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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의 사랑

건반 위의 사랑

  • 김예린
  • |
  • 시와사람
  • |
  • 2023-12-30 출간
  • |
  • 144페이지
  • |
  • 130 X 210mm
  • |
  • ISBN 9788956657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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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 작품론

김예린 시인의 시집 발간을 축하하며

박 덕 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김예린 시인은 충남 논산에서 아버지 김이태 씨와 어머니 김효순 씨 사이에서 1958년 7월 17일 2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김예린 시인은 2022년 《강원시조》에 시조, 《문학공간》에 시로, 샘문학상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했다.
김예린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광주문협회원, 광주시협회원, 문학그룹 샘문 운영위원, 한용운문학 회원, 한국문학 회원, 샘문시선 회원, 한실문예창작 회원, 성스런 문학회 회장 등으로 문단 활동을 하고 있다.
문학상으로는 강원시조 시조 장원, 글나라백일장 시 우수상, 남명문학상 동시 우수상, 석정문학상 동시 우수상, 영남일보 달구벌 문예대전 수필 장려상, 포랜컬쳐 선면시화전 작품상, 샘문학상 본상 시조 우수상, 현대시문학 커피문학상 은상, 현대시문학 삼행시 문학상 동상, 신정문학상 동시 우수상, 한국 문학상 본상 시 최우수상, 산해정 문학상 수필 베스트상, 청백리 최만리 시조 문학상 장려상, 사충신 문학상 동시 우수상, 한용운 문학상 특별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자, 지금부터 김예린 시인의 시 세계로 들어가 탐구해 보기로 하자.

홍매화 향이 산사의 봄 재촉하면
지난겨울 흔적 지우려
산초 자락 깊이 파고드는 목탁 소리

가람 지키는 단청
승복에 새겨진 법구 읊고
노스님 합장에
삼라만상 혼이 깃든다

향기는 어제와 오늘의 간극
조금씩 메꾸며
시간의 길목 벗어나려 하고
매화에 감정은
삼월에 보관된 기억들
자꾸만 끄집어낸다

곁가지 세월에
잿빛으로 일그러진 허허로움
법당에 두 손 모아
참선 기도 올리면

동안거 마친 풍경 소리
잘그랑 잘그랑
허공의 암자에서 걸어 나와
수행일지 같은 둥근 소리의 파문
오후의 사슬 풀고 담장 넘는다

마른나무 뚫고 돋아나는
연록의 청아한 깨우침
낭창한 봄빛으로 낚아채
법어의 진리 새기면
내리치는 죽비소리에
겹겹 걸친 탐욕의 수피 벗는다

해질녘의 자리마다
붉은 말씀 쏟아내는
저녁의 화법이 피안으로 들어서는
어느 스님의 눈물겨운 몸짓 같아
숙연해지는 저 서녘의 자세

단조의 여운에 연꽃차 피어나듯
번뇌의 불꽃 지혜로 사그라들고
불심으로 피어나는 만다라
애기동백 여밈에 살포시 안긴다.
- 「무위사의 봄」 전문

한용운 문학상 특별작품상 수상작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무위사의 봄을 그려내고 있다. 무위사는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월출산 동남쪽에 있는 절이다. 그 절에 동안거를 마친 봄이 오고 있다. 가장 먼저 홍매화 향이 동안거를 마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것인지, 첫 연에서 그 향이 그윽하게 느껴진다. 눈보라에도 허공의 벽을 앞에 두고 좌선했을 홍매화가 산사의 봄을 재촉하고 있다. 스스로의 등짝을 후려치며 깨우침을 향해 한 잎 한 잎 꽃을 피웠을 것이다. 추위에 몸을 웅크리면서도 절절한 아우성 같은 꽃을 홍매화는 피웠을 것이다. 그 간절함 같은 홍매화 향이 산사의 봄을, 어떤 깨달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동안거를 마친 홍매화 향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목탁 소리가 들린다. 목탁 소리는 지난겨울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 그 흔적은 무엇일까. 첫사랑에 대한 어떤 그리움일까,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일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깨달음을 방해하는 어떤 미련일 것이다. 그 미련들을 목탁 소리 두드리며 지우고 있다. 깨달음을 향한 시적 화자의 마음을 “향기는 어제와 오늘의 간극/ 조금씩 메꾸며/ 시간의 길목 벗어나려 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참 멋진 표현이다. 간극을 메꾸며 동시에 시간의 길목을 벗어나려고 한다에서 깨달음을 향한 어떤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법당에는 참선 기도, 암자에선 동안거 마친 풍경소리, 연록의 청아한 깨우침과 낭창한 봄빛, 죽비소리는 탐욕의 수피 벗긴다. 해질녘의 풍경을 “붉은 말씀 쏟아내는/ 저녁의 화법이 피안으로 들어”서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멋지다. 신선한 표현과 이미지 구현이 눈길을 끈다.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 새로운 해석이 시 전체의 생동감과 어우러져, 시의 맛을 한층 높여 주고 있다.

