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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노래하다

길 위에서 노래하다

  • 김만옥
  • |
  • 예인문화사
  • |
  • 2022-09-20 출간
  • |
  • 112페이지
  • |
  • 130 X 190 X 8mm / 180g
  • |
  • ISBN 9791192010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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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평설】

“부재不在를 통해 완성한 길, 미학의 숲을 형성하다.”
- 김만옥 제2시조집 「길 위에서 노래하다」의 시 세계-


정유지·경남정보대 교수
한국시조문학진흥회 명예이사장


1. 인생의 정점에서 관조의 미적 거리를 완성하다.
- 부재는 일상 속 완전한 자유를 얻는 삶이다.

인산人山 김만옥金萬玉 작가는 시인, 시조시인, 아동문학가, 수필가의 호칭을 가지고 있는 종합예술인이다. 18개 문학단체를 가입하여 정진할 정도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 권의 자유시집과 한 권의 시조집을 발간한 바 있는 역량 있는 작가다.
특히 인산의 제2시조집 『길 위에서 노래하다』는 ‘자유로운 시혼의 완결판’이라 해도 될 정도로 인산의 문학적 감성이 그대로 녹아있다. 6·25 전쟁 중 낙동강 전선을 지키다 전사한 친형의 죽음을 통해 촉발된 애국심, 37년 동안의 공직생활(세관)을 통해 파생된 애민과 희생정신, 대장암 3기 판정의 시한부 선고 이후 투병 생활 및 교통사고로 1년 동안 병상 생활 중 체득한 달관과 관조의 미학을 형성하고 있다. 인산의 정신적 자산은 긍정의 프레임이다. 그 긍정의 프레임은 현재를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마음이다. 긍정의 시선은 인산을 지탱하게 만드는 에너지원이 된다.
제1시조집 『굳은살』에서는 인생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희비애환喜悲哀歡의 미학을 노래했다면, 제2시조집 『길 위에서 노래하다』는 초월적 삶의 항구적 가치를 생성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안정되고 격조 높은 시적 세계가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37년간의 공직자 삶은 자유로운 작가 김만옥보다 공복公僕에 가까운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이다. 제1시조집에서 인산은 ‘손을 너무 쓰면 물집이 생기고, 그 물집이 터지고 터져, 마침내 굳고 굳어 굳은살이 된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
평설을 쓰기 전에 인산을 직접 만나 대화 중, 몇 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을 발견했다. 중·고등학교 재학 시 《학원》이란 청소년 문예지에 여러 차례 작품이 게재된 바 있었고, 고3 때는 「꿈」이란 작품으로 「국민교육헌장 이념구현 전국문예 경시대회」에서 장원을 수상할 만큼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였으며, 공직생활 중 부산 백병원에서 대장암 3기 판정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가 극적으로 회복한 이력을 알게 되었다. “제 인생은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덤으로 사는 삶입니다.”라는 인산의 초월적 인생관을 짐작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인산은 유년 시절부터 문학청년이 되어 예술과 깊은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신춘문예 시 당선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예약했다. 그러나 인산은 공직자의 삶을 사는데 더 집중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직장과 관련된 기관지에 작품을 계속 투고했지만, 대외활동은 자제한 채 오로지 직장에 올인하는 올곧은 공직자였다. 그러던 중, 2009년 공무원 문예대전 행정안전부장관상 수상을 계기로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전개했다.
“누에는 원래 뽕잎을 먹고 자라야 한다.”고 했던가.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작가가 문학 활동보다는 다른 분야에 더 치중해야 된다는 삶 자체는 일종의 직장 프레임Frame이다. 좋게 말하면 투철한 직업관이며, 더 앞서 나가면 공복公僕 프레임이다. 37년의 공직 프레임에 갇혀 살아야 하는 직업인의 비애 같은 삶을 말한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간에 스스로 공직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37년의 기간 동안 버릴 수 없는 천직이었으리. 고요한 대해大海의 깊은 바닷속은 얼마나 많은 소용돌이가 숨겨져 있는가. 아마도 대장암 3기 발병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겨난 직업병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천재 시인 인산의 삶에 있어서, 37년 프레임은 광야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시시포스Sisyphus의 운명인 것이다. 37년 프레임을 탈출하는 그 순간이 인산에겐 부재의 순간이다. 부재는 완전한 자유의 완결판이다. 자유롭게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제2의 인생인 셈이다. 완전한 자유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시인의 자각을 발견할 수 있다.
「비워둔 괄호 속」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꺾어진 골목길을 헤쳐 온 많은 날들
두려움 같은 것은 잊은 줄 알았는데
빛 번쩍 천둥소리에 돌아보는 내 자신

