술이고자 하는 시는 일상적으로 전개되는 삶의 여러 상투성과 오작동에 기댄다. 미숙해서 어긋나고 덧나고 상처받는 인간에게만 시는 언어의 덧없는 길을 보여준다. 성숙한 인간에게 문학은 군더더기가 된다. 시시한 문자행위에 불과하다. 문학이 완성된 철학이나 종교와 불화하는 대목이다. 성자나 인격자들에게 시는 무슨 소용이겠는가. 문학은 인간으로 세상에 온 자들의 (적)극적인 헷갈림의 산물일 뿐이다. -박세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