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최초의 하와이 입문서, 현순의 「포와유람기」 첫 역주
「포와유람기」는 1909년 현순이 저술한 한국 최초의 하와이 입문서이자 여행안내서이다. 한성영어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도쿄에서 유학한 현순은 1902년 동서개발회사에 통역으로 채용되어 이듬해 하와이에 제2차 인민단을 이끌고 건너갔다. 그는 1907년까지 하와이에 머물면서 한인들의 정착을 도왔는데, 약 4년간의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 바로 「포와유람기」이다. 「포와유람기」에는 하와이의 지리, 역사, 문화뿐만 아니라 초기 하와이 한인 이민자들의 생활상이 백과사전식으로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포와유람기」는 단순히 하와이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고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국권 침탈이 가속화되던 때, 현순은 하와이 원주민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드러내며 약소국의 국권 회복을 희망한다.
그동안 「포와유람기」는 한국에 하와이의 지리, 역사, 문화를 소개한 최초의 문헌으로서 그 문학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한문구가 다량 섞인 국한문 혼용문으로 작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설명에 사용된 어휘가 오늘날과 매우 달라 대개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에 이 책은 「포와유람기」를 알기 쉬운 현대어로 번역하고 원문에 언급된 정보들을 다방면으로 조사해 주석으로 제공함으로써 20세기 한국인의 하와이 체험과 생활을 면밀하게 복구하고자 했다.
□ 근대 신문과 잡지에 수록된 한국인들의 하와이 여행기
현순의 참여하에 동서개발회사가 주관한 하와이 노동 이민은 1905년 8월 일본의 방해로 끝내 중단되고 만다. 하지만 이후 하와이에는 이주 대신 방문을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다녀갔다. 대부분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국제 행사에 참여하던 길에 들른 것으로, 한국 근대 정치·언론·문화예술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도 다수 등장한다. 가령 「동아일보」 설립에 크게 기여한 장덕수는 미국 유학길에 하와이를 거쳐가며 서신 형식으로 여행기를 썼고, 제5·6대 서울시장을 역임한 정치인 김태선도 하와이에 들르며 용흥강인이라는 필명으로 기행문을 남겼다.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권투선수이자 훗날 북한의 체육인 황을수와 근대 예술가이자 여성운동가 나혜석도 하와이를 돌아보고 그에 대한 소회를 기록했다. 총 10편의 하와이 여행기로 구성된 제2부는 장덕수, 김태선, 황을수, 나혜석을 비롯하여 하와이를 바라보는 근대 한국의 시선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20세기 전반 한국인에게 하와이는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졌을까? 태평양 낙원의 아름다운 경치는 감탄을 자아내는 한편, 아스팔트 도로 위를 활기차게 달리는 자동차와 도시 풍경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하와이의 광경에 대한 이들의 평가는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태평양 너머에서 온 백인 승객들이 바다로 동전을 던지면 부둣가에서 원주민들이 잠수해 건져 오는 장면은 인천의 한국인 노동자에게 돈을 던진 미국인에 대한 기억과 중첩되며 피식민지 민족의 설움으로 번져갔다. 이 책의 제2부에는 근대 하와이 여행기 10편와 함께 각 여행기의 저자 정보, 작성 배경, 문학적 특징 등을 해제하여 하와이에 투영된 근대 한국인의 복잡미묘한 생각들을 더욱 섬세하게 읽어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