뽀얀
아기 속살 같은
목련꽃 속에
말간 그리움 들어 있다

유리알
반짝이는 개울가
개나리 톡톡 터지면
까르르 깔깔대던 너

산골짜기
옹달샘 같은 너의 노래

나물 씻는
아낙네 손가락 사이로
너와 나의 유년이 흐르고

단발머리
찰랑대며 강가
조약돌에 새긴 너의 이름

어느 사잇길에서
놓쳐버린 손
다시 잡을 수 없구나

함께 부르던
봄날의 교향곡
귓가에 맴돈다

너를 생각하며
홀로 부르는 노래
가슴이 먹먹하고
시야가 흐려진다

언제일까
꼭 다시 만나
아득한 그리움
덜어내고 싶다.
- 「그리운 친구」 전문

글나라 백일장 우수상 수상작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그리운 친구를 떠올리고 있다. 시적 화자는 친구를 향한 그리움을 목련꽃을 보며 회상하고 있다. 친구와 함께 골목을 왁자하게 달리며 수다떨었을 그 시절이 달싹이며 피어나는 목련꽃에서 들리는 듯하다. 봄의 속삭임처럼 피어나는 목련을 보며 시적 화자는 친구와 함께 어떤 이야기꽃을 피웠을까. 겁없이 제 몸을 열어 봄날로 들어서는 목련꽃처럼 그렇게 멋진 시절을 보내자고 다짐했을까. “뽀얀/ 아기 속살 같은/ 목련”에서 시적 화자의 생기발랄한 유년이 보이는 듯하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시적 화자도 친구와 함께 미래의 어떤 다짐들을 했을 것이다. 두렵지만 목련처럼 함께 꽃을 피우자며 굳게 약속했을 것이다. 그 약속이 이루어졌던지 이루어지지 않았던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봄을 향한 목련의 과감한 외침처럼 우리는 모두 생의 환호를 먼저 쏘아올릴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재고 계산했다면 목련꽃은 결코 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또 개울가에서 개나리 톡톡 터지면 친구는 까르르 웃었다. 친구는 봄의 입꼬리 같은 개나리처럼 노랗게 활짝 웃었다. 양볼 가득 봄향을 물고 까르르 웃으며 서로의 귀에 속엣말을 담았을 것이다. 노랗게 색을 켜고 환해지는 개나리처럼 친구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을 것이다. 또 산골짜기엔 옹달샘 같은 노래가 흐르고, 아낙네 손가락 사이엔 너와 나의 유년이 흐르고 있다. 그런데 어느 생의 사잇길에서 놓쳐 버린 친구의 손을 다시 잡을 수 없어 슬프다. 홀로 부르는 노래에 가슴이 먹먹하다. 다시 만나고픈 그리움이 휘몰려오고 있다. 아주 자연스러운 시적 흐름과 시적 형상화가 이미지와 손잡고 그리움의 공간을 창출해 내고 있다. 그리하여, 유년시절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으로 빚어내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만개한 벚꽃이
하늘문 열면
성난 파도는 온순해지고
바다는 푸르고 은밀한 언어로
그 여인을 껴안는다

혈육이 어찌 자식뿐일까
징글징글하게 서러운 수십 년 동안
서로의 체온과 피와 울음을 나눈
바다와 떨어진 적이 없다
해조음과 과장된 물새들의 노래가
비 오는 날이면
자꾸만 몸에서 흘러나온다

테왁에 꿰어 맨 삶
닳고 닳도록
세월 발라먹고
파도 살라먹고

저 윤슬처럼 죽음의 안쪽에서도
반짝이는 그 무엇이 있다는 건지
붉은 심장 쏟아내는 해질녘은
날마다 죽음을 연습한다는데
내가 나를 조문하듯
칠성판 등에 메고
서럽게 쪼아대는
처연한 몸짓으로

