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인터뷰 |
[Q]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A] 타자나 어떤 객체와의 관계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많이 담고 있다. 관계의 시학이라기보다는 존재론적 시학에 가깝고 경험보다는 인식에 기대 있다. 잠자는 환자를 조심스럽게 깨워 숨소리 좀 들어봐도 괜찮을까요, 묻는 주치의처럼 내면에서 삐걱거리는 수많은 나를 건져내 들여다본다. 그래서 나는 시를, 수많은 ‘나’를 깨워 듣는 낯선 숨소리라 생각한다. 낯선 숨소리는 많을수록, 어긋날수록 풍성해진다. 논리 없이 중심 없이 흩어질 나를 꺼내놓는 일이 그의 시 쓰기이며, 수많은 ‘내’가 바깥의 객체들을 만나는 순간 무한하고 낯선 세계에 접속된다.
[Q] 독특한 특징에 대해
[A] 이번 시집은 기존의 정동을 산출하는 이미지의 충격적 결합을 이어가면서 거기에 세계와 자아의 실재에 대한 탐색을 담아내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관찰과 탐색은 ‘존재’와 ‘부재’의 이율배반적인 실재였다. 그러니까 ‘있다’는 것은 무엇이고, ‘없다’는 것의 실재(the real)는 무엇인지, 또한 어떤 실체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의 이유와 존재 근거는 무엇인지…… 물론 그것은 일종의 ‘울림’이자 ‘공명’이다. 나는 이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내 시는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Q]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너무 만지면 물러지거나 뻗대다 그만 부러지기도 하고 낯선 이미지를 따라가다 아무런 전류도 일으키지 못하는 방전 지대에 매몰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길이 아무리 멀더라도 반드시 돌아왔다. 가끔 숲을 걷다보면 낙엽을 고요하게 버티는 도토리를 볼 때가 있다. 새똥을 털고 주머니에 넣었지만, 도토리는 분명 내것은 아니다. 나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도토리를 내려놓는다. 내게 시가 찾아온다면, 그것은 도토리와 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