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따뜻한 세상.”
‘타잔마을’이라는 소품집을 읽고 제일 먼저 생각난 말이다. 그만큼 문학소품집 ‘타잔마을’에 실린 이야기들은 따뜻해서 좋았다. 이번 소품집에서 작가는 세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세 가지 이야기는 모두 이질적이면서도 비슷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센티마루Ⅰ’은 고시촌이라는 곳에서 함께 지내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나, 센티마루라는 곳으로 여행을 가는 내용이다. 소설에서 작가는 짤막한 여행의 순간순간마다, 사색 속으로 또 다른 여정을 걸어가곤 한다. 아니, 오히려 소설 속의 여정보다는 자신의 사색을 탐험하는 일에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색은 폭넓은 주제를 망라하고 있다. 작가가 머리 부분에서 했던, ‘여행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센티마루Ⅰ’을 통해서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수 많은 주제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센티마루Ⅰ’ 은 그 형식에 있어서 독특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기행문의 형식을 빌린 소설에, 작가의 사색이 이어지고, 각 이야기의 끝에 작가의 사색을 주제로 한 시(詩)가 흘러나온다. 무대예술에 빗대어 일반 소설을 연극이라 한다면, 마치 ‘센티마루Ⅰ’은 뮤지컬 같은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고나 할까. 가끔 나오는 교조적 언어가 소설로서는 조금 아쉽지만, 센티마루Ⅱ나, Ⅲ이 나올 때쯤엔 독특한 형식의 소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타잔마을’은 독특하다. 다른 무엇보다 상상력이 독특하고 눈에 띈다. ‘타잔마을’은 그 자체로 신화적이고 동화적이다. 하지만 ‘타잔마을’의 내용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를 노래하고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가 어떤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탄산수 주문하기’는 앞의 두 작품과 달리 시(詩)다. 작가가 시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은 ‘센티마루Ⅰ’에서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탄산수 주문하기’는 따로 떼어내어 소품집의 세 번째 작품으로 실었다. 아마도 작가가 지향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탄산수 주문하기’도 ‘타잔마을’처럼 동화적이다. 그리고 한순간에 우주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달달한 도너츠에 머리카락이 숭숭 나있다면’으로 시작하는 상상은 만유인력의 법칙까지 끄집어낸다. 토악질이 나려고 하는 그 순간에 ‘탄산수 좀 주세요’라는 말로 거북한 탄식을 쓸어내리는 위트에는 슬쩍 웃음을 짓게 된다.
세 작품에는 작가가 꿈꾸고 있는 세계가 비슷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것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세상일 것이다. 그 세상은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그런 세상일 것이다. 프롤로그에 실려있는 말로 서평을 마무리할까 한다. ‘내가 하는 모든 도전들을 통해 꿈꾸고 있는 세상이 있다.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나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사람 사는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