의혹과 궁금과 질문으로 살아가는
그 생과 사의 경계 지운
깊은 심연에서 끌어올린
사랑의 흔적
망사리에 담길 때마다
수평선 가르는 저 숨비소리

못다 한 사랑
모래톱에 숨겨두고
시리게 가슴에 새겨논 이야기
불턱에 달궈 녹여내고 있다.
- 「해녀의 노래」 전문

2023년 한국문학상 본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해녀에 대해 관찰하고 있다. 해녀는 자신의 숨소리를 물질과 함께 바다에서 건져올린다.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이 숨비소리일까, 비명 같은 어떤 절절함이 숨비소리일까. 그만큼 고독해야 하고 그만큼 간절해야 바다에서 숨비소리를 멀리 깊게 내보낼 수가 있는 것이다. 때로는 전사처럼 죽음을 몰고 오는 파도를 넘고 넘어야 다시 뭍으로 오를 수 있다. 자식을 먹여 살리고 내일을 길어올리는 그 숨비소리가 제목에서 들리는 듯하다. 시적 화자는 “바다는 푸르고 은밀한 언어로/ 그 여인을 껴안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 언어는 숨비소리일까, 물질로 채취한 해산물일까, 둘 다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 언어가 더 신비롭고 두렵다. 시적 화자는 바다를 “징글징글하게 서러운 수십 년 동안/ 서로의 체온과 피와 울음을 나”누었다고 말하고 있다. 멋진 표현 속에서 아픔이 느껴진다. 얼마나 바다와의 인연이 깊었으면 “해조음과 과장된 물새들의 노래가/ 비 오는 날이면/ 자꾸만 몸에서 흘러나”올까. 시적 화자의 고단한 삶이 보이는 듯해 먹먹하다. 테왁에 꿰어 맨 채 세월 발라먹고 파도 살라먹는 여인, 칠성판 등에 메고 서럽게 살아가는 여인, 사랑의 흔적 망사리에 담고 사는 여인, 못다 한 사랑 모래톱에 숨겨 두고 사는 여인, 시리게 가슴에 새겨논 이야기를 불턱에 달궈 녹여내는 여인. 해녀에 대한 묘사가 기시감에서 벗어나 신선한 이미지로 채워져 있다. 새로운 해석이 빛을 발하고 있다. 독자들이 해녀의 모습을 그리다가 해녀의 삶과 애환 속으로 소르르 빨려들도록 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철썩철썩 이야기 풀어놓는
파도의 입술을
먼 먼 기억의 배경으로 깔아놓고
가쁜 숨 가라앉힌다

입에 붙은 말을 손끝으로 집어
서로에게 건네면
향 깊은 말맛에 침이 고이고

유쾌한 말의 유랑이
찻잔 위에서 공처럼
통통 뛰어다니며
신부와 신랑을 만나게 하고
발랄한 살림살이까지 차리면서
까르르 웃는다

입맛에 맞은 수다가
몸집 부풀리면
달달한 말의 당도는 올라가
입담을 과식하게 되고
흥정의 진미 녹여낸다.
- 「시장통 카페 2」 전문

커피 문학상 수상작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시장통 카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의 제목이 ‘카페’가 아니라 ‘시장통 카페’다. 생기가 넘치는 ‘시장’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어서 좋다. 이 「시장통 카페」는 “철썩철썩 이야기 풀어놓는/ 파도의 입술을/ 먼 먼 기억의 배경으로 깔아놓고” 있다. 바닷가 근처에 이 카페가 있나 보다. ‘파도의 입술’로 바다의 이미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입에 붙은 말을 손끝으로 집어/ 서로에게 건네면/ 향 깊은 말맛에 침이 고이”는 걸 보니 카페에서의 만남이 즐거워 보인다. 서로가 주고받는 말을 시적 화자는 “입에 붙은 말을 손끝으로 집어/ 서로에게 건네”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멋지다. 대화를 감각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그 대화 속에서 시적 화자는 “향 깊은 말맛에 침이 고”인다. 대화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유쾌한 말의 유랑이 찻잔 위에서 통통 뛰어다니는 곳, 입맛에 맞은 수다가 몸집 부풀리는 곳, 입담을 과식하기도 하고, 흥정의 진미를 녹여내기도 하는 곳, 그곳이 바로 시장통 카페다. 재미있는 표현이 많아 독자의 눈길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그 어떠한 소재도 시적 형상화해 내는 솜씨가 세련되어 보인다.

