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의 ‘바이블’이 되다
2023년 12월 《한국군 무기연감》이 어느덧 출간 여덟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일 인쇄한 《2011 한국군 무기연감》이 처음으로 나온 지 햇수로 만 12년이 지났습니다. 《한국군 무기연감》이 한국을 대표하는 무기연감을 넘어 자랑스러운 K-방산 무기체계의 ‘바이블’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오로지 독자 여러분들의 높은 관심과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 벽두에도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미국의 패권 질서가 약화하는 틈을 타 무장 정파 하마스의 선제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 전쟁이 이어지면서 피의 보복을 다짐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으로 가자지구는 격전지로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11월 북한이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은 러시아가 기술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북 간 군사협력이 한국을 겨냥하는 실존적 위협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북의 군사정찰위성 도발에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일부 정지를 선언하자, 북한은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격변기에 있는 신냉전 시대를 맞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대북 억제력’ 태세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2024-2025 한국군 무기연감》 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관련된 전력 발전을 주도하는 우리 군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지면을 대폭 쇄신했습니다. 《2024-2025 한국군 무기연감》은 2023년 11월 30일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총 436개의 무기체계를 475장의 컬러사진과 함께 실었습니다. 또 한글 무기체계 아래 영어를 표기해 외국인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2-2023 한국군 무기연감》에 수록한 무기체계가 414개였으니, 2년 동안 도태된 무기체계와 장비는 20여 개에 그친 셈입니다. 군별로 보면, 육군은 224개, 해군은 99개, 해병대는 29개, 공군은 84개입니다.
육군의 신규 무기체계를 보면, 노후화한 K1A를 대체할 목적으로 차기 특수전용 기관단총 K13이 추가됐고, K-21 보병전투차량을 기반으로 개발한 레드백 장갑차, 3세대 한국형 복합장갑을 적용한 K2A1 흑표 개량형 전차, K9 자주포의 2단계 성능개량 버전 K9A2 자주포, 탄두중량이 2t에 달하는 ‘벙커버스터’ 현무-4 탄도미사일, 무인수색차량2 등 12개가 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해군은 한국의 슈퍼링스를 대체할 MH-60R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미국 벨 사의 육·해군 훈련용 헬기 B-505, 오스트리아 쉬벨사가 개발한 헬기형 드론 S-100, CIWS-I(노봉)의 후속 사업으로서 LIG넥스원이 개발한 CIWS-II, 이지스함 정조대왕함에 장착하는 최대 사거리 400㎞ 이상인 SM-6 요격미사일이 추가됐습니다. 해병대는 K1A2 흑표 전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강력한 타격력을 가진 다연장로켓 천무, ‘한국판 재블린’으로 불리는 현궁 대전차 미사일, 비호를 개량한 신형 30mm 차륜형 대공포 천호,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에서 운용하는 단거리 공대공유도탄 ‘미스트랄3’가 새로 추가됐습니다.
공군은 KF-21 보라매의 에이사(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 장비(EOTGP), 전자파 방해 장비 (RF-재머) 등 핵심 4대 시스템이 포함됐고, 항공기 부문에선 FA-50 블록20 경전투기, TA-50 블록2 전술입문기, 대형수송기 2차 사업에서 결정된 브라질 엠브라에르사의 C-390 수송기가 이번 연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미사일 부문에선 L-SAM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요격시스템, FA-50과 KF-21에 장착이 예상되는 ‘타우러스 KEPD 350K-2’ 공대지 순항미사일, KF-21 전투기에 장착되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가 있습니다. 레이다를 보면, 5세대 전투기 F-35에 탑재하는 AN/APG-81 AESA 레이더, F-16V에 탑재하는 APG-83(SABR) AESA 레이더, FA-50에 탑재하는 팬텀 스트라이크가 추가됐습니다.
이번 무기연감에서 자취를 감춘 무기체계는 육군에서는 1996년 불곰사업으로 러시아에서 도입했던 T80U 전차, 미국의 M2 브래들리에게 대항해 러시아가 만든 BMP-3 장갑차, 미군이 공여한 M114 155mm 곡사포, 35mm 오리콘 쌍열 대공포가 있습니다. 해군은 40mm 보포스(노봉) 쌍열포, 30mm 러시아제 개틀링 기관총이 퇴역했습니다.
