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에서 향토를 지키며, ‘생활염직’과 ‘천연염직’의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감고을 영동’ 주민답게 ‘감물 염색’의 전문가인 이경로 시인이 5시집 『추풍령 그 여자』를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하였습니다.
이경노 시인은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생활 염직과 천연 염직의 지도자로 봉사하면서, 시 창작에 정진하는 분입니다. 2019년에 《문학사랑》 제111회 신인작품상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면서부터 시 창작에 대한 불씨를 되살린 분입니다. 그 열정으로 빚은 작품을 모아 2019년에 첫 시집 『산촌의 메아리』를 발간합니다.
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20년에 2시집 『봄날은 간다』를 발간합니다. 좋은 시를 빚어야겠다는 열망은 2021년에 3시집 『감물 염색』을 발간합니다. 강한 집중력으로 2022년에 4시집 『좋은 날은 언제일까』를 펴내어 주위를 놀라게 합니다. 이러한 자세를 견지하며 창작에 힘쓴 결과 2023년에도 5시집 『추풍령 그 여자』를 발간합니다.
= 서평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일부를 발췌)
#1
이경노 시인의 어머니는 북한에 있는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입니다. 찔레꽃이 지던 여름날에 시인의 어머니는 가슴에 시인을 품고 대한민국으로 피난합니다. 총소리와 포 소리가 들리는 아수라를 지나, 일상에 사용할 물건들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떠나온 그 길,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끝내 허망(虛妄)에 묻어야 했습니다.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 꿈에도 가보지 못한 어머니의 고향을, 동병상련(同病相憐)일까, 시인도 자신의 고향처럼 그리워하면서, 현재 충북 영동군에서 정착하여 살고 있습니다.
#2
이경노 시인의 첫 시집에 수록된 작품을 정독(精讀)하면서 그의 순수한 정서를 되새긴 바 있습니다. 향토정서의 발양에 놀라기도 하였으며, 자연과 인간살이의 비유에 박수를 보낸 바 있습니다. 또한 2023년에 발간하는 『추풍령 그 여자』에 수록된 작품을 읽으며, 이경노 시인만의 독자적 성취에 감탄한 바 있습니다. ‘서시’면서,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작품 「추풍령 그 여자」를 읽으면서 향토사랑의 진면목을 확인합니다.
#3
살고 있는 지역의 자연이나 유적 등은 시인의 감성적 안테나에 의해 작품화되게 마련입니다. 충북 영동군에도 국악의 난계 선생을 비롯하여 여러 분야의 인물과 유적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경노 시인의 감성적 안테나에 포착된 ‘노근리’는 6.25와 연계된 현대사입니다. 6.25 민족 전쟁 중에 다수의 피난민들이 희생된 역사적 지점입니다. 이곳에서 피어난 장미꽃을 마주한 시인은 장미꽃과 희생자의 이미지를 결합하여 역사적 인식을 발현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노근리의 장미꽃」입니다.
#4
한 권의 시집에 80여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품마다 주제가 있고, 소재가 있으며, 표현의 멋과 맛이 어우러져 감동을 생성합니다. 이경노 시인의 작품에서도 다양한 주제와 소재, 그리고 표현의 멋이 다변(多變)하기 때문에 독자들마다 다르게 수용될 터입니다. 그렇지만, 고희(古稀)를 넘긴 시인의 정서를 이해하면 작품의 본질에 좀 쉽게 다다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추억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다양한 작품을 빚을 것이 분명하매, 앞으로 이경노 시인이 빚어낼 작품을 기대하는 소이연(所以然)입니다. 이러한 기대로 독자 여러분께서 작품을 감상하고 진솔한 격려를 건네는 것이 이경노 시인에게는 무한한 힘으로 작용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