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시집에 관하여 나눈 이어진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내용이다
[Q]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A] 저는 이번 시집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사람들 관계의 거친 이면을 쓰고자 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외면한다면 시인으로써 나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 끝에 저는 하나의 선명한 알레고리가 만들고 그 건축물에 제 의도를 담아내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요컨대, 사회의 어두운 그늘과 부조리를 비판하는 시 쓰기 일종인 풍자와 우화의 형식으로 동물을 등장시키는, 오래되었지만 효과적인 방식인 거죠. 주제와 이야기를 한정하는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우회적인 ‘말 건네기’를 통해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여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일종의 여백과 확장, 대화입니다.
[Q] 이번 시집의 특징은?
[A] 저는 이번 시집을 통해 상당히 많은 동물-이미지를 차용했습니다. 감히 ‘동물적 상상력’이라 불러도 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면서도 저는 기억과 현실의 시차(視差)를 대상에서 이끌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억이란 시간적 거리가 확보된 이미지고, 현실이란 지금-여기에라는 제가 살고 있는 생활입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충동구매나 쇼핑몰, 상품화된 일상용품들로 채워진 삶을 묘파함으로써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 나는 어떤 시인인가?
[A] 저는 뿌리가 튼실한 시를 쓰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 제과점 앞을 지나칠 때면 언제나 빵 냄새가 입 안 곳곳 군침을 돌게 만듭니다. 그 빵 가게 말고도 두어 군데가 더 있었지만, 이처럼 향기롭지는 못합니다. 하나둘 문을 닫고 이제는 그 제과점만 남았습니다. 늘 빵처럼 부풀던 주인 여자의 미소는 더 이상 이스트를 첨가하지 않았고 나무토막같이 생긴 주인 남자는 점점 뱀눈을 닮아갔습니다. 전에는 물건 사기가 무섭게 10%를 적립시켜 주었지만 이제는 마지못해 포인트를 얹어주는 거죠.
저는 향기 속에 감추어진 구린내 나는 일상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쓰고자 하는 주제가 조금 빗나갔을지 모르지만 저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그런 시를 쓰고 싶습니다. 꼭 향기가 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들판의 꽃들이 모두 다 향기를 낼 수는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당당하게 꽃을 피우는 들꽃처럼 뿌리 튼실한 그런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습니다. 시(詩)에게 제 전부를 걸기는 적잖은 망설임이 있겠지만, 후회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