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부모와 인생에 대한 회고적 담화
공광규/ 시인
이경섭의 시 「기차를 타야만 했다」에는 회고적 인생에 대한 담화를 형상한 시가 많다. 꽃을 제재로 한 시, 인물을 문장에 드러낸 시, 그리고 시간을 암유하는 월과 계절을 변주한 시들이다.
이를테면 연꽃, 토끼풀꽃, 산나리꽃, 수련, 망초꽃, 노루귀꽃, 생강나무꽃, 꽃다지, 매화, 백일홍, 채송화, 맨드라미, 복사꽃, 민들레, 찔레꽃, 목련꽃, 조팝꽃, 국화 등 구체적 이름뿐만 아니라 광의의 꽃잎, 꽃빛, 꽃물, 꽃등, 꽃길, 꽃잔치, 들꽃 등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내면을 꽃의 어휘로 표현한다.
또 어머니와 아버지, 누이, 형, 친구 등 인물이 문장에 등장한다. 그 가운데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빈도가 가장 높다. 이는 시인이 자아 형성기에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유년의 기억과 배경이 농경사회의 자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의 시에서 인물의 비중은 높지 않으나, 시적 배경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불러일으키는 정서는 다른 사물이나 사건보다 다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음에 주목하고 싶은 제재는 시간을 비유하는 월과 계절이다. 그의 시에는 사계가 골고루 분포한다. 다양한 계절의 현장에서 소재를 채취한다. 봄의 꽃과 여름의 파란 색, 가을의 낙엽, 겨울의 나목과 흰 눈이 다채롭게 독자의 눈을 끈다. 또 봄에 움이 트고 잎이 나서 꽃피고 열매 맺고 낙엽이 지고 겨울을 맞는 사계의 흐름은 인생의 경로와 같다. 이런 계절의 흐름을 인생에 비유한다.
-서평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