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땅을 찾아 떠나는 열여섯 소년의 여정
두려움을 무릅쓰고 나아가는 용기에 관하여
17세기 말, 조선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전대미문의 대기근으로 수많은 백성이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어서 ‘차라리 임진왜란 때가 더 나았다’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참혹한 시기였다. 유독 이 시기에 지독한 재난이 연달아 벌어졌는데 그 중심에는 소빙하기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으로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탓에 문제가 하나둘씩 터진 것이다. 『빙하 조선』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독특한 설정이 덧붙여진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주인공 화길은 아버지와 함께 한양의 소방관인 멸화군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여름날, 한밤중에 큰불이 나서 멸화군 대원들이 급히 출동한다.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불이 잠잠해질 때쯤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한여름에 내리는 눈이라니 다들 의아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그 눈이 며칠째 이어지며 한양은 삽시간에 한겨울로 변한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얼어 죽고, 먹을 양식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고자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벌어지면서 한양은 생지옥이 되고 만다. 왕은 따뜻한 땅을 찾아 궁궐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소문이 퍼지고, 곳곳에서 무당과 중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봉기를 일으켜 사회가 몹시 혼란스러워진다.
멸화군 대장인 화길의 아버지는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죽고 말겠다는 생각에 멸화군의 거처를 옮기려고 한다. 많은 사람을 이끌고 당장 먼 길을 떠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 그는 아들 화길을 불러 따뜻한 땅을 찾아 나서라는 임무를 준다. 아버지 곁을 떠난다는 게 두렵지만 멸화군 가족을 위해 화길은 또래인 부광과 함께 기꺼이 북쪽으로 떠난다. 과연 두 소년은 따뜻한 땅을 찾을 수 있을까?
“대단한 능력이 있어 견디는 게 아니야.
한 줌의 용기와 희망으로 버텨내는 거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늘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잘 해낼 수 있을지, 실패하진 않을지 등 여러 생각으로 주저하게 되는데, 이때 한 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은 바로 용기다. 저마다 크기나 모양은 다를지라도 용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걸음마를 배울 때 무수한 버둥거림 끝에 첫발을 뗐던 것처럼 용기는 어떤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내재한 힘이다. 다만 많은 사람이 이를 잊고 지내는 탓에 자신이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빙하 조선』의 주인공 화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실수로 멸화군 대원들이 큰 화를 입을 뻔한 기억 때문에 늘 주저하고 나서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아버지가 위험에 처해도 눈앞에서 멀뚱히 지켜보고 있게 된다. 그랬던 화길이 아버지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으면서 잊었던 용기를 ㅤㄲㅒㅤ우치고 힘을 발휘한다. 늑대 무리에게 쫓길 때도 여진족 무리를 만나 목숨을 잃을 지경에 처했을 때도 화길은 용기를 가지고 한 발 나아가는 선택을 한다. 화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용기를 가지고 선택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거꾸로 용기를 가졌기에 능력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빙하 조선』이 단순히 재미있는 역사 판타지 소설을 넘어 의미 있는 상장소설인 것은 이렇듯 주인공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