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욕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
전쟁과 불법이 가득 찬 정부에 도전장을 내밀다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 신탁통치를 둘러싼 갈등을 놓고 김대중은 한반도는 반드시 하나의 국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해방정국은 미군정의 지원을 받은 이승만과 소련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 두 체제로 분리되었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각각 수립된다.
“대한민국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_42쪽
이후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김대중은 형무소에 끌려가 죽을 고비를 겪는 등 전쟁 중에 생사를 넘나든다. 그가 평화에 일생을 바치고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데에는 해방정국의 갈등과 동족 간에 벌어진 전쟁의 참혹함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이었다.
김대중은 1952년 부산정치파동이 일어난 것에 분노하며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뛰어난 사업 수완을 뒤로 하고 민의원 선거에 출마하나 김대중은 낙선한다. 이후 이어진 선거에서도 줄곧 떨어지다가 다섯 번의 도전 끝에 민의원으로 당선된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지치지 않는 그의 시도는 일찍이 정치 인생을 걷기로 마음먹은 김대중의 각오를 대변하며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
납치, 감시, 연금 그리고 사형선고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한 끝없는 투쟁
김대중은 유신체제에 맞서 싸우며 망명을 선택한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문은 특히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감시는 끊이지 않았고 납치까지 당해야 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을 지킨 그에게 내려진 것은 다름 아닌 사형선고였다. 대법원 상고심이 기각되면서 사형이 확정되자 남편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 뜻에 맡기겠다는 아내와 자식들이 기도하는 장면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게 한다.
‘변방인’으로 태어나 더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상황에서도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한길만 걸어간다. 우리에게, 대한민국에게 김대중은 진정한 거인이었다.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남북정상회담 개최
그리고 남북연합의장이 되었더라면
김대중은 3단계 통일론을 제시하며 평화적 공존과 평화적 교류와 평화적 통일을 강조했다. 이 소설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김대중의 ‘남북연합’을 현실적으로 또 희망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남북연합’이란 어떤 하나의 통일국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연방국가 이전의 단계로서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지향하며 신뢰를 기반 삼아 서로 협력하는 체제를 뜻한다. 『거인의 꿈』은 위와 같이 남한과 북한이 김대중과 김정일의 악수에서 끝나지 않고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가 꾸준히 이어진 결과, 우리가 휴전선이 아닌 평화선을 넘게 될지도 모른다는 바람을 전해 준다. 나아가 남한의 시민과 북한의 시민이 한반도라는 한 공간에서 같은 언어로, 같은 역사를 공유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작가 최영태 교수는 남북 모두 대결 국면에 한계를 느끼고 다시 화해와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할 것이며, 바로 그때 김대중이 제시한 남북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의 비전을 상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대중 정신을 다시 되새겨야 할 때, 모든 문제는 거인이 걸어간 길에 해법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거인의 꿈』은 단순히 김대중이 설계한 개념을 말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따라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