너는 허락도 없이
하얀 포말로 깊숙이
내밀하게 들어와
거침없이 핥고 달아난다

성이 포말에 함락되고
발자국도 따라 들어간다
모래톱에
조가비 하나 남았다

제멋대로지
진리의 가면 쓴
모순일까

누구라 그 무례함 탓하리오
독선적인 너의 사랑은
나를 소유하지 못하지
그저 무수히 빠져나갈 뿐

멀어져 가는 너에게
물음표 던진다
너와 내가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 「파도」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파도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파도는 밤낮없이 철썩이며 허락도 받지 않고 해안으로 다가온다. 사랑을 하자는 것인지 싸움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몸짓으로 다가왔다가 달아난다. 반갑다는 의미의 웃음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분간할 수도 없다. 파도는 스토커처럼 집요하게 따라붙는 파괴적인 사랑 같기도 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의 간절한 목소리 같기도 하다. 새로운 관점에서 파도를 들여다보며 사색하는 시인의 눈이 멋지다. 파도의 속성을 “진리의 가면 쓴/ 모순”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시적 화자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모순의 사전적인 뜻은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뭍으로 달려가는 파도의 몸짓과 바다로 도망가는 파도의 또 다른 몸짓이 모순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 모순에서 시적 화자는 “멀어져 가는 너에게/ 물음표 던진다/ 너와 내가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파도의 속성을 통해서 일방통행식의 만남과 사랑을 꼬집고 있다. 파도는 하얀 포말로 깊숙이 내밀하게 들어와 거침없이 핥고 달아나 버린다. 그 포말에 성이 함락되어 버린다. 발자국도 따라 들어가고, 조가비 하나만 남는다. 그렇다면 파도는 진리의 가면 쓴 모순일까. 거기서 한 가지를 발견한다. 독선적인 너의 사랑, 그게 나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그저 무수히 빠져나가 버리니까. 점점 멀어져 가는 너. 물음표를 던져 본다. 과연 너와 나는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거니. 사물의 현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의식 속으로 들어가, 질문을 던지는 구조가 아주 매끄럽다. 다채로운 감성의 통로를 개척해 주고 있어, 독자의 시선은 행복하다.

무정 우산 받쳐 든 이여
어딜 그리 바삐 가시나요

이리 서러운 시간
이리 붉은 가슴에

홀로 홀연히
가시나요

햇살 부서지는 길
헐벗은 나목에
엉긴 사랑 한 조각

단풍 진 사연 한 소끔
남기고 가시나요

그대 잠시 뒤돌아서서
따스한 눈길 한 번
건네주세요

허기진 날이 찾아오면
남겨진 불씨로

우리 그렇게
견뎌내게요.
- 「붉은 잎새의 노래」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붉은 잎새와 그대를 오버랩시켜 미묘한 감성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그대는 무정 우산을 쓰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우산은 비라는 비상상황에서 쓴다. 그대와의 사랑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일까. 사랑을 뒤로하고 떠나야 하기에 그대는 “무정 우산”을 쓴 것이다. “무정”은 정이 없고 쌀쌀맞을 때 쓰는 말이다. 시적 화자는 그대에게서 그런 “무정”을 느낀 것이다. 한때 사랑할 때는 초록으로 환하게 웃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서러운 시간을 오롯이 견뎌야 한다. 함께가 아닌 홀로 그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그대와 함께했던 길은 초록이 자라고 생의 환호가 자란 길이었는데 이제는 영영 그 길을 걸을 수 없다. 넘보아선 안 되는 길이다. 홀로 걷는 그 길에서는 영영 웃음소리 묻어나는 속엣말이 자랄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견뎌야 한다. 그대는 헐벗은 나목에 엉긴 사랑 한 조각, 단풍 진 사연 한 소끔 남기고 가고 있다. 잠시 뒤돌아서서 따스한 눈길 한 번 건네줄 수 없나. 허기진 날이 찾아오면, 남겨진 불씨로 견뎌낼 수 있도록. 그런데 시적 화자는 “우리 그렇게/ 견뎌내게요”라고 말하고 있다. 나만 견디는 게 아니라 “우리” 가 견디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그대를 향한 원망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무정 우산”을 쓴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시의 제목에 “노래”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이유를 알겠다. 이 시에서 우리는 여린 감성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시의 특질이 바로 이런 여린 감성들을 발굴하여 독자들에게 안겨 주는 건 아닐까. 그러기 위해 시는 이 땅에 태어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시라서, 좋다.