공군은 F-4E 팬텀이 2024년 6월 퇴역합니다. F-4E는 1977년 도입된 유서 깊은 기종으로 한때는 세계 전투기 시장의 베스트셀러이자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최고 전력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F-15, F-16은 물론 최근 도입된 F-35A 전투기 등 ‘후배’들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기계식 레이더들도 도태되고 있습니다. F-16 C/D에 장착됐던 AN/APG-68, F-15K의 AN/APG-63(V)1가 그런 경우입니다. F-4E 팬텀에 장착했던 AIM-7M 스패로 공대공 미사일, 공군 최초의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AGM-142 팝아이, F-4 팬텀기에 야간 저고도 항법을 제공한 패이브택과 페이브 스파이크 타기팅 시스템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2024-2025 한국군 무기연감》은 육·해·공·해병대 무기체계를 소개하기에 앞서 개관 설명을 실어, 독자들에게 각 군의 전력 건설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관 설명 뒤에 육·해·공·해병대 등 각 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으로 처리했습니다. 본문에서는 편집을 일신해 최근 배치한 최신형 무기체계를 전면에 배치하고, 구형 무기체계들을 뒤로 배치했습니다.
육군 편은 224개에 달하는 무기체계를 정리했습니다. 육군 편은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를 소총부터 미사일까지 일목요연하게 간추렸습니다. 육군은 현존 전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미래 합동작전 개념 구현을 위해 신속 결정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부대를 개편하고, K2전차, 한국형 기동헬기, 다연장로켓 등 기동 및 타격 능력을 지속해서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기반의 ‘Army TIGER 4.0’, 정찰·공격·전자전 드론을 활용하는 드론봇 전투체계, 워리어 플랫폼 전력화와 연계해 부대·전력구조를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해군 편은 99개의 무기체계를 정리했습니다. 해군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상기반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전술핵 공격 잠수함’이라 주장하는 잠수함을 진수하는 등 수중 위협이 증대되고 있어, ‘수중 킬체인’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군은 2024년부터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6대와 MH-60R 시호크 해상작전 헬기를 도입하고, 이후 KDDX 차기 구축함과 장보고3 배치2 차기 잠수함, 신형 수중 유도무기 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향후 해군은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 확보를 위해 정조대왕급 차기 이지스 구축함 3척 건조 완료와 함께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성능개량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복합 다층 미사일방어체계의 완전성을 위해 장거리 함대공유도탄 SM-6 등을 확보했습니다.
해병대 편에는 K1A2 흑표 전차,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강력한 타격력을 가진 다연장로켓 천무, 한국판 재블린으로 불리는 ‘전차 킬러’ 현궁 대전차 미사일 등 새로 보강된 무기체계 29개를 소개했습니다. 현재 KAAV-Ⅱ 차기상륙돌격장갑차, 상륙공격헬기 등의 수륙양용/공중전력을 개발, 확보하고 서북 도서용 UAV(무인기), AI(인공지능) 기반의 과학화 경계 체계 등 도서 방위용 전력 확보를 진행 중입니다.
공군 편에는 총 84개의 무기체계를 실었습니다. 공군은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F-X 2차 사업을 통해 ‘킬체인’ 능력을 강화하고, 또 다른 최첨단 전투기 전력인 F-15K 슬램이글 전투기 59대를 전자주사식 레이더 등을 장착하는 개량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군은 2028년 이후 한반도 유사시 제공권 장악 직후 남아 있는 나머지 주요 목표물의 정밀타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2023년은 한국의 방위산업에 기념비적인 한 해였습니다. 1970년대 초 소총 한 자루 만들 능력이 없던 나라 대한민국은 2020년대 초 세계 방산의 중심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5년 단위 묶음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3~2017년에 비해 2018~2022년 기간 방산 수출 규모가 75% 이상 급성장하며, 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방산 수출 순위에서 세계 9위로 올라섰습니다. 미 CNN은 2022년 “한국 방위산업은 메이저 리그(defense major league)에 진입했다”며 “미국과 NATO를 대신해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027년까지 세계 4위 방산 수출국 목표를 세운 한국은 2022년에 전년 대비 2배 이상인 170억 달러(그중에서 145억 달러가 폴란드 수출)의 수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 특유의 효율적 제조 방식을 반영한 가격경쟁력과 최고의 미국산 무기와의 협력·경쟁, 그리고 자체 첨단기술 부문에서 비롯된 고품질, 빠른 생산라인 가동이 가져다준 신속한 납품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K-방산이 앞으로 지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해 가기 위해서 방위산업 사령탑으로 대통령실에 방산비서관 신설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산업체 관련 연구개발을 성실히 수행한 게 인정될 경우엔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지체상금이나 부정당업체 지정 등 각종 제재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의 방산 계약 관련 특례법(방위사업계약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과의 제도적 협조 장치를 서둘러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2024-2025 한국군 무기연감》은 부록으로 ‘2024~2028 국방중기 계획’을 비롯해 2006년 4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의결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의 사항 일람’을 수록해 우리나라 무기 개발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했습니다. 《한국군 무기연감》 통권 8권을 이모저모로 도와주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그리고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국내·외 방산업체에 깊이 감사드리며, 모쪼록 이 연감이 우리 군의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지침서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2023년 12월 20일
오동룡 월간조선 군사전문기자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