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집의 제목은 약목면 교리 향교한글학교의 권영화 할매시인의 시 ‘옆자리 친구’에서 따왔다.
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성주댁
가을을 조아해요
얼구리 예뻐요
성주댁 이를 잘해요
친구가 있어 조아요
‘동안이세요.’라는 말이 칭찬으로 자리 잡은 요즘, 권영화 할매시인의 시는 자연스러운 노년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무엇이든 빠른 것, 새 것이 좋다고 여겨지는 오늘날 할매들의 시는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있는 그대로 예쁘다고 우리를 위로한다. 멋 부리지 않은 지역언어 입말 그대로인 할매들의 시는 문법에는 맞지 않을지언정 따스한 생태적 감수성과 윤리적 태도,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경상북도 칠곡군에는 2006년부터 마을학당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현재 26개 마을학당에서 평균연령 78세의 할매시인 400여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마을학당에서 할매시인들은 가슴 속 깊이 꼬깃꼬깃 숨겨 두었던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꺼내어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갔으며 그렇게 탄생한 주옥같은 글들이 1,500여 편에 달한다.
할매들의 시는 2015년 할매시집 1권 『시가 뭐고?』(도서출판 삶창, 2015)와 할매시 노트 1권 『사랑이라카이 부끄럽다』외 3종((사)인문사회연구소,2015)으로 출간되어 ‘경상도 친구 하나는 있어야 이해하는 재미난 시집’으로 큰 관심을 받았으며, 2016년에 할매시집 2권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도서출판 삶창, 2016)와 할매시 노트 2권 『작대기가 꼬꼬장 꼬꼬장해』(코뮤니타스, 2016)가 출간되었다.
할매시 시화집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는 칠곡의 역사와 삶의 기술을 일상 속에서 살려내 전하는 칠곡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인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로 기획됐다. 칠곡군 교육문화회관과 (사)인문사회연구소가 기획했으며 향후 칠곡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의 결과물을 지역학 연구의 틀 안에서 연속해 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