여인의 한이더뇨
정염 태우는
한 떨기 불꽃

명주실보다 가느다란 입술로
하염없이 부르는 이 누구인가
빈 허공에 메아리도 없는데

지난한 세월 님 곁에 있고자
가을 자락에 오롯이 피었건만
소슬바람만 스산하구나

님아 간 곳이 어드메인가
무심한 바람 흔들흔들
저 홀로 님에게 가는가 보다

천고의 세월 건너왔건만
어즈버 어즈버 어이할까나
님 만날 날 기약 없어라.
- 「상사화」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상사화에 대해 애틋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상사화의 잎은 봄철에 나와 6~7월에 지고, 상사화의 꽃은 8월에 꽃대가 나와 피기 시작한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어 애달픈 사랑 같다. 1연에서 그립지만 만날 수 없는 “여인의 한이더뇨”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여인의 마음 밖은 한으로 온통 어둡다. 그리움 짙은 꽃대궁은 뜨겁디뜨거운데 님이 없는 저녁은 오늘도 또 다가오고 있다. 가녀린 꽃잎의 발자국으로 저녁을 서성여 보지만 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 한이 얼마나 깊으면 “한이더뇨”라고 표현할까. 어느 한생의 한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이어온 깊은 한으로 다가온다. “한이더뇨”, “어드메인가”, “어즈버 어즈버”를 통해서 시조의 맛도 느껴져서 좋다. 현대시이면서도 고전적인 느낌이 들어 멋지다. 여인은 빈 허공에 메아리도 없는데 명주실보다 가느다란 입술로 하염없이 누굴 부르고 있다. 상사화꽃을 “명주실보다 가느다란 입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움과 간절함이 애달프게 다가온다. 수준 높은 낯설게 하기다. 님 곁에 있고자 가을 자락에 오롯이 피었건만 소슬바람만 스산하여 쓸쓸한 여인, 무심한 바람 흔들거릴 때 저 홀로 님 향해 가고 있는 여인, 오랜 세월 지났지만 님 만날 기약마저 없어 절망적인 여인, 이게 바로 상사화란다. 사물을 동일화시켜, 의인화한 인격체와 하나 되어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는 그 속으로 소르르 빨려들게 하는 솜씨가 남다르다.

찬란한
여명 잡으러 간다
사거리 길목마다
평정심 잃지 말라고
깜박이는 빨간등

볼륨 높인 행진곡
천 개의 문답 일으켜서
느슨해진 나사
긴장의 끈으로 조이고

초침 낚아채며
도로 점령한 도시의 혈
한 치의 오차 없이
출렁이는 일터로 스며든다

정장에 뾰족구두
날선 의무로 무장하고
풋풋한 청바지
자신감으로 마주하면

방그레 웃는 이모티콘
오늘의 지표 가리킨다.
- 「출근길」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출근길을 뒤돌아보고 있다. 출근길 해고당할 때까지, 우리는 고단한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한다. 나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추위와 허기로 짜 올린 길을 성큼성큼 걸어야 한다. 힘껏 끌려가겠다는 안간힘으로 자신을 출근길에 묶어야 한다. 스스로의 멱살에 고삐를 채우며 단정한 보호색, 그 출근복으로 길을 나서야 한다. 현기증이 나는 하루를 머리에 이고 끝끝내 가야 하는 길이 출근길이다. 언젠가는 그 출근길 끝에서 못내 버려진 꿈 같은 길들이 발목을 붙들며 울더라도 오늘을 살아남아야 하기에 출근길을 가야 한다. 그래서일까. 제목에서부터 먹먹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시적 화자는 출근길을 어둡고 흐릿하게 그려내고 있지 않다. 밝고 희망차게 다가가고 있다. 긍정의 시선이 멋지다. “찬란한/ 여명 잡으러 간다”며 시는 출발한다. 시적 화자가 원하는 출근길임을 알 수 있다. “평정심 잃지 말라고/ 깜박이는 빨간등”을 통해서 시적 화자에게 어떤 고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고민을 잘 해결할 것 같은 확신도 든다. 어떻게 날마다 출근길이 즐겁기만 할까. 가고 싶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 힘든 마음의 추스림을 “볼륨 높인 행진곡/ 천 개의 문답 일으켜서/ 느슨해진 나사/ 긴장의 끈으로 조”인다고 말하고 있다. “천 개의 문답”으로 깊은 고민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어 멋지다. 도시의 혈이 출렁이는 일터로 스며드는 길, 정장에 구두를 날선 의무로 무장하는 길, 풋풋한 청바지를 자신감으로 마주하는 길, 방그레 웃는 이모티콘이 오늘의 지표 가리키는 길, 그 길이 출근길이다. 출근길에 대한 묘사가 낯설기 하기에 의해 빛을 발하고 있다. 자기만의 시야로 해석하는 출근길이 공감대를 얻어내고 있다. 다채로운 해석의 시야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잠자는 대지여
깨어나라