내가 날 찾는 것은 새롭게 철이 드는
비워둔 괄호 속에 영혼을 채우는 일
메마른 삶의 흔적이 그리움을 낳는다

차갑고 맑은 물에 두 발을 담가본다
아픔이 없었다면 몰랐을 일상의 행복
맘 편히 제자리 찾는 순례길이 가볍다

- 「비워둔 괄호 속」 전문

괄호括弧는 문장부호 중 하나로서 묶음표를 말한다. 위에서부터 대괄호, 중괄호, 소괄호, 홑화살괄호, 꺾은 괄호로 이어진다. 숫자, 문자나 문장, 수식의 앞뒤를 막아서 다른 문자열과 구별하는 문장부호의 하나이자 기호를 뜻한다. 괄호란 앞서 언급한 일종의 프레임을 의미한다. 가둬두어야 하는 삶 속에서 다시 더 가둬두어야 하는 삶은 숨 막히는 삶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것을 숨 막힌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선험적인 체험이나 경험을 통해 극한의 상황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친형의 죽음을 소재로 시조를 썼던 것이 계기가 되어 문학의 길을 시작한 것처럼, 격동기를 보내야 했던 자전적인 유년기 환경 그 자체가 스스로에게 그 어떤 굴레를 씌울지라도 절대 굴하지 않는 백신 같은 기능을 했던 것이다.
‘꺾어진 골목길을 헤쳐 온 많은 날들’이란 첫 수 초장의 시적 진술을 통해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순탄하지 않은 삶을 술회하고 있는 것이다. 괄호 안에 깃든 욕망을 비워낼 줄 알았으며, 그 자리에 영혼을 채울 수 있는 시적 역량 또한 감지할 수 있다. 시인은 자기 자각이란 내면의 인식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고 있다. 「길 위에서 노래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분주한 일상들은 무심히 스쳐 가고
꿈꾸는 가로수들 그림자 외로울 때
진실한 마음을 담아 부르고 또 부른다

생명은 귀천 없고 사랑은 다양한데
필요한 도움 손길 간절한 몸부림들
귀 막고 눈을 감아도 들려오는 종소리

세상도 알기 전에 인생도 배우기 전에
굶주린 저 눈빛을 지독한 저 갈증을
희미한 구원의 불빛 노래되어 번진다

- 「길 위에서 노래하다」 전문

시인은 37년의 공직생활 중, 후반부에 갈수록 지위와 직급이 오르더라도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삶을 유지했다. 세관 업무라는 게 유혹이 많은 직종 중 하나다. 옆으로 눈 한 번 돌린 적 없이, 시인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일반적으로 길은 서로 다른 장소를 연결해 주는 통로다. 사람이 다니는 경로만 가리키기도 하며, 평평하게 정리되어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로, 도로 옆에 병설된 인도를 가리키는 보도 등의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는 길이다. 어떤 상태로 가는 과정을 뜻하기도 한다.
시인이 길 위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초월적 삶을 즐기는 것이다. 3수로 연시조인데, 첫수에선 꿈꾸는 가로수를 위한 진실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면 둘째 수에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존재들을 위한 사랑의 종소리를 노래하고 있다. 셋째 수에선 갈증과 굶주린 이들을 위한 구원의 불빛을 노래하고 있다. 낙천적이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시인의 인성 속엔 조직 생활이 힘들고 고된 프레임에 갇힌 숙명적 삶이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아는 내공이 준비되어 있다. 시인은 자아 성찰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본다. 「좌우명座右銘」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욕심은 부릴수록 마음이 허전하고
원망은 보탤수록 가슴만 답답하다
모든 것 지워버리면 속 편하게 살 것을

