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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

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

  • 김병수
  • |
  • 지혜
  • |
  • 2024-01-05 출간
  • |
  • 128페이지
  • |
  • 130 X 225mm
  • |
  • ISBN 979115728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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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김병수 시인의 시편들은 대부분 짧은 잠언箴言과 경구警句, epigram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시인의 시적 영역이 풍자시에 속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양한 시편들에서 시인은 핵심을 찌르는 경구로 한 개인과 사회가 지닌 부조리한 국면을 드러내거나 혹은 정서적 동인의 정곡으로 파고들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자아내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미학을 실현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생략과 비약, 그리고 인간의 생리와 사회의 속성에 대해 근원적인 곳으로 파고 들어가는 통찰력 등이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이 시집의 곳곳에 서정적인 시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풍자와 비판의 본질이 지적인 영역의 것이어서 기본적으로 기지機智와 위트wit가 발휘되는 곳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김병수 시학의 본질적 영역과는 거리가 있다.
- 황치복 문학평론가


탄소가 아니다/ 문제는 욕망의 온난화다/ 허나 밥상머리 훈육은 죽었고/ 수능서 쫓겨 난지도 오래/ 나는 오늘도 TV 자율학습을 나선다.// 채널의 강마다 사이렌이다/ 미어터지는 군침/ 눈동자 잡아 빼는 물욕/ 허영의 알코올 허기에/ 은밀한 색정의 도발을 견뎌내야 한다.// 학습은 인내만이 아니다/ 종강은 아홉시 뉴스/ 유혹을 못 이겨 얼굴에 똥칠하는/ 검찰청 포토라인/ 현장중계 생방을 목도해야한다.// TV는 바보상자가 아니다/ 판도라의 시대/ 패가망신을 떨치고/ 용케나마 가여운 팔자 부지케 하는/ 지상 최고의 학교다.
-「TV는 바보상자가 아니다」 전문


근대문명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통해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집어내고 있다. “욕망의 온난화”라는 표현이 함축하고 있듯이 텔레비전은 현대인들에게 온갖 욕망을 자극하는 기제로서 작동하고 있다. “미어터지는 군침/ 눈동자 잡아 빼는 물욕/ 허영의 알코올 허기에/ 은밀한 색정의 도발”이라는 표현이 바로 텔레비전이 시청자들에게 자극하는 욕망의 물목들인데, 식욕을 통한 소비의 조장, 화폐의 증식에 대한 욕망, 그리고 과시 소비 등의 허영심의 자극, 성적 욕망의 도발 등이 그 내용물이다. 또한 텔레비전은 그러한 욕망의 과도한 발현이 야기하는 재앙적인 모습을 생중계함으로써 반면교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하는데, 시인은 이러한 텔레비전의 유혹과 그 파멸적 결과가 “판도라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백신과 같은 역할로 작동할 수 있다며 그 효과를 조롱하듯이 칭찬한다. “패가망신을 떨치고/ 용케나마 가여운 팔자 부지케 하는/ 지상 최고의 학교다.”라는 진술 속에는 병 주고 약 주는 텔레비전의 아이러니한 모습이 포착되어 있는데, 이러한 이중성은 현대사회가 얼마나 모순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는지를 함축적으로 표상해준다. 구조적인 모순 가운데 시인이 직접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권력의 문제이다.


난중의 난/ 열정 밑천마저 동이 난 시대/ 꿀 단지 취업 장에/ 핏줄 땅줄에 가오리 연줄까지 똥줄이 타니// 썼다 찢었다 추천장사에/ 못 먹을 바에는 광을 파니 마니/ 이기는 게 내 편이다/ 제비집 뜯어오고 뜯어가기 혈안이니// 또다시 신물 나는 윤회에/ 속이 쓰린 유권자/ 해 드시더라도 구토 안 날 만큼만/ 기표지에 엎드려 큰절이다.
-「지방선거」 전문


욕망 가운데 물욕만큼이나 큰 것이 권력욕일 터인데, 권력의 근원이 인민에 있다는 생각을 망각하고 그것을 장사하듯이 거래하는 현실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바로 권력의 원천에 대한 생각을 망각하고 모두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광적인 열정을 보이는 상태를 묘사하고 있거니와 “난중의 난”이라는 표현이 그 발광하는 모습을 예리하고 암시한다. 어지러움 가운데 가장 어지러운 것이 “지방선거”라는 것인데, 그것이 그처럼 어지러운 것은 “제비집 뜯어오고 뜯어가기 혈안이니”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먹이감을 둘러싼 쟁탈전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니까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으로서 지방 주민들의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선거가 지방 주민들의 바람과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득권자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실현하기 위한 거래소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꿀단지 취업 장”이라든가 “추천장사”라는 말들이 민중의 대리인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경제적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시장으로 전락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시인이 보기에 선거라는 권력 분배의 제도가 민의를 왜곡하고 기득권자들의 이윤을 추구하는 장으로 변질되었다면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법정 역시 다음 시에서처럼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


눈은 노예다/ 소나가 타전하는/ 디케의 치마 속/ 법정은 막장 드라마였다.// 권력은 포상휴가 중/ 물정모른 족속이 또 하나 짤렸군/ 허나 사인은 늘 자살/ 대리인만이 각본을 만지작거렸다.// 증인은 포승 없는 포로/ 이마에 새겨진 밥줄의 생존법/ 밑줄 쫙 그으며/ 핏방울 떡고물 입맛을 다셨다.// 판관은 안대가 두려웠나/ 23.5도 기운 실눈으로/ 노회하게 모범답안을 썼다/ 권력은 무죄다// 원고는 웃음으로 울었다/ 생매장 진실이 슬퍼/ 인간이 가여워/ 판결문 골마다 눈물이 흘렀다.
-「행정법원」 전문