도도하게 흐르는
저 물소리 들리지 않나

동면冬眠의 침묵에서
생명 잉태하라

처녀의 순결 빼앗듯
대지 뚫고 나와

生의 환희로
들녘 채우라

젖무덤 안고
눈웃음치는 아기같이

그렇게 유혹해 다오
그렇게 안겨 다오

매화꽃잎 흩날리는 그대여
당신의 잔인한 사랑

내 간절히
기다린다오.
- 「춘삼월」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춘삼월에 대한 사색을 풀어내고 있다. 삼월만큼 가슴 뜨겁고 황홀한 달이 또 있을까. 있는 힘껏 자신의 그리움과 색을 모두 켜는 개나리, 벚꽃, 진달래... 봄볕을 이어 붙이며 과감하게 자신의 색을 드러내느라 바쁘다. 꽃자리를 간지럽히는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온몸이 근질거리는 나무들이 보이는 듯하다. 꽃을 피우고 싶다는 나무의 속엣말을 삼월은 듣기라도 한 것일까. 가지마다 꽃망울을 톡톡 터뜨린다. 나무에서 나무로 봄의 귓속말은 흘러들어가 꽃자리마다 환해진다. 그런 삼월의 찬란함을 위해 시적 화자는 “잠자는 대지여/ 깨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대지의 가슴에 봄의 옹알이가 쌓이면 삼월은 온다. 다시 “도도하게 흐르는/ 저 물소리 들리지 않나”라고 말하고 있다. 졸졸졸 물의 입을 열어 둥근 소리의 파문을 들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동면의 침묵에서 생명을 잉태하라, 대지 뚫고 나와 생의 환희로 들녘을 채우라, 젖무덤 안고 눈웃음치는 아이같이 유혹하라, 매화꽃잎 흩날리게 하는 그 잔인한 사랑, 나에게 다가와 안겨달라. ‘당신의 잔인한 사랑’으로 삼월의 생명력을 말하고 있다. 멋지다. 추위와 침묵과 단절을 과감히 벗어던진 몸짓이 삼월인 것이다. 그런 삼월을 황홀한, 멋진, 아름다운 등등의 수식어가 아닌 ‘잔인한’으로 표현한 것이다. 시적 화자의 숨은 의도가 그만큼 극명해서 좋다. 그 반전의 한마디가 독자의 미소를 이끌어내고 있다. 잔인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제발 조금씩 다가와 달라, 다가와서 내게 안겨달라, 이렇게 부탁하고 있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시의 반전이 시의 해학과 깊이를 더 한층 드높여 주고 있다.

흰 새벽 걷어내어
정한수 올려놓고
두 손 모아 기도하던
당신

투박한 황토 부뚜막
차가운 아궁이에
삭정이 태워
한끼 따스함으로
혈연의 꽃 돌보던
당신

화초에 꽃물 들면
개개비 짝 찾아
햇살에 비벼대고
치마끈 질끈 둘러메고
정재로 장독대로
해살대던 분주함

꽁보리 가운데 쌀 한 줌
무쇠솥 주르르 눈물 흘리면
노부모 쌀밥 떠 드리고
보리밥으로 허기 달래던 시절

젖은 가슴 태우는 매캐한 연기에
눈물로 얼룩진 아궁이의 염원
짚불처럼 타오르곤 했지

갈고리 성긴 삶 촘촘히 매만져
진종일 피워대는 당신 향기
매화 부끄러워 수줍게 웃던
그 다홍빛 향수

단풍진 산에
솔잎 무수히 나뒹굴면
가슴 아린 불씨 그리움 되어
온 산에 꽃불 되어 번진다.
- 「쌀밥나무」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쌀밥나무와 어머니를 오버랩시켜 놓고 있다. 이팝나무는 하얀 눈꽃송이 같은 꽃이 밥풀 같아서 쌀밥나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일까, 어머니와 쌀밥나무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끼 따스함으로/ 혈연의 꽃 돌보던/ 당신”에서 중첩된 이미지가 조화롭다. 땅속 깊이 아궁이를 걸어놓고 식구들의 밥을 지었을 쌀밥나무 같은 어머니가 그려진다. 한끼의 밥을 위해 쌀밥나무는 어머니처럼 햇살을 부뚜막에 집어넣으며 부뚜막을 지켰을 것이다. 솥뚜껑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일어나 하얀 꽃들은 서둘러 피어났을 것이다. 갓 지은 밥을 먹기 위해 새소리도 깃들고 벌들도 속속들이 날아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눈부시게 허기 달래던 한끼의 밥으로 봄바람은 배가 불러 졸았을까. 하지만 어머니의 삶은 쌀밥나무처럼 무더기 무더기 눈꽃송이 같은 꽃을 화려하게 피워내지 못했다. “노부모 쌀밥 떠 드리고/ 보리밥으로 허기 달래던 시절”을 살아야만 했다. 어머니는 날마다 새벽이면 정한수 떠놓고 기도한다. 쌀밥나무처럼 한 끼의 밥을 무더기무더기 꽃피워 자식들이 배고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치마끈 질끈 둘러메고 부엌으로 장독대로 분주하던 어머니, 젖은 가슴 태우는 매케한 연기에 눈물로 얼룩지던 어머니, 매화 부끄러워 수줍게 웃는 다홍빛 향수 같던 어머니, 단풍진 산에 가슴 아린 불씨 그리움 되어 번지는 어머니. 쌀밥나무를 매개체로 떠올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매 연마다 절절하게 스며들어 있다. 쌀밥나무와 어머니를 동일화시키면서 시적 형상화해 놓은 자리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배어들어, 독자의 가슴을 울컥하게 해주고 있다.

