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탁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어린이들을 위한 응원의 노래
이 책의 작가 최은영은 조물조물 빚으면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흙’에 대한 그림책 『나는 그릇이에요』, 눈을 감으면 어디든 여행을 떠나게 하는 ‘바람’에 대한 그림책 『불어, 오다』에 이어, 이번에는 ‘물’에 대한 그림책을 꼬마이실에서 출간했습니다. 물이란 어디에나 흐르고 스며들 뿐 아니라 넘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생명이 시작되는 곳이지요. 작가는 ‘생명이 성장하고 꿈에 가까이 가는 모습’을 작은 물방울의 성장기로 표현했습니다. 물방울은 거센 빗방울과 포근한 눈송이를 맞으며 점점 성장하고,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작고 맑은 시냇물, 도시의 하천, 큰 강, 그리고 드디어 꿈꿔온 바다를 만날 때까지! 『바다에서 기다릴게』는 물에 대한 이야기이자, 성장하고 좌절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도 한 셈입니다.
물방울은 이른 봄, 얼음에서 태어납니다. 깨끗하고 맑은 시냇물에서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며 조금씩 자라나지요. 하지만 안전한 시냇물을 떠나 다른 곳으로 흘러가야만 할 때가 옵니다. 도심의 하천은 깨끗하지 않고, 나쁜 냄새로 가득하지요. 늪과 같은 오염된 물속에서 물방울은 헤엄을 멈추고 깊은 잠에 빠지고 맙니다. 그때 후득, 후드득, 굵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물방울을 깨웁니다. “깨어나! 잠들면 안 돼!” 물방울은 과연 다시 용기를 내어 흐를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물의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담았습니다. 얼음, 물방울, 비, 눈송이, 시냇물, 강, 바다……. 변화무쌍한 물의 모습은 마치 작은 아기로 태어나 조금씩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며 성장하는 어린이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물의 모습을 관찰하듯 읽어가다 마침내 물방울이 바다에 도착해 커다란 파도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결말에 마주치면, 독자는 저마다 바랐던 꿈을 이룬 듯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2. 아름다운 수채화로 완성된 물방울의 성장기
『내 어깨 위 두 친구』 『나를 감싸는 향기』 등 섬세하고 개성 있는 그래픽노블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를 안겨준 작가 이수연은 『바다에서 기다릴게』를 통해 한층 깊어진 그림 세계를 선보입니다. 작은 물방울을 아이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수채화는 물방울의 성장을 시각적으로 분명히 전달합니다. 또한 작은 물방울이 맑은 곳에서 혼탁한 곳으로 흘러가고, 다시 넓은 강과 바다를 만나는 여정을 유려한 붓 선과 감각적인 색채로 표현해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깁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흐르는 계절 변화를 표현한 색감도 아름답습니다. 겨울의 하늘색, 봄의 연두색, 여름의 혼탁한 먹색, 그리고 가을의 오렌지색은 모두 장면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3. 서울 도심의 계곡과 하천, 그림책으로 다시 피어나다!
이 책의 물방울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계곡에서 태어납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서울 도심을 흐르다 한강으로 합류하는 홍제천 줄기를 무대로 삼고 글과 그림을 다듬어 나갔습니다.
물방울이 맑은 시냇물을 떠나 흘러가는 전반부는 도심으로 흘러든 홍제천 얕은 물을 떠올리며 장면들을 형상화했습니다. 물방울이 고난을 견디지 못하고 잠드는 곳인 오염된 늪지대는 도심의 물줄기가 한강과 만나기 전 혼탁한 구간의 풍경들을 바탕으로 한 상징적인 그림들입니다. 물방울이 다시 용기를 내어 큰 강으로 흘러드는 후반부는 바다로 이어지는 거대한 한강의 물줄기와 그 주변에 서식하는 식물들을 떠올리며 완성했습니다.
4. 바람, 햇살, 별빛…… 온 우주가 너를 응원해.
다시 나아가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노래!
이수연 작가는 이 책의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움츠러든 마음으로 혼자 숨죽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노래” 같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다시 회복할 수 있어, 넓은 바다로 가기 전 준비하는 시간이야, 무한한 바다가 물방울을 기다리고 있어’ 하는 메시지를 그림에 담고자 했지요. 이 책에는 모두 네 개의 노래가 나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노래를 제외하면 모두 작은 물방울이 성장의 물결을 따라 흘러갈 때마다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입니다. 그림책 작가이자 작사가로도 활동 중인 저자는 노래의 형태로 독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따스한 햇살을, 반짝이는 별들을, 선선히 부는 바람을 따라오렴. 기다릴게, 우리가 만날 때까지”
햇살, 바람, 별빛은 언제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너무나 당연해서 사람들은 종종 잊곤 합니다. 그런데 언제나 존재하는 당연한 것들이 어쩌면 우리가 성장하고, 좌절하고, 다시 나아가는 모든 순간을 응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옵니다. 지치고 힘들 때, 나를 스쳐가는 바람, 내리쬐는 햇살, 반짝이는 별빛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생각해주세요.
“온 우주가 나를 응원해. 나는 꼭 바다에 다다를 거야!”
물방울은 바다에 다다르고 나서야, 힘든 순간마다 바다가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물방울은 파도에 스며들어 큰 소리로 노래 부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마지막 노래이자, 물방울이 스스로 부르는 파도의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