칭찬은 해 줄수록 기쁨이 배가되고
사랑은 베풀수록 내 삶이 아름다워
남에게 베푸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인걸

마음은 비울수록 근심이 줄어들고
행복은 웃을수록 모습이 커져가니
언제나 즐거운 마음 되새기며 살아야 해

- 「좌우명座右銘」 전문

시인은 ‘원망과 욕심은 버리자.’, ‘남에게 베풀면서 살자.’, ‘웃으면서 즐겁게 살자.’ 의 세 가지 좌우명을 노래하고 있다. 근심은 원망과 욕심으로부터 나오는 법, 이를 미리 차단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삶의 가장 큰 보람은 남에게 베풀며 사는 일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웃으면 웃을수록 즐거운 분위기가 연출되므로 행복의 삶이 넌출진다. 좌우명 중, 영국 버나드 쇼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가 있는데, 의지를 갖게 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경구이다.
뜻이 먼저 있어야 길이 있기에 그 뜻을 갖기 위한 격려의 말로 많이 쓰이고 있다. 확실한 뜻이 있는 자가 반드시 그 목적을 달성한다. 성공을 위한 동기부여나 의지를 갖게 만드는 좌우명이다. 버나드 쇼는 가난한 성장기를 보내고 빈곤과 좌절의 20대를 거친 그는 소설, 희곡을 쓰다 중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창작활동을 위한 의지를 끝까지 놓치지 않은 결과 성공을 거두게 된다. 시인은 세 가지 좌우명을 통해 삶의 뜻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지나온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있다. 「사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필이
없을 때도
아름답게 그리고

지우개
하나 없이
상처도 지워버리는

참으로
알 수가 없는
신비로운 그 큰 힘

- 「사랑」 전문

시인은 연필과 지우개를 비유하면서 사랑의 힘을 역설하고 있다. 연필이 없어도 아름답게 삶을 그려낼 수 있고, 지우개가 없어도 상처도 지워버릴 수 있는 신비로운 사랑의 힘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단형시조 중에 이리도 유려한 사랑 시조가 또 있을까.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연필은 나무 안에 흑연을 넣어 만든 것이다. 1564년 영국에서 발명했으나, 연필이 쉽게 부러지는 단점을 프랑스 화가 콩테가 흑연과 찰흙을 섞어 구운 심을 만들면서 문제점을 해결했다. 연필의 단짝 지우개는 1772년 영국에서 과학자, 신학자였던 프리스틀리가 고무지우개를 발명했으나, 고온에선 잘 녹고, 저온에선 얼어버리는 단점이 있어, 미국의 찰스 굿이어가 고무에 유황을 섞어 탄력 있는 고무지우개를 만들었다.
지우개 달린 연필은 미국 화가였던 하이먼 립맨이 발명했다. 잘 부러지지 않는 연필, 잘 녹거나 얼지 않는 지우개는 인류의 보편적 삶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행복의 필기도구다. 시인은 이 도구를 사랑의 시적 소재와 오버랩 시키면서 행복의 가치 그 으뜸이 사랑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자연의 순리를 꿰뚫어 보는 시안詩眼을 작동한다. 「비움과 채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춥다고 사람들은 겹겹으로 옷 입는데
옷 벗어 내려놓고 수행하는 겨울나무
돌아올 새봄의 그림
꿈속에도 환하다