툭툭 던지는 언어 일탈
수없이 교차 되는 파동
잔물결 호수 일으킨다

느낌은
고압 전류에 감전되어
새까맣게 타 버리고

산뜻한 감정 사라진 지 오래
교란은 무감각에 부딪혀
감동의 출렁조차 일지 않는다

자기 도취에 빠져
과誇포장에 연연하고
호기심 갈망하는 파破

한우리 안에서 서로를 잠식시키는
밀물과 썰물의 밀당 변주곡
제3의 세계에서 콩콩대는 강시.
- 「사이버 폭언」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이버 폭언의 실체를 폭로하고 있다. 입도 귀도 없는 자판 위의 엄지족들이 세력과 힘을 키워 사이버 폭언이라는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자판 위의 말들을 정제할 필터가 자판에는 없다. 오직 엄지족의 탁, 탁, 탁 두드리는 소리만 있을 뿐이다. 인터넷상의 폭언을 얼굴 없는 엄지족들이 복사해서 붙여넣는 방식이 연발탄이고 대포이다. 경계도 국경도 훌쩍 뛰어넘는 엄지족들의 만행이 사이버 폭언이다. 시적 화자는 그 만행을 “툭툭 던지는 언어 일탈”이라고 꼬집고 있다. “툭툭 던지는”에서 정제되지 않는 엄지족의 만행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툭툭’이라는 부사가 멋지다. 그런 만행에 인터넷상의 피해자들은 “고압 전류에 감전되어/ 새까맣게 타 버리고” 있다고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고압 전류’에서 감당할 수 없는 피해자의 슬픔과 분노가 느껴진다. 시는 이렇듯 에둘러 표현해야 한다. 가해자는 가볍게 ‘툭툭 던지’는데 피해자는 ‘새까맣게 타 버’린다. 탐욕의 스위치를 가볍게 올리는 가해자와 아픔의 버튼에 눌려 눈물 흘리는 피해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사이버 폭언은 산뜻한 감정은 말살되고 교란이 무감각에 부딪혀 감동의 출렁거림조차 없는 곳, 자기도취에 빠져 과포장에 연연하는 곳, 서로를 잠식시키는 곳, 밀물과 썰물의 밀당 변주곡, 제3세계에서 콩콩대는 강시라고 말하고 있다. 사이버 폭언이 어떤 존재인지 알 것 같다. 선명한 이미지로 사이버 폭언에 대한 실체를 폭로하고, 얼마나 비효율적인 존재인가를 알리면서, 질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이버 폭언을 일삼는 자들에게 던지는 따끔한 충언으로 자리하고 있다.

천변 너럭바위 펼쳐진 옥양목
볕길 따라 나풀대던 님 손길
깨끼발 발등 까이며 송사리 떼 몰던 곳

소학교에 울리는 동심의 메아리
하얀 깃 자존감 빳빳이 세우고
최루탄 가스에 동동대던 대학로

우체국 초시계 두근두근 재촉하고
친구들 키득키득 우정탑 쌓아 가며
낭만 찾아 오가던 사랑의 거리

손길 닿는 이웃 발길 닿아 정든 친구
세월의 갈피마다 쌓인 알뜰정
둘러봐도 낯설지 않은 아늑한 탯자리.
- 「고향」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고향에 대한 정겨운 시선을 내보내고 있다. ‘고향’이라는 단어만큼 마음을 무장 해제 시키는 게 또 있을까. 시적 화자는 고향을 “아늑한 탯자리”라고 말하고 있다. ‘탯자리’에서 고향을 대하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진다. 멋진 표현이다. 고샅까지 달려나온 감나무의 환한 얼굴과 굴뚝으로 뭉텅뭉텅 하얀 안색을 밀어 올렸던 고향집이 보이는 듯하다. 한 이불을 덮고 달빛과 귀뚜라미 소리와 가을밤은 잠을 잤을 것이다. 그러기에 고샅에 피어 있던 민들레는 유년시절의 소꿉친구인 것이다. 시적 화자는 고향을 “볕길 따라 나풀대던 님 손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옥양목 매만지는 손만이 님의 손길은 아닐 것이다. 너럭바위를 껴안는 봄볕도, 오후의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봄바람도, 오종종 달려 나오는 새소리도 모두 님의 손길인 것이다. 깨끼발 발등 까이며 송사리 떼 몰던 곳, 소학교 때 울리는 동심의 메아리가 서려 있는 곳, 친구들 키득키득 우정탑 쌓아 가던 곳, 낭만 찾아 오가던 사랑의 거리가 있던 곳, 손길 닿는 이웃이 있고 발길 닿아 정든 친구가 있는 곳, 세월의 갈피마다 쌓인 알뜰정이 있는 곳, 언제 둘러봐도 낯설지 않은 아늑한 탯자리가 있는 곳. 이곳이 바로 시적 화자의 고향이다. 들을수록 정겹다. 마치 우리 독자들의 고향인 듯하여, 눈시울이 붉어진다. 시의 특질 중 하나가, 누구에게나 공감되는 시의 세계, 감성, 추억 등을 이미지로 구현해 놓고, 이를 공감하면서 각자의 추억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그 추억이 미적 가치의 그릇에 담겨져, 보다 더 맑고 진실된 감성으로 안내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시라서 더 정 깊게 여겨진다.

