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함과 특색을 구별할 줄 아는 안목을 지닌
디카시의 매력에 깊이 빠져보면 시보다 더 깊고 오묘한 디카시를 선택하고 꾸준하게 써 가고 있는 최희강 시인은 참 남다르다. 자연이 보내준 신호를 일상의 신호등에 적용하여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파악하고 디카시로 표출해내는 신기함과 더불어 자기만의 세계인 듯 보이지만 결국은 ‘자연보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카시「서정 기부」를 보면 사라져가는 서정을 조금이나마 남겨진 꽃에 있다고 강조하며 사람들에게 디카시로 기부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루를 살고 마지막 문장이면 어떠리’ 시집 『키스의 잔액』 _「시생」에서 나타냈듯이 결기가 느껴질 만한 디카시를 찾아보는 것도 솔깃하겠다. 값진 하루, 더 나아가 소중한 생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실행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디카시는 이리저리 행동하여 얻는 결과물이고 여행자로 한 곳에 머물지 않는 율동성이 필요하다. 군말 없이 디카시의 발전에 관여함도 포함되고 디카시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게끔 디카시집을 내는 것이 한몫하는 셈이다. 그림자에 관심을 표방하고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있으니, 곧바로 특색있고 열정적인 최희강 시인의 디카시(Dica-poem)를 탐미해보기로 한다.
1. 빛과 그림자는 생명의 기원이다
다행이야 비싼 블랙 다이아몬드를 두르고
신을 수 있게 되어서
그러나
햇빛과 달아나 버릴까
붉은 가슴을 졸여
_「검정 구두」 전문
그림자는 어둠을 내포하며 빛이 있어 가능하고 검정이라는 부분은 사실적 물체가 남긴 흔적이다. 사물의 그림자가 마치 구두 힐처럼 보여지는 찰나를 포착하였는데 어느 한쪽이 떠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심리를 읽을 수 있다. 마음의 복잡성에 대한 통찰력과 탄력적으로 적응하려는 필사적 언어 ‘다행이야’로 성장의 촉매제, 희망이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검정색은 ‘검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으로 상징성으로 보면 우주와 연결되어있다. 그만큼 우주와의 교신을 하고 있는 시인임이 분명하다. 블랙 다이아몬드는 비정질 탄소, 흑연, 그리고 “다결정”이라고 불리며 운석에서만 발견되는 오스본라이트라고 불리는 광물을 포함하고 있어 더욱 우주에서 기원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잠재적인 초신성의 기원도 배제할 수 없으면서 시인에게도 잠재적 능력이 어느 날 폭발하여 디카시의 운석이고자 함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보이는 것만 밟힌 자유 바꾸기의 착지자세
있든 없든 생명은 불어넣는 것
분분하여 종려나무를 심었지
스승이 다녀갈
까맣게 흰 사잇길
_「안경」 전문
아방가르드의 선두자인 이승훈 시인을 스승으로 둔 제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는 디카시다.이승훈 시인의 시 ‘이군이가? 훈이가?’대학 시절 깊은 밤 원효로 목월 선생님 찾아가면 작은 방에 엎드려 원고 쓰시다 말고 ‘와 무슨 일이고?’물으셨지. 「모두가 예술이다」 일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예술의 초점은 애정이라 생각되는데 이것마저 버려라 하실 것 같다. “있든 없든 생명은 불어 넣는 것”이라는 표현에서 스승이 쓰던 안경, 카리스마를 떠 올리게 함과 동시에 내면의 힘을 쏟아 스승이 함께 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2. 미래를 준비하는 능동성이 특별하다
기적이 펼칠 때가 되니 유등을 켜요
다산의 뜻을 품은 석류
먹고 또 오겠지요 비단 옷 입고
꿈틀거리는 여인, 세 개의 인상
햇빛, 미래, 별
_「진주 꿈」 전문
꿈이 “꿈틀거리는 여인”을 상상해보기로 한다. 그것도 세 개의 인상을 준다니, 진주를 상징하는 열매로 석류는 건강을 부각하여 풍요, 다산의 의미를 지닌다. ‘비단 옷 입고’에서 부유한 고장 진주에서 살고 있음을 자랑하는데, 달리 말하면 미래 지향적 발전성이 충분하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진주 근처의 사천에는 한국항공우주(KAI) 본사가 있으며 최근에는 우주항공청의 유력한 후보지역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진주 유등축제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 특색을 갖춘 곳이다. 이형기시인을 배출한 개천 예술제는 올해 72주년을 맞이한다고 한다. 펼칠 꿈이 날개를 달아 높이 올라가는 날이 분명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3. 헌신하는 마음은 빛난다.
지나치게 살지 말자
바쁜 마음은 어쩔 도리 없어
작은 소망도 애써 보지만
싹트게 된다면 내버려 두렴
_「햇빛 사내」전문
‘작은 소망’이란 뭘까 집중, 분석해보면 다양하겠지만 여기서는 어린 새싹을 시인으로 빗대어 보호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강렬한 햇빛은 때로는 싹트는데 방해가 되고 위협적일 수 있다. 적당한 햇빛은 사랑이다. 그래서 여기 햇빛은 햇빛 사내인 것이다. 넓은 잎사귀는 아래에서 움트는 싹이 쑥쑥 돋아나도록 이산화탄소를 내 품는다는 것이다. 다른 식물도 성장하기 위해 햇살로 광합성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살아가는 것은 식물과 인간은 다르지 않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때에 태어남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여자를 보호할 줄 아는 사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훈훈함이 전해온다. 올해 3월 부산 영광도서 〈리 갤러리〉에서 2023년 한국의 디카시전에 출품한 작품인「햇빛 사내」가 사랑받았던 것처럼 디카시집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