가진 것 다 버리고 가지마다 빈손인데
사람들은 양손 가득 자꾸만 움켜쥔다
떠날 땐 빈손이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 「비움과 채움」 전문

비움과 채움은 하나의 매듭처럼 연결되어 있다. 가령, 사과 과수원의 나무에 달린 사과를 다 비울 때까지 비우고 채우는 작업은 계속 이어진다. 비울 때는 더 이상 담을 공간이 없을 때 더 큰 공간으로 비우고 다시 채워지게 된다. 아무리 비워도 채울 것이 없을 수 있으며, 채울 것은 많으나 담을 그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채울 것이 부족하면 더 만들면 되고 채울 공간이 부족하면 더 늘리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세상이 어디 우리 생각대로 다 이루어질까.
삶의 주체인 인간마다 도량度量의 크기가 다르므로, 행동의 범위도 역시 다르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인은 겨우내 비워내며 살았던 나무가 새봄이 되면 나뭇잎과 꽃을 피워 올리며 채운다는 진리를 선보이면서,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비우지 않고 오히려 자꾸만 재물만 채우려 하는 군상群像들을 질타하고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라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미학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순리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정점에서 관조의 미학을 완성하고 있다.

2. 한계상황을 초월하는 존재적 자각, 관조적 거리를 유지하다.
- 초심을 잃지 않는 작가는 항구적인 작품을 탄생시키는 문학의 별과 같은 존재다.

시인은 영웅의 삶과도 비유될 수 있는 전지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존재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 감춰진 비밀을 풀어낸다면 시인이 길 위에서 노래하는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벨레로폰은 지고지순한 믿음으로 천마天馬 페가수스를 얻게 된 영웅이다. 벨레로폰이 페가수스를 얻음으로써 괴물 키마이라를 죽일 수 있었던 영웅이 되었다. 한 나라의 공주를 얻고 한 나라 또한 얻어 왕위에 올랐던 영웅이다.
그러나 영웅들은 어느 정점에 오르면 오만방자한 고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부분의 모든 영웅이 바로 정상의 지점에서 오만방자하게 굴다가 추락한다. 사랑과 집착으로 이성을 잃게 되고, 분별력도 날개를 달고 날아가 버린다. 눈과 귀를 잃어버린 줄도 모른 채 추락한다. 자신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요소이다. 부족함을 인식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고수는 성장할수록 자신을 낮춘다. 두루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세상을 인식하지 못하면, 어느 정점에 가서는 추락하게 된다. 눈과 귀, 분별력이 추락하면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추락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먼 훗날 만신창이가 되어 되찾은 눈과 귀를 통해 알게 된다. 존재적 자각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만옥 시인은 문학적 고수의 자질을 가지고 시작했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데 공을 들였다. 그것을 37년 프레임으로만 규정 짓기에는 다소 시각차가 발생한다. 김만옥 시인은 스스로 설정한 37년 프레임으로 자신의 견고한 성城을 만들었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성이다. 스스로 결박한 성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적극적 선택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운명이다. 성안에서 공직의 37년을 대과 없이 보냈다. 세관 업무의 영웅이 되어 현장을 떠나기까지 항상 문학에 대한 상상력의 날개는 퇴화하지 않고 오히려 더 웅장한 크기로 성장하고 있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시인의 문학적 자세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만드는 날개를 달아주었다. 자유시집 3권, 시조집 2권째 발간의 순항을 지속하는 날개가 되었다. 인산의 문학작품은 밤하늘의 별이 되어 지상의 풀잎들을 향해 영혼을 구원하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시인의 서정성은 남다르다. 「서운암 뜰에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꽃망울 터지듯이 화음이 피어난다
서운암 마음 정원 볼그레 익어 가면
정겨운 화전 풍경을 봄이 와서 읽는다