위에서 살펴본 김예린 시인의 시들은 모두 시의 특질을 잘 보유하고 있다. 시의 특질 중 하나는 이미지 구현이다. 사물을 생경하게 서술에만 의존하여 꾸려 가서는 안 된다. 주제 노출을 피하고, 그 대신 이미지로 감각의 피부에 와 닿게 그려내야 한다. 그 이미지들이 모아져 이미저리를 구축하고, 그 이미저리가 시의 의미방울을 시적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 즉, “아, 그림 같다”라고 감탄을 자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주제를 노출하고 명령하거나 청유형으로 독자의 감성을 억지로 이끌어내려고 하면, 시는 망가져 버린다. 또한 시는 새로운 해석, 낯설게 하기를 펼쳐야 한다. 한 번 다룬 해석, 한 번 바라본 시야나 각도는 피해야 한다. 늘 새로운 해석으로 독자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삶의 의미와 손잡고 감동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되도록 리듬을 지켜 주고, 최소한 내재율이라도 지켜내어 시의 읽는 맛을 도와 주어야 한다. 이왕이면, 상징의 고리를 물고 늘어져,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 가지 이상의 의미하는 바가 어우러져, 상징의 빛을 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감성을 만날 수 있고, 그 감성이 인간의 삶을 보다 섬세하게 보다 성숙하게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한다. 어느 순간, 감동의 전율이 등줄기를 훑고 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어렵지 않는 평이한 시어들을 동원했는데도, 심오한 의미가 미적 가치의 그릇에 담기도록 배려해야 한다. 시어는 되도록 싱그럽고 신선하게 배치하여, 감탄을 자아내야 한다. 김예린 시인의 시들은 이런 시의 특질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를 읽게 만드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텐션을 유지하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솜씨가 세련되어 있다.
김예린 시인의 시집이 제2, 제3시집으로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독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길 바란다. 인생 끝날까지, 시 쓰기와 손잡고 사색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그 어떤 감성도 시 속에 담아내며, 여정의 오솔길을 아름답고 의미 깊게 산책하기를 소망한다.

- 추웠다가 갑자기 따스해져 행복한 겨울 속 봄날에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문학박사, 전 전남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사단법인 노벨재단 이사장, 시인, 동화작가, 소설가, 사진작가, 화가)

목차

건반 위의 사랑/ 차례


시집을 내면서 4
축시/ 박덕은 7


제1부 빨간 등대
철없는 사랑 16
기다리는 마음 18
사랑비 19
차마 뱉어내지 못하는 이유 20
상사화 22
사랑한다는 것은 23
사랑·1 24
사랑·2 25
사랑·3 26
가을이 바쁘다·1 28
가을이 바쁘다·2 29
사랑인가 30
파도 31
바위 사랑 32
황혼의 사랑 33
크리스마스섬 34
겨울 향기 38
제2부 겨울 향기

40 상흔·2
41 공허
42 外동백
43 거울 속 장미
44 겨울 연가
46 나의 가을
48 자작나무숲
50 국화
52 나무가 운다
53 출근길
54 무위사의 봄
56 해녀의 노래
58 외로움
60 붉은 잎새의 노래
62 그림 같은 집



제3부 들길 따라
들길 따라 64
노을에서 바라보는 추억 65
쌀밥나무 66
그리운 친구 68
고향 70
달빛 내리는 가을밤 71
마음에 발이 되어 72
행복 아파트 73
흔들리는 촛불 74
이사 76
물의 여정 77
3월이 오면 78
춘삼월 80
꿈의 낙원 82
코스모스 83
순천만 84



제4부 시장통 카페
88 시장통 카페·1
90 시장통 카페·2
91 비 오는 날의 수채화
92 렌즈와 피사체
93 남미륵사
94 바람의 딸
96 한글 사랑
98 독서
99 사이버 폭언
100 건반 위의 사랑
102 모기
104 11윌 도심의 거리
106 무등산
108 여름 연가
109 사비궁 뜨락의 국화
110 일탈

평설
132 김예린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 박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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