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시집은 묵상에 어울리게 ‘단형의 시’를 그림이나 사진과 융합하여 한눈에 감동을 환기하도록 배려한 100편 내외의 작품으로 편집하고 있습니다. 단형의 시라고 하지만, 서너 행의 간략한 시가 아니라, 문학성이 내재된 길이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작품이 3연시조 형식을 취하고 있는 데에서 작품의 길이와 깊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수록된 「그림」은 ‘소방방제신문’(2019.09.10.)에 연재한 작품입니다.
마음이 심란해서 가만히 못 있을 때
한동안 내 눈 가는 길섶을 바라보면
아직도 내 마음 안에 정물화를 바라봐
사는 일 명암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아직도 사금파리 빛나는 섬광으로
명멸이 이어져 오는 오만 가닥 점선들
다소곳 자리 잡는 놀라운 구도처럼
유수한 세월 앞에 겸허히 수용하고
놀라운 지극정성을 분명하게 보여줘
-「그림」 전문
#2
한정찬 시인은 28시집의 서두 ‘시인의 말’에서 〈격주로 발간되는 소방방재신문의 ‘한정찬의 1분 묵상문학’ 코너에 2019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4년 3개월 동안 사진과 함께 연재해 온 시(詩)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게 되었다〉고 시집 발간의 의의를 밝히고 있습니다. 연재를 하게 된 근원을 살리기 위하여 시집의 제목을 『한정찬의 1분 묵상 문학』으로 명명하였으니, 오랜 기간 수고한 자취가 놀랍습니다.
#3
앞에서 밝힌 것처럼 이 시집의 핵심은 단형의 시(시조)와 사진을 융합하여 훌륭하게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 작품에서 3연시조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우리 겨레시로 일컬어지는 시조는 ‘단시조’가 기본입다. 아시는 것처럼 단시조는 초장(3-4-3-4-), 중장(3-4-3-4-), 종장(3-5-4-3)을 기본 음수율(音數律)로 창작된 한국 고유의 정형시입니다. 간결한 시형(詩形)에 뜻과 정을 담아내는 문학입니다. 이러한 단시조를 이어, 둘이 되면 2연시조, 셋이 되면 3연시조라고 하는데, 한정찬 시인은 대부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3연시조를 창작하였습니다. 물론 소량의 2연시조와 산문시 형식의 작품이 있지만, 그 작품들도 형식에 맞추어 완성도가 높습니다.
#4
시(시조)와 사진의 콜라보레이션은 두 장르의 합(合)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정찬 시인의 배합의 미적 지향이 특출합니다. 문학에서도 성공한 분이 사진에서도 성공하였으니, 독자들은 일거양득인 셈입니다.
고요한 밀도 스민
이 봄날 정중동에
순백의 정갈한 꽃
황홀해 눈부시다
꽃술에
나르는 벌들
그대 모습 닮았다.
-「벚꽃」 전문
작품 「벚꽃」은 단시조입니다. 현대시조에서 단시조를 구별배행하면 이러한 양상을 띱니다. 그 단형의 시에 어울리는 꽃 사진이 융합하여 아름다움을 배가(倍加)시키는 것이 한정찬의 28시집을 발간하는 소이연(所以然)으로 보입니다. 다만 벚꽃이 ‘순백’은 아닐 수 있으나, 정갈함을 강조하기 위하여 시인은 때로 이미지 메이컵을 하기도 합니다.
--문학평론가 리헌석의 서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