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을 직접 먹어보는 의사, 김철권
저자는 자신이 처방하는 정신과 약을 모두 먹어보는 의사다. 약의 부작용을 직접 체험해보고 환자의 자리에서 약을 처방하기 위해서다. 행동치료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는 되도록 약보다는 환자 자신의 의지로 병을 극복하도록 적극적인 행동지침을 밤새 고민한다.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24시간 언제라도 전화할 것을 당부하고 식사를 거부하는 환자에게는 직접 죽을 떠먹여준다. 죽기전에 단 한번이라도 혈육을 만나려는 환자를 위해 전국을 수소문해 직접 환자를 데리고 찾아간다. 공감과 동감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치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 김철권은 최첨단 과학만능주의 시대에, 기계화되는 의료 현장의 현실에선 보기드물게 ‘인간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의사다.
‘증상만 보지 않고 사람을 보기’ 위한 평생의 연구
“우리가 공부한 정신치료 교과서에서 ‘환자들이 치료되는 수준은 치료자의 인격 수준에 비례한다’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환자를 대하는 치료자의 내공이 얼마나 쌓여야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 내 경험을 통해서 보면 수련의 초기 때는 교과서의 매뉴얼대로 따라 하느라 사람을 보지 못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증상만 볼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아야 하는데…… 병이라는 것도 결국은 앓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는 병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가 없다.” 추천의 말, 이근후
추천사를 쓴 이근후 박사는 대한민국 정신의학계를 지탱해 온 거목이다. 그는 추천사에서 ‘증상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는 저자의 치료 철학이야말로 자신이 이화여자대학교 정년 퇴임식에서 후배들에게 했던 핵심 내용이었다며 놀라움을 밝힌다. 무엇보다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정신의학의 치료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37년의 경험이 있다고 모두가 저자 김철권처럼 환자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증상 뒤의 사람을 보고 이해하기 위해 평생을 연구해왔다. 인간의 정신과 연관된 학문인 철학, 심리학 방면의 권위자들을 찾아 스승으로 모셨고 다양한 상황 속에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심리를 파고들기 위해 시작한 영화 연구는 2016년 영화학 박사학위로 결실을 맺었다. 세계 각국의 풍속, 다양한 인간탐구를 위해 60여개국을 여행했으며 저자가 여행지에서 직접 촬영한 수만장의 사진 가운데 36장을 골라 표지와 본문에 실었다. 개별적인 환자들의 치료에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기위해 타로카드, 마술까지 배웠고 그 내용들은 2권 〈무지개 치료〉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고뇌하는 한 인간이 마주한 고통받는 인간들의 이야기살아있으므로 아픈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일생동안 단 한 명의 정신분열병 환자라도 고친다면
내 삶은 구원받을 것이다.
구원받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책 머리에, 저자 김철권
4권, 〈나는 항구다〉에서 저자는 환자들의 대한 애정의 크기만큼 환자들에게 점령당한 자신의 삶에 대한 고충 또한 진솔하게 토로한다. 하루에 80여명을 진료해야하는 대학병원 정신과 외래 진료의 실상과, 수많은 환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마주해야 하는 의사 이전의 인간으로서의 괴로움, 치료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환자들에 대한 죄책감, 정신질환 진단체계에 대한 회의 … 그러나 이 모든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태어나도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저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들이 바로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이라고 단언하다. 그 누구보다 여리고 착한 마음을 가졌기에 그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착한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야말로 가장 보람된 직업이며 그래서 자다가도 정신과 의사가 된 것이 좋아서 웃는다는 것이다.
우울증 100만명의 시대,갈등과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상비자가치유서
비밀엄수가 요구되는 의료인으로서 저자는 이 책의 저술을 위해 환자 본인들에게 직접 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허락을 구했으며 비슷한 주제는 서로 묶고 재구성하여 책의 내용만으로는 어떤 환자를 특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환자들의 임상기록이지만, 알기 쉽게 이야기처럼 소개된 각 에피소드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통의 사연들을 다룬다. 또한 의과 대학의 의료 실습 현장에서 이루어진 전공의들과의 질의응답을 고스란히 기록함으로써 평생에 걸쳐 터득한 그의 치료 원칙을 알기 쉽게 전수한다. 1권~4권에 걸쳐 골고루 소개된 이 교육 과정은 사실 정신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들도 이니셜 K로 대표되는 전공의가 되어 개별적인 환자의 증상에 따라 최선의 치료방식을 찾아가는 현장에 동참하게 되며 스스로 독자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바라보고 점검할 수 있는 자가치유의 길을 열어 놓았다.
우울증 환자 100만명의 시대다.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방대한 기록에서 선별한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이 진귀한 기록은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의 이야기며 병원 문을 넘지 않은 숨은 환자들에게 절실한 상비 자가치유서로 건강한 정신과 마음을 회복하는데 지대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재미로 읽히는 책은 아니다. 환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읽기에 따라서는 자기 성장의 한 단계를 높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추천의 글, 이근후 (정신과 의사,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