새소리 바람 소리 봄날을 간질이고
즐거운 마음들이 한바탕 어우러져
맛있게 굽고 굽는다 예술로 익어간다

- 「서운암 뜰에서」 전문

시인은 2019년 3월 23일 서운암 장경각 앞에서 펼쳐지는 화전시회花煎詩會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서운암의 꽃 삼매경에 빠져, 봄의 향기에 젖는다. ‘꽃망울 터지듯이 화음이 피어난다’는 절창이 첫수 초장부터 터진다. 봄날의 정겨운 풍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읽어내면서, ‘맛있게 굽고 굽는다 예술로 익어간다’로 안정적인 시적 보폭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라고 했던가. 서정성은 부드러움에서 출발한다. 인산의 어진 마음을 그대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부산에서 양산 통도사까지 가려면 대략 1시간 30분 정도를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꽃대궐 서운암의 풍취에 끌려 인산은 쉬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서운암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에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서운암’이란 단어를 치면 ‘서운암 된장’이 자연스럽게 검색된다. 서운암 된장 스님 성파 스님이 조계종 15대 종정으로 추대된 내용도 검색된다. 봄꽃 여신 매화는 구례 화엄사의 흑매화, 통도사의 홍매화가 유명한데, 통도사의 홍매화를 보러 상춘객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는 그 명소의 명당자리에 화전시회花煎詩會가 열렸으니, 시인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과 가슴 뛰는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으리라.
한편, 나라 사랑에 대한 시인의 감성은 끝없다. 「독도 7」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해는
나의 텃밭
분노를 경작耕作한다

한류韓流에
불을 지펴
화산火山을 잠재우고

반도의
통일의 기상氣像
현해탄을 넘는다

- 「독도 7」 전문

인산은 독도獨島 지킴이다. “군인은 총으로 국가를 지킨다면, 시인은 펜으로 국가를 지킨다.”라는 말이 있다. 인산은 펜을 통해 영혼의 울림을 활화산처럼 표출시키고 있다. 그 울림 속에는 지식인의 분노와 통일에 대한 여망이 장쾌하게 꽃피고 있다. 원대한 기상인 호연지기浩然之氣마저 녹아있는 것이다. 시인은 거침없이 넓고 큰 기개를 노래하고 있다. 독도는 경상북도 울릉군에 속하는 섬이다. 비교적 큰 동도東島와 서도西島 두 섬 및 부근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부근 해역은 전갱이, 고등어, 미역 따위가 풍부한 좋은 어장이다. 특히 독도는 일본이 독도에 대하여 영토(영유권)를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수시로 점검한다. 「길 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사는 길이 한 길만 있다 더냐
이 길도 걸어보고 저 길도 다녀보면
저녁별 깜빡일 때에 가슴에 와닿는 길

인생길 모범 답이 하나만 있다 더냐
지하에도 살아보고 빌딩에도 올라보고
때로는 정답보다도 명답이 더 필요해

- 「길 3」 전문

세상의 길은 존재한다. 가는 길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다 마주친 저녁별은 시인의 가슴 속에 박혀 반짝거린다. 인생의 길도 걷다 보면, 쉼터가 바뀐다. 지하 셋방이기도 하고, 빌딩의 고층에 살기도 한다.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이 정답 아닌 명답임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시인이 살아온 길은 도심 속에서 따뜻한 공간을 마련하는 전형적인 소시민적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 얼마나 소박한 삶인가. 남이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의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초월적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삶이란 마라톤이라 역설한다.「완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눈뜨면
벼랑인데 다 비워야 가볍다

