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감사로 세상을 살아가는 농부
훗날 그리움으로 찾아올 우리네 일상을 시로 표현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부모님과 대화를 하고 밭에 나가 작물들을 살핀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저자의 평범한 삶이다.
그에겐 바람이 불고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는 평화로운 날도, 집의 처마에 제비가 집을 지은 사건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누는 일상 대화도 모두 특별한 일이다. 그는 삶에서 발견하고 느낀 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했다.

먼 넘의 안개가 이렇게 끼었다냐
하기사 가을 안개는 복 안개라 한디

앞 시야가 채 일 미터도 안 된다
아침 안개가 온 들판을 뒤덮고 있다
가을걷이 한창인 들판에 촌음이 아까운 시간
안개가 걷히려면 한나절은 족히
해도 가려 도시 보일 기미는 없다
가을걷이는 재촉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지만
하늘이 정해 주는 날씨를
인간사는 거역치 못해
아침나절 그저 이마에 손을 얹고
해마중하고 있다
- 「가을 안개」 중에서

그의 시는 사투리가 많이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자신의 삶과 언어를 온전히 녹여내고 있다.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향토적인 언어는 투박하지만 다정했던 부모님의 사랑과 잊었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지나간 시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삶이 한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 내게 하는 힘이 평범한 우리의 하루에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시집에 수록된 144개의 시를 통해 독자들은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