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약속했던 부부가 서로 죽이는 8편의 잔혹극
그러나 알고 보면 일상 미스터리?
재미와 호기심으로 읽게 된 남편의 탈고 전 소설. 늘 그렇듯 남편 몰래 훔쳐 읽은 또 다른 소설에는 본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중년 여성이 묘사되어 있다. 소파와 한 몸이 되어 TV만 보는 육중한 비곗덩어리, 쇼핑에만 가치를 두는 속물, 결국 창고행이 될 쓰레기나 다름없는 예술작품을 사들이는 호구 컬렉터. 더 소름 끼치는 건 미완성 소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 아내를 감쪽같이, 그리고 우아하게 죽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것”이라는 남편의 메모다. 반신반의하던 아내는 남편이 소설을 쓰다가 조사가 필요한 미심쩍은 부분을 ‘###’로 표시해 두고 반드시 실행했었다는 것, 다음 날 남편이 자료조사차 집을 비운다는 것 등 여러 정황이 자신을 살해하려는 계획과 맞아떨어짐을 깨닫는다. 살기 위해 남편을 죽이기로 한 아내. 마지막에 살아남는 이는 누구일까. 애초에 이 모든 일이 아내의 착각은 아니었을까. (〈인생의 무게〉 중에서)
《완전 부부 범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부가 겪는 치열한 갈등과 그것으로 야기된 살인사건 여덟 편을 담고 있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으로 인한 사소한 다툼, 돈으로 인해 퍽퍽해진 삶, 반려가 아닌 타인을 향한 부정한 관심, 가족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폭력 등 뉴스는 물론 현실에서도 흔히 듣는 범죄 동기라 되레 일상적인 범죄로 인식될 정도다. 생각해 보면 실제로 일어나는 범죄에 있어서 굵직한 살인 동기란 그리 많지 않다. 동기 없는 범죄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면서 사소한 동기로 유발된 살인,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가 독자의 관심을 사고 있으나 한편으로 오래전부터 부부간 애증 관계야말로 인간의 관심을 끌어온 원초적 범죄 동기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간 살인’이라는 테마로 구성된 본작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수많은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다.
■ 내용 소개
내 아내를, 내 남편을 XX는
가장 완전한 여덟 가지 방법
바람난 남편을 벌하는 데 치매가 무슨 문제? 〈결혼에서 무덤까지〉
아내를 감쪽같이, 그리고 우아하게 죽이는 법. 〈인생의 무게〉
가족 모두가 범인이랬다가, 또 아니랬다가.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
평소에 잘해야 해. 그래야 눈치를 못 채지. 〈진정한 복수〉
부정한 자를 단죄하는 마법의 주문, ‘들켰다! 튀어라.’ 〈비리가 너무 많다〉
금은방을 턴 자가 출소하자마자 옛집을 사러 왔다. 〈보물찾기〉
그녀의 남편이 살해당했다. 우리가 밀회한 그 건물에서. 〈내가 죽인 남자〉
무인도에서의 방송 촬영. 제작진은 어디 가고 살인자만. 〈개티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