나란히 함께 가며
풀꽃도 나눠 보고

일등은
바라지 않아
이정표대로 갈 뿐

- 「완주」 전문

눈 뜨면 삶의 생존 경쟁이 시작되는 것을 시인은 벼랑이라 여긴다. 집착하면 할수록 고달픈 게 삶이 아닌가. 집착을 비워낼수록 가벼운 삶의 즐거움이 동반됨을 피력하고 있다. 자연의 풀꽃을 통해 자신의 본질적 원천을 공유하면서, 일등이 아닌 순리대로 살아가야 함을 노래하고 있다. 삶은 원래 등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제도적 설정에 의해 움직이는 것뿐이지, 본래 인간 그 자체는 삶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한다.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의 구조적인 틀에 맞춰서 인간이 타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 틀을 깨지 않으려고 한다. 틀을 깨는 순간, 완전한 자유가 보장된 부재의 순간이 된다. 인간 스스로 새롭게 만든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본질이다.
완주完走는 목표한 지점까지 다 달리는 것이다. 육상 경기 중, 마라톤의 꽃은 완주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야 완주 메달을 받는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면 개근상이며, 인생을 비유할 땐 인생의 훈장이라 할 수 있다. ‘뜻을 둔 자,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각자의 최선의 방식이 있다. 최선을 다해 결승점을 통과하는 삶, 인생의 진정한 승리자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선에 서 있다. 「죽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말없이 말을 하는 자연을 본받으면
마음의 지문들이 뜻대로 새겨진다
죽음은 돌아가는 것 처음 왔던 곳으로

의미 없이 보내버린 한심한 시간들이
꽃피는 언덕 위에 번뇌로 번져난다
죽음을 가까이하면 태어남이 궁금해
- 「죽음」 전문

시인에게 죽음은 충격의 범주를 떠나 항상 지니고 다니는 편안한 시적 대상이다. 생의 어느 순간에 닥칠지 모를 나만의 에피퍼니epiphany의 순간을 예감하고 있다. 에피퍼니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단순하고 평범한 사건이나 경험을 볼 때, 진실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동양적인 언어로 돈오나 각성, 깨달음이라 해도 무난하다. 죽음은 놀라움과 경악이 항상 숨겨져 있는 시적 대상이다.
시인은 사유를 통해 얻어낸 현현顯現, 계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초극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결국 죽음을 편안한 또 다른 세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죽음은 모든 활동을 중단시키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죽음을 일컬어 죽는 일.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시인에게 있어 죽음은 사유의 또 다른 각성이다.
‘6·25 한국전쟁 중, 낙동강 지구 전투 시 형의 전사’ - ‘대장암 3기의 시한부 삶 선고’ -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 넘기고 1년 병상 생활’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죽음이란 것의 충격을 이완하는 시적 내공을 터득하고 있다. 시인은 이 죽음의 공간을 시시포스의 삶으로 반전시키고 있다. 죽음은 자연과 합일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지나온 삶을 반성하는 가운데 꽃 피는 언덕 위에서 번뇌를 발견한다. 삶과 죽음이 한 몸으로 되어 있음을 깨닫는 자성적自省的 자세야말로 부재 현상을 극복하고 있는 시인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김만옥 시인은 일상에서 프레임의 현실을 즐기는 시적 역량이 탁월하다. 그 프레임 속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자기 자신만의 방식을 제시한다. 그 방식 안에는 초월적 자기 자각이 자연스럽게 마련되어 있다. 37년 프레임으로부터 탈출한 부재 상황을 진단한 후 미학의 집을, 미학의 숲을 또한 만들고 있다. 더욱이 초심을 잃지 않고 철학적 사유로 천착시킨 깊은 내공으로 자기만의 관조적 세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항구적인 명품 시조를 탄생시키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값진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인산이 고등학교 3학년 재학 당시, 전국 대회에서 장원으로 수상한 「꿈」이란 작품이다.
내 가슴속에 오붓한 내음
가만가만 가을은 오고
어느 곳 하나 안 묻은 데 없는
가을 내음

