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향가〉 동인은 한국 고대의 아름다운 노래였던 향가의 형식을 원용하고 변용하여 현대의 노래로 재현해 내고자 한다. ‘향가鄕歌’는 시골의 노래가 아니라 ‘국가國歌’ 즉 ‘나라의 노래’였다. 향가의 별칭인 ‘사뇌가詞腦歌’가 말해 주듯 ‘가사 중의 가사’요, ‘노래 중의 노래’이다. ‘사람 중의 사람’인 시인들이 짓고 부른 ‘최고의 가사’, ‘최고의 노래’이다.
향가는 고대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창구이며 고조선 이래 부여, 고구려, 한韓, 예맥, 옥저, 읍루, 말갈, 왜倭 등으로 구성된 동이족의 문학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향가를 100년 동안 연구해 오면서도 아직 온전히 해독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 〈현대향가〉 동인들은 고대 향가의 정신과 형식을 계승하면서 현대 향가로 되살려 내어 우리 시의 깊이를 더하고 두께를 두텁게 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향가는 고대의 노래만이 아니라 현대의 노래로 이어지게 하고자 한다.
- 고영섭 시인의 「서문」 중에서
2017년 3월에 발족한 ‘향가시회’는 2018년 3월에 『노래 중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여서 “현대향가 제1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시집이 우편으로 배달되던 날, 나는 아득하게만 여겨지던 고대 신라국의 향가가 지금 이 땅의 ‘현대시인’들에 의하여 호명되고 재현된 것을 일종의 ‘사건’으로 마주하면서 그 현상을 진단하고 거리감을 조절하려 애를 썼다. 그 현상에 대한 이해는 이들의 활동이 진행되고 발전됨에 따라 여전히 얼마간의 틈을 남겨 놓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내적인 해결을 본 셈이고 거리감의 조절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향가시회는 이번으로 어느덧 “현대향가 제6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의욕과 간절함, 추진력과 진정성, 뜻과 원력이 느껴지는 향가시회의 그간의 활동은 이제 단순히 각 시인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뒤에 덧붙이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 전체적인 의미를 진단하고 부여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나는 ‘향가시회’의 다소 도전적이면서도 신선한 그간의 활동상과 결실을 몇 가지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의미화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몇 가지 측면이란 문화적 진화사의 관점으로 읽어 보는 것, 유기체로서의 문명사의 전개과정에 담긴 이치로 파악해 보는 것, 그리고 인간사의 내외적 욕망론으로 접근해 보는 것을 뜻한다.
- 정효구(문학평론가, 충북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