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들을 만났다는 건 아직 아무도 이름 붙이지 않은 별자리에
최초로 이름을 붙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_김현영(소설가)
무대이기도 관객석이기도 한 이 책에서 목소리들은 각자의 역할을 입고 독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고요한 무대를 밝히는 첫 번째 대사로써 앞으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을지, 이들의 이름이 어떤 표정과 소리와 움직임을 우리에게 전해줄지 오래도록 기대하며 지켜보고 싶다. _김선오(시인), 추천의 글에서
“읽는 동안 여러 번 감탄했고
새로운 작가들의 시작 앞에서 조용히 환호했다”_서유미(소설가)
만나고 싶은, 만나야만 하는 내일의 소설
인간이라면 가져 마땅한 근원적 죄의식을 섬세하고 섬뜩하게 그려낸 송지영의 소설 〈마땅하고 옳은 일〉은 파킨슨병에 걸린 노모의 간병인이자 요양보호사인 한 여성의 이야기다. 이혼, 딸의 해외 이주, 엄마의 죽음, 돌봄으로 고립된 삶……. 선택한 적 없지만 결국 선택되고야 마는 일련의 사건들과 무의식이 건네는 기묘한 마음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인생을 좀 더 “견딜 만한 쪽으로” 옮겨오기 위한 개인의 분투를 담은 성수진의 소설 〈재채기〉는 “스스로 하찮게 여겨질 때마다” 또 누군가를 더 깊이 미워하고 싶어질 때마다 “자신의 밑바닥을 재구성하듯 거짓을 섞어 글을 써온” 사람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상처에 제대로 저당 잡힌 삶을“청량한 쓸쓸함이 담긴 특유의 분위기로 풀어냈다.”
“생략과 압축의 묘미”가 빛나는 정회웅의 소설 〈기다리는 마음〉은 반려묘 장례식장에 가던 중 공유 차량의 타이어가 펑크 나 수리 기사를 기다리는 연인의 짧은 시간을 원숙하게 그려냈다. 한밤중 기다림의 시간 위로 쌓이는 침묵들을 느슨하고 느긋하게 조율하는 솜씨가 짙은 여운을 남긴다.
지금 여기서 만나고 싶은 소설이 있다. 만나야만 하는 소설이 있다. 만날 수밖에 없는 소설이 있다. 기다리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듯 끌어안아주는 소설들을 읽으며 꾸며낼 수도, 숨길 수도, 참을 수도 없는 재채기가 수시로 터져 나왔다. 마땅하고도 옳은 그 감각, 그 정서, 그 윤리, 그 선함의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이라는 진실. _김현영(소설가), 추천의 글에서
“쓰는 이들은 오로지 글과 글의 간격을 잴 따름이다
글로 만나, 글로 헤어진다”_이기리(시인)
낡은 세계를 낯설고 새롭게 바라보는 내일의 시
이열매의 〈입주민 외 주차금지〉외 2편은 “태어나는 기분이 끔찍했던 건/ 나가는 길이 머리보다 좁았기 때문”이라거나 “한 사람의 눈동자에 다른 얼굴이 비칠 때 사람은 셋이나 넷이 될 수 있다”처럼 맹렬한 이미지를 선보이며 “감정의 동요 없이 읽는 이로 하여금 심상에 몰입하도록 하는 직관적 언어를 탁월하게 구사”한다.
이지혜의 〈부산집〉외 2편은 어디서나 볼 법한 포차 부산집에서 “엔딩”이 “빗소리를 흘리는 커다란 창”을 뚫고 나가고, “사장의 뿔테”에 “눌어붙은 우리”가 꿈꾸는 “아직 잘 잡히지는 않고 아마도 잡히지 않기에 미래라고 부를 수 없는 어떤 장면”을 마치 한 편의 단막극처럼 그려내며 유쾌한 감상을 선사한다.
안정적인 호흡이 강점인 황해담의 〈웰컴 투 디 애프터눈〉외 2편은 “살아 있다는 믿음이 미끄러진다”거나 “작게 떨고 있는 구석”을 바라보는 믿음직한 말과 태도로, “거듭 존재를 의심하는 과정에서 존재를 향해 피어오르는 절실한” 마음을 덤덤히 밀고 나아간다.
한 번 봉쇄 수도원에 들어간 사제는 다시는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사제는 바깥세상과 일체 단절되어 유일하고도 무한한 공간에서 평생 수련해야 한다. 그 공간은 어찌 보면 정말 바깥과 무관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공간은 정말 바깥과 무관한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시를 쓰는 사람들을 몇 명 더 알게 되었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스스로 어둠을 걸어 잠그는 자들이다. 단절은 곧 해방을 촉구한다. 시인은 밀폐된 공간 속에서 자유를 느끼며 언어를 획득한다. _이기리(시인), 추천의 글에서
“계속 써나갈 용기와 힘을 얻는 시간”
새로운 세대 앞에 당도한 내일의 문학들
오랫동안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은 스스로를 ‘합평 낭인’이라 부르곤 한다. 《셋셋 2024》는 글쓰기가 좋아서,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는 낭인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졌다. 비로소 출발선에 도달한 이들은 “두렵고 기쁜 마음이 든다” “글을 쓰는 것과 쓰고 난 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계속 써나갈 용기와 힘을 얻었다” “함께 쓰는 동료가 있어 큰 위안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두가 한뜻으로 “최선을 다해 쓰겠다”라고 외친다.
독자에게 가닿아야 완성되는 것이 소설이고 시라면, 《셋셋 2024》를 통해 ‘합평 낭인’들에게도 꿈에 그리던 봄날이 찾아오길 바란다. 도약하려는 사람의 자세는 얼마나 힘찬가. 그리하여 마침내 이 6인의 작가가 한국문학의 새로운 이름이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우리 앞에 당도한 내일의 문학을 기꺼운 마음으로 응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