코스모스가 마구 피어나듯
길섶 마른 가지들에 걸린
가녀린 추억은
저희끼리 모여앉아
툭탁툭탁
결실을 다툰다

사랑이 잠시 머뭇거려 주었어도
좋았을 어느 날의 밀어는
따가운 햇살의 마지막 기슭을
넘는데…

오가지도 못할
나그네의 머무름인가!
그 꽃잎
뚝뚝 떨어지는 꿈은
마냥 돌아만 온다
-시 「꿈」 전문
[국민교육헌장 이념구현 문예 경시 대회 장원 作]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라는 ‘서정성’을 담보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4연으로 된 작품으로 첫 연 첫 행부터 예사롭지 않은 시적 언어를 전개하고 있다. ‘어느 곳 하나 안 묻은 데 없는/ 가을 내음’이 시적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가녀린 추억은/ 저희끼리 모여앉아/ 툭탁툭탁/ 결실을 다툰다’라는 시적 진술을 통해 꿈의 형상화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사랑이 잠시 머뭇거려 주었어도/ 좋았을 어느 날의 밀어는’의 경우, 내밀한 시적 언어로 심연의 목소리를 끌어내고 있다. ‘오가지도 못할/ 나그네의 머무름인가!’에서 꿈의 완벽한 육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서정시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고3의 수준을 떠나, 기성 시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어, 소개해 보았다. 그만큼 인산의 천재성은 그의 청소년기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과 인간의 휴머니티는 그 미적 거리가 코로나19 현상으로 이완되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는 변화는 환희를 불러왔다. 희망의 서곡이다. 김만옥 시인의 시집 「길 위에서 노래하다」는 그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우리 시대의 북극성이며, 선물 같은 행복 판타지이다.”

목차

시인의 말 … 3


제1부

。 11 _ 내가 먼저
。 12 _ 비워둔 괄호 속
。 13 _ 몸살
。 14 _ 이불
。 15 _ 길 위에서 노래하다
。 16 _ 뉴스
。 17 _ 질서
。 18 _ 바닥
。 19 _ 반추
。 20 _ 신풍속도
。 21 _ 심상心象
。 22 _ 보법
。 23 _ 휴대폰
。 24 _ 불가사의不可思議 2


제2부

。 27 _ 좌우명座右銘
。 28 _ 사랑
。 29 _ 내 사랑
。 30 _ 젓가락
。 31 _ 누이
。 32 _ 소망
。 33 _ 긍정 1
。 34 _ 긍정 2
。 35 _ 비움과 채움
。 36 _ 날마다 좋은 날
。 37 _ 서운암 뜰에서
。 38 _ 무풍한솔길에서
。 39 _ 영축산 자락에서
。 40 _ 2020년의 교훈


제3부

。 43 _ 비 내리는 날
。 44 _ 돌풍突風
。 45 _ 길 5
。 46 _ 두물머리
。 47 _ 그날의 함성
。 48 _ 꽃물결
。 49 _ 독도 7
。 50 _ 매미
。 51 _ 재래시장
。 52 _ 식사 시간
。 53 _ 풍월風月
。 54 _ 바보 이야기
。 55 _ 길 2
。 56 _ 봉사奉仕와 웃자


제4부

。 59 _ 창공을 날다
。 60 _ 운해雲海를 가다
。 61 _ 착각
。 62 _ 보리밥집에서
。 63 _ 불협화음
。 64 _ 길 3
。 65 _ 봄길 2
。 66 _ 가는 봄
。 67 _ 아름다운 이별
。 68 _ 5월 예찬
。 69 _ 5월엔
。 70 _ 차 한 잔 그리고 가을
。 71 _ 배웅
。 72 _ 눈雪 이야기


제5부

。 75 _ 보금자리
。 76 _ 완주
。 77 _ 앙코르
。 78 _ 고백
。 79 _ 돌고 돌아
。 80 _ 쓸쓸한 일들
。 81 _ 외로움의 진실
。 82 _ 내 인생
。 83 _ 영락공원에서
。 84 _ 친구 생각
。 85 _ 독주獨酒
。 86 _ 자살
。 87 _ 죽음
。 88 _ 고향 자랑

평설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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