잘 알려져 있듯이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테미스의 딸인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손에는 칼을 거머쥐고 있는 조각상으로 표현된다. 디케의 눈을 가렸다는 것은 만인에게 공정하고 선입견이 없음을 뜻하고, 그녀가 든 저울은 형평성을, 그리고 칼은 정의 실현을 상징하는 것으로,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불변의 가치를 의미한다. 법의 상징으로서 대법원 앞에 설치되어 있는 디케의 조각상은 우리 사회가 법에 기대하고 바라는 가치를 함축하고 있는데, 이 시에서 시인은 그러한 가치의 표상인 “법원은 막장 드라마였다”라고 하면서 전도된 법정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디케의 치마 속”이라는 표현 역시 법정은 부끄러움으로 난무하는 장소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권력은 포상휴가 중”이라거나 “핏방울 떡고물 입맛을 다셨다”는 표현들이 왜곡된 사법 정의의 현실을 고발한다. 결국 “판관은 안대가 두려웠나/ 23.5도 기운 실눈으로/ 노회하게 모범답안을 썼다/ 권력은 무죄다”라는 표현 속에 저간의 사정이 요약되어 있는데, 만인에게 공정하고 선입견이 없이 판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안대”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지구의 기울기인 23.5로 기울어 진 현실을 반영한 판결이 횡행하며, 권력의 입맛에 맞는 선고가 모범답안이 되는 법정의 현실이 정의의 여신이 목도하고 있는 광경인 것이다. 욕망을 부추기며 그 파멸적 결과를 경고하는 텔레비전이나 이윤추구의 장으로 전락한 지방선거, 그리고 권력의 입김에 의해 좌우되는 법정의 현실 등의 사회는 총체적 난국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사회는 곧 기적이 일반화된 사회이기도 하다.


동백은 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느냐

엄동에 부릅뜬 눈동자

겨울을 떨치는 외로운 투신이다.


벚꽃은 지지 않는다.

들리지 않느냐

대지를 울리는 아우성

새 봄 외치는 척후의 나팔이다.


꽃 진다 말하지 마라.

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

죽어 다시 피어나는 몸부림이

진정 꽃이다.
-「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 전문


시인이 “동백은 지지 않는다”라고 하거나 “벚꽃은 지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결국 “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라고 진술할 수 있는 것은 동백이나 벚꽃이 바람과 같은 외부의 힘에 의해 몰락하면서 마음이 꺾이거나 좌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동에 부릅뜬 눈동자”라든가 “대지를 울리는 아우성”이라는 표현에 주목해 보면, 동백이나 벚꽃은 의지적 존재로 그려져 있는데, 이러한 구도로 인해서 그들의 낙화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동백이라든가 벚꽃 등의 세상의 꽃들은 자발적인 낙화를 통해서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자연의 이법과 섭리를 실현하는 과정에 동참하는 셈이다. 결국 자신의 삶이 짊어져야 할 운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그것을 의지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운명애적 삶, 곧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삶에 대해서 “겨울을 떨치는 외로운 투신이다”라고 하거나 “새 봄 외치는 척후의 나팔이다”라고 하면서 주체적인 삶이 실현하는 생명성의 고양을 암시한다. 그리고 “죽어 다시 피어나는 몸부림이/ 진정 꽃이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욕망과 집착을 벗어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온전한 본성을 실현하는 삶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시인의 문명비판과 사회비판, 그리고 세속적 인간의 속물적 삶에 대한 비판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5 그램

5 그램 12
개똥벌레 13
금수강산 14
돼지꿈 15
거리가 존재다 16
그림자 17
광어 18
고요한 밤 거룩한 밤 19
때 20
나는 충무로가 좋다 21
느티나무 22
연 23
꿈꾸지 마세요 24
행복 25
말 26
쌀의 애사 27
지방선거 28
백운대 29
F를 찬양하라 30
별 다방 31



2부 상선은 약수다

2022. 5. 10 34
동백 35
당구풍월 36
놈놈놈 37
조사 38
상선은 약수다 39
목련 40
연필과 지우개 41
문자 유감 42
지청구 43
몽고반점 44
스승의 날 45
그 섬에 가고 싶다 46
삼송행 47
돈방석 48
코스모스 49
코로나 19 50
호박씨를 깨물다가 51
바지랑대 52
감전 53



3부 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

사과 56
봄이 되자 57
고문 58
질경이 59
태풍 60
새 61
TV는 바보상자가 아니다 62
유람유감 63
KTX 시대 64
온도계 65
삼시세끼 66
기적 67
아사 68
허수아비 69
하루 70
디케의 치마 속 71
아이야 72
안전사고 73
불일암 74
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 75



4부 나는 패배하고 싶다

코스모스 2 78
나는 패배하고 싶다 79
요즘 세상 80
불발탄 81
고독 82
정전협정 83
피타고라스의 인간관계론 84
눈사람 85
겨울 산 86
가석방 87
여기는 파란 기와집 88
보도블록 89
너의 상고를 각하하니 90
오 마이 갓 91
백수의 나아갈 길 92
꽃 93
봄 94
공무원 95
어머니의 길 96
시 97


해설/ 풍자의 묘미, 혹은 촌철살인의 시학 - 김병수 시인의 시집 읽기/ 황치복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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